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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5] 홍콩 센트럴 수제버거 <버거 서커스>

오늘은 2022년 6월 5일 일요일입니다.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해서 책을 좀 읽다가, 11시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지하철을 탔습니다. 5월 중순부터 홍콩의 <동철선 east rail line> 구간이 연장되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홍콩시티대학과 연결된 구룡당(九龍塘, Kowloon Tong) 역에서 센트럴 섬의 애드미럴티 역까지, 환승 없이 한번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나가는 교회는 셩완 역에 있기 때문에 어차피 <아일랜드 라인>으로 한 번 환승해야 하지만, 그래도 훨씬 번거로움이 줄어들었습니다. 시간 계산을 잘못 해서 예배에 5분 정도 늦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오늘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습니다. 인도 출신의 "저스틴"인데, 속눈썹이 아주 길고 잘 생긴 청년이었습니다. IT 전공인데, 대형 은행에서 기술직을 담당하고 있다 했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카약을 타러 가자고 말하는 것을 보니, 매우 활동적인 친구인 듯합니다. 저스틴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홍콩의 다양한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이제 1달 뒤면 홍콩을 떠나게 되어 무척 아쉽습니다. 아마 현실적으로 카야킹은 쉽지 않을 듯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저스틴과 만나서 홍콩 사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젯밤도 음주 보행으로 귀가했더니, 속이 더부룩합니다. 이제 슬슬 16:8 간헐적 단식으로 라이프스타일을 회복해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오늘은 예배 후에 점심 약속이 따로 없어서, 저는 오랜만에 "고독한 미식가" 모드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지난 주에 "버거 서커스"라는 수제 버거 맛집을 소개받았습니다. 교회에서 고작 500m 떨어진 곳에 있죠. 네이버 등을 검색해 보니, 추천이 많았습니다. 이제 떠나는 마당에, 또 맛보지 않을 수 없죠. 하여, 한여름 땡볕을 뚫고 좁은 골목을 이리저리 지나 <버거 서커스>로 향합니다.

헐리우드 로드를 따고 쭉 걸어오니, 제게 무척이나 익숙한 교차로가 보이네요.

만약 여러분이 정말 "홍콩스러운" 기념품을 사고 싶으시다면, 두 번 고민하지 마시고 바로 이곳 <Goods of Desire>에 들어가시면 됩니다. 제가 발품을 제법 팔았는데, 진짜 "홍콩의 분위기를 내는" 브랜드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야시장에서 산 물건은 품질이 떨어지게 마련이지요. 이곳 <Goods of Desire>는 가격대도 제법 있고 하니, 품질 걱정은 마시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비싼 것은 아닙니다. 여하튼 질이 좋은 홍콩 특산 패션 제품을 구매하고 싶으시다면, 여기나 또 근처의 PMQ에 가시면 되겠습니다.

위 사진에는 3곳의 레스토랑이 보입니다. 그 가운데 오른쪽의 <칼리 멕스>는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멕시칸 요리 체인입니다. 아주아주 맛있고 양도 많습니다! 분위기가 좋고, 술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그 옆의 빨간 가게는 제가 이름을 다 읽을 수는 없는데, 케밥 전문점입니다. 런치 메뉴가 HKD50으로부터 시작하는데, 레스토랑 안 인테리어가 매우매우 마음에 듭니다. 클럽 분위기지요. 다음 번에는 케밥에 낮술 한 잔 땡길까 합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버거 서커스>는 바로 맨 왼쪽에 소재합니다. 잘 눈에 띄지 않지요?  

레스토랑 간판이 허술한 곳이 원래 맛집입니다. 찾아올 테면 찾아와보란 심산이거든요. 원래 이 집은 대기줄이 긴 것으로 유명한데, 제가 들어가니 테이블 하나가 남아 있었습니다. 또 냉큼 착석해주어야죠!

6개의 테이블을 갖춘 수제버거 맛집인 <버거 서커스> 실내에는 생일 축하를 하고 있는 커플들과 울부짖는 꼬마를 데려온 부부가 시선을 끌었습니다. 너무 낮술이 당겼지만, 참았습니다. 오늘처럼 찌는 듯이 더운 날에 낮술을 마셨다간, 아마도 오후에 사무실로 돌아가 잘 것 같습니다.

초행이니만큼, 클래식 버거와 콤보(감자튀김과 자체 음료)를 주문했습니다.

이거 분위기가 너무 블링블링해서 예상 외였습니다. 연인들과 함께 오면 참 좋을 것 같았습니다.

나오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는 콜라를 주문했는데, 라임과 레몬, 기타 알 수 없는 재료를 넣은 수제 음료가 나왔습니다. 물론 콜라 베이스였죠. 데킬라 같은 맛이 나서(소금도 묻어 있었습니다) 더욱 술이 당겼지만 참았습니다. 여기 감자튀김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맛있어서 유명하다고 했는데, 저는 기본 감자튀김을 무척이나 맛나게 먹었습니다. 사진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 찍다 보니 햄버거 친구가 굉장히 작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저렇게 초라하지 않습니다.

토마토와 양상추, 두터운 쇠고기 패티와 잘 구운 번, 그리고 특제 소스가 버무려서 아주 만족스러운 맛을 내었습니다. 바닥 쪽의 빵이 아주 단단하고 바삭바삭하게 구워진 것이 매우 특이했습니다. 덕분에 햄버거 전체 모양이 무너지지 않아서 먹기 좋았습니다. 색다른 아이디어였습니다. 고독한 미식가에게 무슨 많은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요.


먹다 보니 어제 먹은 맥주 탓인지, 아랫배가 살짝 아파왔습니다. 그런데 <버거 서커스>에는 남자 화장실이 있기는 하지만 "큰 일"을 위한 시설이 준비되어 있지는 않더군요. 뭐, 딱히 급하지는 않아서 천천히 햄버거의 육즙을 즐기다가 나왔습니다. 대기하고 있던 커플이 잽싸게 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저는 지난 금요일에 방문했던 타이권(옛 홍콩경찰청)을 한 번 더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이지요. 홍콩에서 공중 화장실을 찾기란 은근히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형 공공시설에는 항상 깨끗한 화장실이 있으니, 미리 알아놓고 가면 좋습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953268&cid=67006&categoryId=67014


타이권과 연결되어 있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는 지하철 요금을 HKD2 할인해주는 "fare saver"가 있습니다. 거기에 옥토퍼스 카드를 찍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어마어마하게 운동을 열심히 해서 조각 같은 몸을 지닌 홍콩 여성이 그을린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제 앞에 먼저 카드를 찍습니다. "Sorry." 홍콩에서는 "Excuse me."란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우리가 응당 "익스큐즈 미"라고 해야 할 때, 홍콩 사람들은 "Sorry."라고 합니다. 제가 영국에 살아보지 않아서,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Sorry."가 친근해질 때쯤 되니, 홍콩을 떠나게 되는군요. 날이 갈수록 시진핑化 되어가는 홍콩, 그러나 아직까지는 옛 멋스러움을 지니고 있는 "나의" 홍콩이 언제까지나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홍콩에 와서 1년 가까이 살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나의" 홍콩이란 표현이 떠올랐습니다. 이제 정말 홍콩의 "나의" 삶터로 여기게 되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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