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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침사추이 최고의 이자카야 <사케바야시酒林>

오늘은 2022년 6월 29일 수요일, 오전 업무를 마치고 난 뒤, 12시에 곧바로 홍콩시티대학 사무실을 나가 무작정 삼수이포(Sham Shui Po)를 향해 무작정 걸었습니다. 저는 강렬하게 내려쬐는 땡볕 아래 무작정 걷는 것이 좋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방문한 유럽, 온종일 타는 듯한 태양 아래 로마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너무도 선명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홍콩으로 출발하기 직전인 2021년 6월 30일에도 저는뙤악볕 아래에서  속초 어딘가를 헤매고 있었습니다.  

https://brunch.co.kr/@joogangl/288

걷기를 마치고 사무실에 복귀하니 오후 2시, 인수인계를 비롯한 여러 작업들을 마치고 나니 5시가 넘었습니다. 매주 수요일 저녁은 대학원생 B와 맛집을 탐방하는 날입니다. 오늘은 B의 촉에 따라, 침사추이에 있는 이자카야 <사케바야시>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홍콩의 올림픽 역 근처에서 운영되고 있던 이 사케 바는 침사추이로 옮겨온 지 얼마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관광객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예전에 묵었던 숙소 근처에 소재하고 있었습니다. <사케바야시>까지 걸어오는 길에 멋진 술집이 많아서 그대로 입장할 뻔했습니다만, 위기를 잘 넘겨서 오늘 대어를 낚았습니다. 

올림픽 역 근처에서 영업할 때에는 저와 같이 고풍스러운 입구를 자랑했습니다만....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건물 13층에 들어서면, 저렇게 뜬금없이 이자카야로 들어서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옛날 모습이 더 마음에 들지만, 여기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부이죠. 

제 부족한 촬영 기술을 탓할 수밖에 없네요. 영어가 능통한 마스터의 안내를 받아 들어온 실내는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탁 트인 모습을 보입니다. 분위기는 매우 밝으며 잔잔한 음악이 매우 편안합니다. 제가 홍콩에서 본 바bar 가운데 가장 정갈하고 깨끗하며 세련되고 고급진 인테리어를 지녔습니다. 들어서자마자 오직 감탄만 나왔습니다. 같이 간 B도 처음 온 곳인지라, 매우 놀라며 좋아했습니다.

 

메뉴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격은 평범한 수준입니다. 이렇게 멋진 분위기를 바bar라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도 해피 아워가 있군요. 하지만 이미 시간대를 훌쩍 넘겼습니다. 저는 일단 산토리 생맥주로 시작했고, B는 마스터의 추천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사히 맥주를 좋아합니다. 산토리 맥주는 약간 짭조름한 맛이 있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개운함이 덜합니다. 하지만 '산토리 프리미엄 몰트'는 하찮게 대접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지요. 깔끔한 맛이 시원한 실내 공기와 잘 어울렸습니다.  

B는 일본주를 추천받았습니다. 마스터가 와서 매우 부지런히 설명해줍니다. 일본주에 대한 지식이 놀라웠지만, 홍콩 로컬이 그것을 영어로 다 풀어서 말할 수 있다는 점이 대단했습니다. '여름 사케' 가운데 맛이 깔끔하고 다소 도수가 높아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한참을 설명하고 난 뒤에, 사케 병을 얼마간 우리 앞에 놓아두고 떠났습니다. 사케를 좋아하는 분들은 꼭 그 병을 확인해보고 싶어하죠. 저도 그렇습니다만, 왠지 병에 손을 대기가 망설여졌습니다. 이 사케는 "후모토이 나쯔준긴フモトヰ 夏純吟 (ナツジュンギン)"입니다. 여름 사케가 따로 있다니, 참으로 멋진 술 문화입니다. 

  https://www.kigawaya.com/sake/fumoto/natsu-jyungin.html

치즈가 가득한 튀김과 우동을 겸한 오뎅을 시켰는데, 아주 만족했습니다. 역시 사케에는 오뎅이죠(일본 요리인지라 어묵이라고 표기하지 않겠습니다.) 참고로 홍콩에서 저렇게 물컵을 내올 때에는 보통 식기를 담궈서 세척하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웨스턴 스타일의 바에서는 마시는 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오뎅 육수 안에서 놀고 있는 계란이 무척이나 단단하게 익어서 놀랐습니다. 여기는 단품 요리가 대부분 HKD100 이하입니다. 그래서 해피 아워 시간에 와서 하우스 사케 2+1과 오뎅탕 한 그릇을 주문하면, 최고의 분위기 속에 만족스러운 저녁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부어라 마셔라 모드로 들어가면 얼마나 나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예약을 하고 오지 않은 탓에, 우리는 8시가 되기 전에 일어서야만 했습니다. 지난 코로나 기간 동안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예약이 필요없었습니다. 그만큼 경기가 어려웠지요. 하지만 6월 들어서면서부터, 요식업이 살아나는 것이 점점 눈에 보였습니다. 단적인 사례로, 예약을 하지 않으면 멋진 레스토랑을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여기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하는 수 없었습니다. 

바텐더 뒤로 흑칠판이 보이지요? 술 종류가 수시로 바뀝니다. 위에서 언급한 사케는 4번 타자였습니다. 이어서 3번을 주문했었는데, 자기 주장이 약해서 심심했습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술 또한 자기 색깔이 있어야 좋습니다. 

혼자 오는 손님들은 저와 같이 창가에 앉아 침사추이의 야경을 즐기면서 혼술을 만끽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오늘은 "고독한 미식가"가 보이지 않네요.  

창가 끝에는 일본어와 광동어, 그리고 영어로 된 일본주 전문 서적들이 꽂혀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레스토랑 구석 하나하나까지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 1차는 침사추이의 멋진 이자카야인 <사케바야시>에서 보냈습니다. 홍콩으로 주말 여행을 오는 관광객은 대부분 침사추이에 숙소를 정합니다. 그리고 홍콩을 자주 드나드신 분들이라면, 이제 딤섬이나 제니 쿠키, 완탕면이나 운남식 쌀국수에 물리실 만도 합니다. 제가 이 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센트럴 구역의 세련됨을 고스란히 지니면서도 동시에 번잡하지 않고 서양인들이 적습니다. 단정하게 차려 입은 로컬들 속에서 마음 놓고 편안하게 분위기를 즐길 수 있지요. 그러면서도 일본이나 한국과는 전혀 다른 바이브를 풍깁니다. 홍콩의 센트럴과 일본의 쿄토를 섞어놓은 듯한 오묘한 분위기! 하지만 바로 이런 동서양의 묘한 조화가 바로 홍콩의 참된 맛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홍콩을 다시 찾게 된다면, 얼마든지 지인들을 모시고 한 잔 하러 올 용의가 있습니다. 다만 재방문시에는 반드시 예약을 하고 오겠습니다. <사케바야시>를 나서니, 이제 고작 8시입니다. 한국인이 이대로 귀가할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또 하나의 EYE-POPPING 레스토랑을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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