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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3] 홍콩 몽콩 맛집 카페 <알케미스트>

The Alchemist Creative Coffee by GaBee


오늘은 2022년 6월 13일 월요일입니다. 홍콩은 6월 들어 이미 우기로 접어들었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비가 내리는 중입니다. 홍콩은 11월에서 3월까지가 가장 좋은 날씨인데, 그 가운데 1월에서 2월 초까지는 생각보다 춥습니다. 그래서 홍콩 여행은 핼로윈 페스티벌이 있는 10월 마지막 날에서부터가 좋은 듯합니다. 오늘은 7시 이전에 출근해서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3시 반까지 열심히 일했습니다. 함께 부지런히 일했던 대학원생 B 또한 녹초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을 충전하기 위해, 4시쯤 이른 저녁을 먹고 다시 사무실에 복귀하기로 했습니다. 연구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소소한 행복이라고나 할까요. 하루 업무량을 채우기만 하면 되니까, 업무시간을 상대적으로 탄력있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당이 떨어졌으니, 당을 채우러 가야 하는데 어디를 갈까요? 저는 금세 몽콕 역 <알케미스트 The Alchemist Creative Coffee by GaBee>를 떠올렸습니다. 여기에는 사정이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저는 제가 홍콩에서 근무하게 되는데 큰 도움을 준 중문대학교 박사과정 최국 후배 및 대학원생 B와 함께 몽콕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텐동 레스토랑에서 맛있게 저녁 식사를 마친 뒤 2차로 티 타임을 가졌는데, 홍콩의 맛집에 정통한 B가 <알케미스트>를 추천했습니다. 그녀의 선택은 무조건 옳기 때문에, 우리는 두말 않고 뒤를 졸졸 쫓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만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맙소사, 줄이 어찌나 긴지 적어도 1시간 안에 입장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홍콩에 온 지 1년 가까이 되었지만, 이렇게 긴 줄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홍콩 로컬들에게 매우 큰 사랑을 받는다는 증거이겠지요? 결국 우리는 다른 커피숍을 찾아나섰지만, 저는 조만간에 꼭 이곳을 방문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때가 온 것이지요. 평일인 월요일, 그것도 오후 4시? 줄을 설 일은 없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생 B와 저는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몽콕 역으로 향했습니다. 


후텁지근한 홍콩의 대기를 뚫고 도착하니, 다행스럽게도 대기 인원이 없었습니다.(위의 사진은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실제로는 입구에 항상 사람들이 몰려 있습니다.) 우리는 운이 매우 좋아 심지어 바깥 풍경이 매우 잘 보이는 창가에 착석할 수 있었습니다. 

홍콩 대부분의 레스토랑에는 <런치 메뉴> 이외에도 <애프터눈 티 메뉴>가 별도로 제공됩니다. 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에 제공되는 <애프터눈 티 메뉴>는 한국의 호텔에서 제공되는 애프터눈 티 세트와는 다릅니다. 굉장히 다양한 식사류가 제공되며,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지요. 

이렇게 흐릿하게 찍을 생각이 없었는데 참으로 희한합니다. 하지만 덕분에 뭔가 더욱 분위기가 있어 보이는군요. 일단 메뉴의 비주얼을 보니, 어째서 이 레스토랑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대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레스토랑은 친환경을 모토로 하는 것과 동시에, 데코레이션에 무척이나 신경을 썼습니다. 실제로 저 사진보다 더욱 맛깔스럽게 멋을 낸 디쉬가 제공되더군요. 저는 "일본 스타일 연어 피자"에 콜라를 주문했고, B는 고구마튀김과 홍콩 정통 롤이 함께 담긴 인기 메뉴 및 레몬-파인애플 티를 골랐습니다. 두 메뉴 모두 HKD 68이었습니다.(10% 서비스 차지 제외)

레스토랑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매우 밝으면서도 차분하고, 깔끔합니다. 음악도 아주 조용하니 좋습니다. 한참 비가 내리다 그쳐서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도 눈부십니다. 가라앉았던 기분이 한층 나아집니다. 

드디어 B가 고른 메뉴가 나왔습니다. 제가 사진 못 찍는 것으로 유명하니, 실제 비주얼은 2배 이상 낫다고 보시면 됩니다. 워낙 정갈하게 잘 나왔는데, 소시지와 고구마튀김이 홍콩 롤과 타코(문어)볼과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보였습니다. 솔직히 동양과 서양의 대표적인 술안주가 이처럼 보란 듯이 한 접시에 제공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양이 결코 적지 않아서, 혼자서 먹기에는 벅찰 정도였습니다. 아, 맥주를 시켰어야 했나요? 하지만 무려 오후 4시에 사무실을 빠져나왔으니, 복귀해서 다시 업무를 마무리해야겠지요. 언제나 선택은 어렵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의 주인공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아니, 도대체 이 괴물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바삭하고 노릇하게 잘 구워진 빵 위에 참깨 드레싱을 끼얹고, 각종 채소와 함께 훈제 연어가 듬뿍 올라 앉았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무려 피자 위에 "가쓰오부시"가 춤을 추고 있다니요! 피자 위에 가쓰오부시!! 제 브런치를 꾸준히 읽어주신 독자께서는 아마 제가 음식으로 이렇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신 적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며칠 전부터 "오코노미야키"가 그렇게 먹고 싶었습니다. 사먹으면 되지 않냐고요? 맛집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한 달 뒤 귀국하면 먹을까 하고 마음을 접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무려 피자 위에 가쓰오부시? 저는 홍콩에 사시거나 조만간 방문하실 분들께 <알케미스트>의 <일본풍 연어 피자>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저말 이 메뉴는 다른 곳에 가서는 경험 못합니다. 게다가 홍콩은 외식비가 한국에 비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잘 모르고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내상이 장난 아닙니다. 이 메뉴는 정말 제가 맛을 보장합니다. 게다가 가격도 음료수 포함 HKD 68이니, 본인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내상 위험이 없습니다. 어차피 홍콩 어디를 가도 이보다 저렴하게 멋진 음식을 즐기기 어려우니까요. 적어도 저는 여기 혼자라도 몇 번이고 찾아올 용의가 있습니다. 레스토랑 분위기나 음식 맛이나 가격을 놓고 보았을 때, 특히 애프터눈 티 타임에 오시는 여성들께서는 절대 후회 없으실 것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이스트 몽콕 역>까지 걸어가서 지상철을 탑니다. 사무실까지 지하철로 한 정거장입니다. 오는 길에 B로부터 <이자카야 신칸센>이라는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를 추천받았습니다. 지방 출장이 잦은 샐러리맨이 출장지에서 맛있는 현지 음식과 사케를 구입한 뒤, 신칸센 안에서 한 상 차려서 도착할 때까지 "고독한 미식"을 즐긴다는 내용입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스타일의 드라마인지라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에피소드 1을 시청했습니다. 역시 기대했던 만큼이나 좋았습니다. 아울러 사케가 무척이나 당기더군요. 저녁 식사를 지나치게 일찍 했던 탓일까요? <페스티벌 워크>에 가서 술 구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원피스>를 소재로 한 아사히 커피만 실컷 보고 왔습니다. 첫째, 오타쿠스러운 포장을 내놓는다는 것이 좋았고 둘째, 무려 "아사히"가 캔커피를 판매한다는 것도 처음 알아서 즐거웠습니다. 약한 카페인 알레르기가 있어서 구매해 마시지는 않았지만, 아마 한 번 쯤은 각오하고 사마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6kJc89cbJ4

<유튜브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일본 회사원들이 퇴근하고 집에 가기 싫을 때>

사무실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호텔로 돌아와 제가 한 때 즐겨 보았던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유튜브 채널을 방문했습니다. 우와, 제가 홍콩 호텔에서 자가격리할 때 본 뒤로 잊고 살았는데, 어느새 구독자 40만이 넘는 인기 채널이 되었군요! 특히 위에 링크한 에피소드는 조회수가 270만이 넘은 최고 인기 동영상입니다. 오사카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은 '우라난바' 지역에서 퇴근 후 샐러리맨이 맥주와 맛난 안주로 스트레스를 푸는 컨셉이었습니다. 주인공인 '마츠다'는 일본-한국 혼혈인인데, 초중고를 한국에서 나왔습니다. 한국말이 자연스럽다 못해, 외국인 특유의 억양이 전혀 없습니다. 50대 꽃중남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인간적으로 참으로 편하고 멋집니다. 제가 오사카에 가면 꼭 만나서 술 한 잔 같이 하고 싶은 분입니다. 저도 이 영상을 보면서 오늘은 하루를 편히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이제 일본 하늘길이 열리면 많은 한국분들이 오사카를 방문할텐데, 아마 잘생긴 '마츠다' 부장을 마주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이 채널을 미리 보고 가시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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