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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침사추이 최고의 태국 레스토랑 <아속 타이 가든>

2022년 6월 29일 

침사추이의 멋진 이자카야인 <사케바야시>에서 1차를 마치고 나오니 저녁 8시였습니다. 이대로 귀가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대학원생 B와 함께 평소 염두에 두었던 일식 거리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가 마음에 들어하는 이자카야는 죄다 만석이었고, 풀 부킹이었습니다. 홍콩 경제가 살아나니 얼마나 좋습니까만, 문제는 우리가 앉아서 술 한 잔 할 곳이 없네요. 그래서 이리저리 빙빙 돌다, 제가 사랑하는 라이브 재즈 바인 <네드 켈리 NED KELLY'S LAST STAND> 근처로 이동했습니다. 그 허름한 골목 끝에 멋진 이자카야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참고로 홍콩이 자랑하는 명소 가운데 하나인 <네드 켈리>는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라이브 공연을 하지 않습니다. 하루빨리 공연이 재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홍콩 침사추이에 숙소를 정하는 분이라면 반드시! 꼭! 기어코! 방문해야 하는 곳입니다. 해피 아워가 무려 저녁 9시까지라서, 시원한 홍콩 로컬 수제 맥주 한 잔 하면서 9시 반 공연을 기다리는 꿀잼이 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또 하나의 라이브 공연 바인 <올 나잇 롱>은 코로나 시국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니 무조건 있을 때 가야 합니다. 제가 째려 보고 있던 비건 뷔페 또한 올초까지 영업하다가 얼마 전 문을 닫았습니다. 정말 후회가 막심합니다.    

https://brunch.co.kr/@joogangl/314 


자, 그런데 우리가 목적한 이자카야 근처까지 걸어왔는데 우리 눈에는 다른 레스토랑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저리 사람이 많을 수가 있을까. 게다가 분위기가 장난 아닙니다. 여기는 반드시 오늘 저녁에 입장해야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하지만 자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단 말은 건네 봐야죠. 우와, 운이 좋습니다. 하나 남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일단 이 레스토랑의 이름은 <아속 타이 가든>입니다. 아속은 방콕 중심가 중 한 곳이지요. <아속 타이 가든>의 페이스북을 방문하니, 최초 게시글의 날짜가 2021년 11월 24일이었습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흥 강자인가 봅니다. 한국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는 검색해도 전혀 정보가 나오지 않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오픈했으니, 없을 만도 하지요. 그러나 로컬들에게는 꽤 알려져 있는 듯합니다. 일단 전문 잡지에서 제공하는 사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asiadesigners.com
asiadesigners.com

보시는 바와 같이, 실내가 매우 넓고 태국 푸켓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내고 있지요. 홍콩 물가를 생각하면 가격이 살벌할 듯도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정도 분위기를 내는 한국 타이 레스토랑보다 오히려 저렴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니, 왼편에는 계산대와 바bar가 있고, 오른편에는 테이블석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여러 테이블석 가운데 한 곳으로 안내받았습니다. 

우리 왼편에 앉은 젊은 여성 둘은 생일 축하를 하러 왔습니다. 홍콩 사람들은 보통 개미보다도 적게 먹는데, 이 분들은 무려 3개나 디쉬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happy birth day"가 적힌 케이크를 따로 받더군요. 메뉴에서는 보지 못한 듯한데, 이곳의 특별 서비스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공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오른편에 앉은 멋진 홍콩 여성들 또한 메뉴를 3개 시켰습니다. 반면에 1차를 이미 마치고 온 우리 둘은 한국인답지 않게 플래터 하나만을 주문했습니다. 여기 분위기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대부분이 홍콩 로컬들이기에, 센트럴의 서양인처럼 시끄럽지 않습니다. 긍정적인 바이브가 매장 안에 가득합니다. 이제 메뉴를 술 중심으로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흥미롭게도 주류에는 태국의 지역 이름이 붙었습니다. <방콕>은 카오산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킷칵테일 을 맛깔스러운 재료로 재탄생시켰습니다. <파타야>는 색깔만 봐도 무슨 맛인지 알 수 있는데, 아쉽게도 sold-out되었습니다. 

<치앙마이>는 고급스러운 주전자에 담겨 나옵니다만, 역시 술입니다. 푸켓 또한 젊은 여성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주문해야 하는 비주얼을 하고 있습니다. 

<코 사무이>와 <골든 트라이앵글> 가운데, B는 마약이 녹아 있을 것만 같은 화려한 비주얼의 후자를 주문했습니다. 저는 뭐, <방콕>으로 갔습니다. 사실 우리 옆 테이블, 그리고 건너 테이블 모두 <방콕>을 마시고 있더군요. 소심한 저는 무조건 안전빵입니다. 

드디어 저의 <방콕>이 나왔습니다. 이야, 라임과 시나몬이 담겨 있는데, 맛이 아주 끝내줬습니다. 비록 카오산로드에서 제조되는 것처럼 <쌩쏨> 베이스는 아니었지만, 훨씬 더 정갈하고 고급진 맛을 보여주었습니다. 녹말 스트로로 홀짝거리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윽고 플래터가 나왔습니다. 바삭하게 튀겨진 해산물, 고수와 돼지고기, 닭고기 미트볼, 후추를 뿌린 빵, 닭꼬치, 구운 파인애플 등이 정갈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태국 특유의 소스에 꼬치를 찍어 먹는 것이 좋았습니다. 놀랍도록 맛있었습니다. 

오른편 상단에 B가 주문한 <골든 트라이앵글>이 보입니다. 라임 향이 나는데, 후추를 가미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후추가 바닥으로 가라앉으면서, 마실 때마다 코가 쎄한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저기 꽂힌 두 개의 커다란 잎사귀는 무엇일까, 정체를 알 수 없었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갖춘 20~30대 홍콩 로컬들이 어떤 장소를 방문하는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제가 만나본 대학원생들은 죄다 서양인들이 가는 장소를 꺼려했습니다. 서른 살이 넘었는데 란 콰이펑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분을 2명이나 보았습니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센트럴 지역 또한 젊은 홍콩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금융권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야 제일 가까우니까 그곳으로 가겠지만, 평범한 홍콩 젊은이들은 어디를 가는 것일까요? 저는 이 곳이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웃고 떠드는 사이 어느샌가 저녁 10시가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아속 타이 가든>은 10시까지만 운영한다고 합니다. 사진에 적힌 시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는 10시 1분에 레스토랑을 떴는데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사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12시까지 영업을 허용하고 있으니, 우리처럼 당장에 벌떡 일어날 필요는 없었던 셈이지요. 라스트 오더를 9시 반에 받았으니, 그냥 10시 정각에 일어났을 따름입니다. 아뿔싸, 조금만 더 뻔뻔스러웠으면 좋을 뻔했습니다. 


사람들이 홍콩을 찾는 이유는 홍콩의 천 가지 얼굴만큼이나 다양할 터입니다. 침사추이 디스트릭트에는 수많은 식당들이 생겨났다 사라집니다. 그래서 딱히 "어디가 좋습니다!"라고 권해 드리기도 뭣합니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에 홍콩을 찾으시는 분이라면, <사케하야시> 이자카야와 <아속 타이 가든> 레스토랑만큼은 꼭 한 번 들러보셨으면 합니다. 정말로 후회없는 경험을 하시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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