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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3-1] 홍콩 몽콕 한국치킨 인기점 <아웃닭>

오늘은 2022년 6월 23일 목요일입니다. 6월 들어 가장 화창한 날씨를 보이는 가운데, 제가 있는 홍콩시티대학 CEACOP은 몽만와이 빌딩에서 리 빌딩으로 사무실을 옮겼습니다. 정확한 이동 시간을 알려주지 않아서 벌 서듯이 대기했는데,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이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래도 짐이 많지 않아 이사 자체는 5시 이전에 모두 완료되었고, 짐 정리를 하고 나니 6시 반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정말로 고생했으니, 대학원생 B와 함께 치맥을 하러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몽콕을 지나다닐 때마다 <아웃닭> 간판이 계속 제 눈길을 끌었기 때문에, 우리는 두 번 고민하지 않고 <아웃닭>으로 정했습니다. 저는 한국에 있을 때에도 <아웃닭>을 유독 좋아했습니다. 치킨 자체가 제 취향이었고 양도 많았으며, 분위기 또한 힙하고 감자튀김 등이 곁들여 나오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홍대와 노원의 <아웃닭>을 참으로 많이 찾았었는데, 이제 홍콩에서 가게 되었네요.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대기줄이 있었습니다. 다만 거의 기다리는 시간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입장하는 순간 우리 둘은 매우 놀랐습니다. 매장 규모가 꽤 컸는데, 손님이 가득하고 매우 분위기가 소란하고 활발했습니다. 한 마디로 여기는 홍콩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핫 플레이스였던 것이지요. 여성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남성들은 대체로 그냥 여친과 함께 오는 분위기였습니다. 

뭐랄까, 대단히 한국적인 바이브가 있어서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90년대에 경영학을 공부할 때에는 "현지화"라는 개념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예컨대 한국 음식을 미국에 진출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2022년의 세계 젊은이들은 현지화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가장 한국적인 맛과 바이브를 내는 레스토랑에 가서 한국을 즐기고자 합니다. 

계산대 왼쪽 벽에는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사진이 가득하고, "부산 남포 치즈등갈비" "서울 홍대 양념치킨" 등의 앙증맞은 글들이 보입니다. 만약 한국에 있는 홍콩 레스토랑에서 광동어로 저와 유사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면 저같은 늙은이는 귀찮아서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 홍콩 젊은이들은 아마 감을 잡고 있겠지요.  

제가 부산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아웃닭>이 부산에서 시작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군요. 어쩐지 유달리 당기더라~. 오른편에 흐릿하게 가격이 보이는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습니다. 후라이드 치킨이HKD168인데, 홍콩에 진출해 있는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는 더 비쌉니다. 우리는 후라이드 반-양념 반 반반치킨과 호가든 500ml 2잔을 주문했습니다.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아웃닭>에 대한 내용이 메뉴판 뒷면에 자세하네요. 홍콩에는 매장이 2개이고, 특이하게도 말레이시아에 무려 3개의 매장이 있네요? 솔직히 이렇게 매장이 많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홍대와 노원밖에 몰랐는데...

굉장히 특이하게도, 막걸리를 치킨집에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설마 치킨에 막걸리를 누가 먹겠냐 했는데, 바로 저를 기준으로 우리 왼쪽 테이블의 여성들이 떢볶이에 치킨에 막걸리를 즐기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홍콩 친구들은 술을 참 안 마십니다. 우리 오른쪽 테이블은 남자 셋 여자 셋의 풋풋한 대학생들이 치킨과 아래 사진의 레시피를 즐기고 있었는데, 모두 레모네이드를 마시고 있더군요. 

홍콩 <아웃닭>에서는 해물파전과 김치전, 짬뽕과 짜장면, 김밥 등 어지간한 한국음식은 다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한국적인 맛으로 내놓으면, 이제 홍콩 젊은이들이 "알아서" 현지화 작업에 들어갑니다. 우리에게 치킨이면 당연히 맥주이지만, 이들은 치킨에 막걸리를 마시고, 닭집에 와서도 술 대신 블루에이드를 마십니다. 한국인이라면 참으로 선택하지 않을 조합들이 현지인들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지요. 이래서 또 교훈을 얻습니다. 그냥 내가 가장 잘 하는 방식으로 내놓으면, 나머지는 고객들이 알아서 한다는 것이지요. 

드디어 우리 메뉴가 나왔습니다! 후라이드 치킨과 양념 치킨에 감자튀김이 잘 섞여 나왔네요. 옆에 한국식으로 다양한 소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호가든 잔 크기가 어마어마하네요! 솔직히 치킨에는 하이네켄 등의 무난한 맥주가 어울리는데, 향이 좀 있는 호가든도 좋았습니다. 우리 둘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옆 테이블의 젊은 여성이 우리에게 한국어로 반갑게 인사합니다. 제 맞은편에 앉아 있었는지라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어로 신나게 떠드는 우리를 계속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으니까요. 그녀의 영어는 아주 훌륭했고, 한국어는 비록 몇 마디 하지 못했지만 발음이 꽤나 정확했습니다. 해외에 나가서 사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자국의 이미지가 자신의 운신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이루 말하기 어렵습니다. 본토 중국(mainland China)인들은 홍콩에서조차도 멸시를 당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인들이 받는 무시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지요. 하지만 적어도 홍콩에서 한국은 일본 이상으로 이미지가 좋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미국이나 유럽보다 이미지가 더욱 좋은 듯합니다. 결국 서양인들은 뭔가 자신들과 이질적인 느낌이 있는 반면에, 수천 년의 역사와 문화를 일정 부분 공유해 온 한국인들은 외모에서조차도 벌써 친근하겠지요. 홍콩시티대학 정문에 최근 새로 배치된 푸짐한 아주머니 경비원은 저를 볼 때마다 "안녕하세요! 사랑해요!"를 외칩니다. 제가 하루에 몇 번씩이나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노력하지 않고 얻은 이와 같은 환대를 당연하게 생각하기보다는 감사하며 살아야 할 터입니다. 


<아웃닭> 몽콕 지점은 분위기 최고, 그리고 맛과 양 또한 홍콩 기준으로 최상급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과 큰 차이를 못 느꼈습니다. 하지만 홍콩에 진출해 있는 다른 한국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 한국과는 맛의 차이가 꽤 있었습니다. 이제 귀국까지 2주 남았습니다. 그 사이에 또 부지런히 이런 저런 곳들을 방문해서, 후회 없는 추억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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