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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0] 홍콩 운남성 쌀국수<믹시안 고>

오늘은 5월 31일 월요일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센트럴 란콰이펑  <아이언 페어리>에 오랜만에 가서 즐겨볼까 했었습니다. 전세계에 브랜치를 보유한 라이브 카페&바인 <아이언 페어리>를 저는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올해 초에 홍콩 코로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뒤로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아예 영업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이제 5월 21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완화되어 가볼까 했는데, 금요일과 토요일에 할 일이 꽤나 많아서 패스했습니다. 다음 주말에 가면 되지, 라는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새벽 2시까지 술집 운영이 가능하게 된 첫 날, <아이언 페어리>에서 확진자가 나왔더군요. 확진자 공식 확인이 오늘 뉴스로 나왔습니다.

https://www.scmp.com/news/hong-kong/health-environment/article/3179600/hongkongers-could-pay-covid-shots-future-minister

이래서 저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홍콩에 머물 날이 2달도 채 남지 않았다. 어떤 건수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작년 몇 개월 동안 여러 곳을 방문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제 센트럴 나이트 라이프는 안녕!" 남은 기간 동안에는 일요일에 교회를 열심히 다니며, 인적 교류를 넓히는 데 힘써야겠습니다. 독자께는 코로나 시국이 종료된 뒤 <아이언 페어리> 방문을 추천드립니다. 홍콩 나이트클럽은 남성의 경우, 입장료가 너무 높습니다. 그리고 그런 금액을 지불하고 들어가도 음악이나 분위기 등이 한국보다 못합니다. 하지만 <아이언 페어리>는 입장료가 없으며, 들어가서 맥주 한 잔 시키고 라이브 퍼포먼스를 즐기면 됩니다. 제가 여기보다 더 좋아하는 <무디타>는 망해버려서, 추천드릴 수 없는 것이 한스럽습니다. 뭐, 시장 수요가 확고하니 대체재가 들어서겠지요.  

https://brunch.co.kr/@joogangl/353


홍콩은 지난 주말부터 습한 불볕 더위 시즌에 들어섰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가만히 있어도 등에 땀이 날 지경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날씨를 미치도록 좋아합니다. 부산 해운대 출신 바다사랑 사나이인 저는, 뙤약볕을 맞으면서 미친 듯이 걷고 뛰다가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고서 귀가하여 샤워한 뒤 곯아떨어지기를 좋아하는 여름 사내입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점점 얼굴에 기미가 늘어가는 폐단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어째서 땡볕을 맞으면 얼굴에 기미가 생기도록 만드셨나요? 저는 사정없이 내려쬐는 햇볕 아래 녹초가 될 때까지 걷는 것을 즐기는 사람인데 말이지요. 여하튼 운동부족으로 인한 체력 저하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지라, 점심 시간 때에는 일부러라도 좀 멀리 걸어나가서 한여름 날씨를 즐기며 맛있는 것을 먹고 오자고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며칠 동안은 몽콕까지 걸어가서 <남기 국수(南記粉麵)>를 방문해 운남성 스타일 매운 국수를 먹고 오곤 했습니다. 홍콩에서 유명한 <남기 국수>는 한국에도 들어와서 <남기분면>이라는 이름으로 영업 중입니다. 하지만 홍콩보다 딱 2배 요금을 받더군요(1.8배가 더 정확한 듯합니다). 홍콩 물가가 한국보다 훨씬 높음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한국 가격은 제가 수용할 수 없을 듯합니다. 여기서는 서민 음식인데...여하튼 저는 매일 기분좋게 땀을 흘리며(사실 저는 땀을 거의 흘리지 않는 체질입니다), 몽콕까지 왕복 1시간 가량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동일한 패턴이 다소 지겹기도 하고 왕복 이동 시간을 좀 줄일 필요도 있고 해서 사무실과 좀 더 가까운 거리에 운남성 스타일 국수 가게가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프린스 에드워드 역> 근처 Tung Choi Street에 술집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로서는 충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맨날 퇴근시 걸어다니는 골목 바로 옆 골목에 불과한데, 수십 개의 멋진 바들이 즐비했기 때문입니다. 그 뒤로는 퇴근시에 일부러 이쪽 골목으로 다니곤 하는데, 개성 있는 바들에 손님이 가득한 것이 참으로 흥겹고 좋았습니다. 저는 함께 할 친구가 없어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말이지요.   

센트럴이나 몽콕, 침사추이 등 잘 알려진 장소가 지겨우신 분들은 프린스 에드워드 맥주 거리를 한 번쯤 방문하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생각보다 가게가 꽤 많고, 분위기도 좋습니다.


이 맥주 거리에서 다시 한 칸 더 옆 골목으로 이동하면, 오늘의 주인공인 <믹시안 고>가 있습니다.

https://www.google.com/maps/place/Mixian+Gor/@22.325254,114.170094,15z/data=!4m5!3m4!1s0x0:0x3d36bdc07d4c898!8m2!3d22.3252403!4d114.1700143

에어컨이 무척이나 시원하며, 손님이 별로 없어(ㅠㅠ) 넉넉하게 여유를 부리면서 식사할 수 있습니다. 가격도 <탐자이 삼거>나 <남기분면>보다 저렴합니다.

기본 국수에 마라 수프와 돼지고기를 추가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운남성 스타일 스파이시 누들은 가게별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제가 이 누들을 워낙 좋아해서 이곳저곳 다 다녀본 결과가 그렇습니다. <믹시안 고>의 경우, 국물이 덜 자극적이고 덜 "홍콩적"입니다. 제 입맛에는 다소 심심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맛이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저는 운남성 국수라면 그 무엇을 먹어도 두 팔을 들고 환호성을 지르니까요. 홍콩의 대부분 요리는 느끼하고 기름진 데다 특유의 향이 있어, 저처럼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사람도 1년 정도 먹다 보면 물립니다. 결국 한국 사람은 "깔끔한" 맛을 즐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차라리 매운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저는 제 빡빡머리가 서늘해질 정도로 강력한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맛있게 국수를 먹고 난 뒤, 옥타퍼스 카드로 결제를 마치고 나왔습니다. 매운 것을 먹고 나오면 또 입가심으로 맥도날드 아이스크림 하나 해치워 줘야죠.   


홍콩시티대학 캠퍼스에는 밤 10시 45분이 되면, 외부 방문객들은 이제 캠퍼스에서 나가 달라는 안내 방송이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나옵니다. 보통 이 때가 저의 정확한 퇴근 시간입니다. 물론 늦게까지 일을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월요일 저녁인 오늘은 넷플릭스에서 <범죄도시>를 시청했습니다(홍콩 넷플에는 있는데, 한국에는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하얼빈의 "장첸"을 보니, 갑자기 하얼빈 맥주가 당겼습니다. 사무실에서 제 호텔까지 걸어서 1시간인데, 그 사이에 위에서 언급한 맥주 거리와 몽콩의 수제 맥주 거리 등을 모두 지나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고난 배낭여행자인 저는 서클K 편의점에서 하이네켄 맥주를 한 캔 사고(하얼빈 맥주는 없더군요), 음주 보행을 즐겼습니다. 여름 밤은 시원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홍콩의 밤거리는 젊음으로 넘쳤습니다. 비록 거기에 속할 수는 없었지만, 홍콩 독거 노인은 맥주 한 캔 손에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12시가 조금 못 되어 귀가하면 샤워하고 곧바로 쓰러져 자는 것이 곧 하루의 마무리입니다. 이제 홍콩을 떠나는 그 날까지, 음주 보행을 통한 퇴근길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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