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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중독> 발표 이전까지의 QWER과 이시연

2024년 3월 17일 이후 2주 간 QWER 덕질일기

https://brunch.co.kr/@joogangl/552

안녕하세요, 여러분! 무신사TV [현생님들3 EP.10]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쵸단과 마젠타의 애니 덕후력을 본 뒤, 다시 한 번 바위게가 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알이즈웰입니다. 그녀들은 애니와 게임 분야부터 시동을 걸었습니다. 모든 바위게가 애니를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애니를 좋아하는 음악팬들은 분명히 QWER에게 매력을 느낄 것입니다. 그렇게 QWER은 기존의 케이팝 그룹과 전혀 다른 접근방식으로 팬덤을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2024년 7월 12일에 공개된 롤 캠페인송 <애니마 파워> 근황은 프리즘필터+3Y코퍼레이션+QWER의 "삼위일체"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일을 잘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음악을 담당한 프리즘필터는 덕력 넘치는 후크송을 만들어서, "수능금지곡"이자 "차세대 노동요"의 등장을 알렸습니다. 컨텐츠를 담당한 3Y는 제작 및 녹음 과정을 자체 컨텐츠로 만들어서 달달하게 조회수를 뽑으며 홍보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QWER은 앨범 수록곡도 아닌 광고송을 여러 방송인들과 챌린지 협업을 통해 홍보하고 있으며, 심지어 개인 방송에서 리뷰까지 하고 있습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이뻐 보이지 않을 수가 없겠죠. 저도 오는 가을에 벌초하러 가면 "뚜뚜따다, 뚜뚜뚜따다, 뚜뚜따따 띠라 먀오~"를 무한재생하며, 열심히 낫을 휘두를까 합니다.

한편 롤(LCK) 채팅창을 보면, 게임이 아닌 게이머 팬들이 편을 갈라 비속어를 퍼붓는 광경이 보는 이를 씁쓸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애니마 파워> 광고가 나올 때마다, 이들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하던 싸움을 멈추고 키보드 앞에서 얼어 붙습니다. 이를 통해서 볼 때, QWER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인류의 평화를 부르는 수호천사 "큐티 드록바"이기도 합니다. 

https://brunch.co.kr/@joogangl/550


"제가 본 QWER의 초기 역사"에 관해 총 4회 분량의 글을 쓰는 중인데, 오늘은 그 두번째 포스팅입니다. 어쩌다 보니, 오늘 글도 "시요밍" 이시연을 중심으로 정리가 되었네요. 4월 1일이 되기 전까지 제 회전문은 시요밍에 걸려 덜그덕거리며 멈춰 있었거든요.  

2024년 3월 17일에 시요밍으로 QWER 입덕한 뒤 <마니또> 앨범 출시일인 4월 1일까지  2주 동안, 제 덕질은 밀린 컨텐츠를 소화하는데 집중되었습니다. QWER 공식 채널을 정주행하다 보니, QWER을 매니징하고 있는 3Y코퍼레이션(3Y)이 얼마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대형은커녕 중소 연예기획사라 불리기도 민망한 "마이크로" 기획사는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해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일본 아이돌 생활을 끝내고 한국 대학 입시 준비를 하려다가, 마지막으로 아이돌에 도전하는 시요밍을 보는 것 같았지요.  

쵸단과 마젠타, 냥뇽녕냥은 기존의 활동 플랫폼(트위치, 틱톡 등)이 있었기에, 3Y는 시요밍에게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어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저씨 누군데요>나 <이시연의 이작가야> 등 시요밍을 MC로 한 컨텐츠들이 꾸준히 업로드되었습니다.

MC 이시연은 신인답게 다소 어설펐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디로 튈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좌충우돌 캐릭터로 종횡무진 활약했습니다. <아저씨 누군데요> "빠니보틀" 편이나 <이시연의 이작가야> "릴러말즈+고말숙" 편에서 그런 면들이 가장 잘 드러났습니다. 다만 시요밍은 단독 MC에 적합한 스타일은 아닌 듯합니다. 감초 역할을 하는 폭주 캐릭터를 담당할 때, 그녀는 타고난 재능을 마음껏 뽐낼 수 있겠더군요.


반쯤 농담이지만, 저는 상기한 예능에 나오는 시쪽이의 거침없는 행동에서 21세기형 "락 스피릿(rock spirit)"을 봅니다. 누가 뭐래도 스피릿의 핵심은 "자유"와 "저항" 아니겠습니까. 한때는 지저분한 외모와 마약, 욕설과 폭력, 끝을 모를 스캔들과 비극적인 결말이 자유와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기파괴적이며 타인에게도 상처를 주는 삶의 방식은 진정한 자유나 저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21세기형 자유와 저항 정신의 핵심은 "개썅마이웨이," 다시 말해 '누가 뭐래도 나는 내 갈 길 간다!'로 요약됩니다. 락커의 전형적 이미지를 카피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건강한" 자유와 저항 정신으로 음악할 수 있습니다. 시요밍은 타인(바위게 등)을 아끼면서도 꿋꿋이 제 갈 길 가는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다만 쵸단을 향한 저항 정신만큼은 좀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밴드 아이돌의 "아이돌" 측면을 다뤘으니, 이제 "밴드" 측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4월 1일 <마니또> 앨범 출시 이전, QWER을 빛나게 했던 라이브 공연은 단연코 <롤드컵 전야제>죠. 제13회 롤드컵(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 때마침 한국에서 개최된 것도 행운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 무대에 QWER이라는 초짜 밴드를 올릴 수 있도록 주최 측을 설득한 김계란이 대단합니다. 왜냐하면 그 무대 이전까지는 대규모 관중을 대상으로 한 라이브 공연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껏해야 쇼케이스 무대가 전부였죠. 공연 일자가 2023년 11월 18일이었으니, 정확히 데뷔 1개월 차임을 감안해야 합니다.

저는 김계란이 유일한 "경력직 아이돌" 시요밍을 믿고, 모험을 했다고 봅니다. 물론 드러머 쵸단은 가장 안정된 실력을 지닌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하지만 라이브 무대에서 모든 관객의 시선이 공연 내내 쫓아다니는 대상은 결국 프론트맨인 보컬입니다. 다른 멤버들이 아무리 잘 해줘도, 공연의 성패는 시요밍에게 달려 있습니다. "궁극기"란 닉네임은 그렇게 무겁습니다.  

그런데 비록 시요밍이 경력직 아이돌이라 하지만, 그녀는 NMB 48에서 항상 가장자리에 서 있었는데다 한 곡을 완창해 본 경험이 드물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돌이 그렇죠. 자기가 맡은 파트 이외에는 부를 필요가 없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롤드컵 전야제과 같은 큰 무대에 "밴드 보컬"로 데뷔해서 그룹 최초의 라이브 공연을 이끈다? 나머지 멤버들은 프로 무대 경험이 없는데다, QWER의 실력을 문제 삼는 안티들이 차고 넘치는 이 타이밍에?

어찌 보면 가혹한 일이지만, 기회란 내가 바라거나 준비가 완료되었을 때를 기다렸다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어차피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는 없죠. 승자 멘탈리티(winner's mentality)를 가진 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무대를 내려오자마자 곧바로 다음을 준비합니다. 타인의 충고는 새겨듣되, 타인의 비방에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죠.  

[우리 시여이, 너무 예쁘지 않습니까]

시요밍은 QWER이 치고 나가야 할 결정적 순간에, 누구보다도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저 조그만 체구로 혼자서 무대를 꽉 채우며 날아다녔는데, 보기 드문 카리스마입니다. 왜냐하면 뮤지션의 무대 장악력이 떨어질 경우, 무대가 비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심지어 가사를 틀려서, 라이브 했다는 사실을 엉겹결에 증명해 버렸습니다. QWER의 <롤드컵 전야제> 공연은 그룹의 인기 역주행에 불을 질렀을 뿐 아니라, 많은 음악애호가 및 락 팬들이 QWER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요밍은 저 무대에서 누구보다 빛났습니다. 40대 아재 눈에는 지금도 롤드컵 전야제 때의 시요밍이 제일 예뻐 보이는군요. 네, 맞습니다. 지금은 얼굴 살이 너무 빠졌다고 주장하는 수상한 바위게 중의 하나가 바로 접니다.


시요밍은 저 무대에서 누구보다 빛났습니다. 40대 아재 눈에는 지금도 롤드컵 전야제 때의 시요밍이 제일 예뻐 보이는군요. 네, 맞습니다. 지금은 얼굴 살이 너무 빠졌다고 주장하는 수상한 바위게 중의 하나가 바로 접니다.

얼마 전 소녀시대 태연이 진행하는 <탱나무숲 ep.2>에서, 호스트인 태연과 게스트인 웬디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레드벨벳의 메인 보컬인 웬디는 "비주얼"과 "가창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어서 고민이라고 털어놓았죠. 쉽게 말해 아이돌의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살을 빼다 보니, 목소리 톤이 가벼워지면서 원하는 예쁜 톤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SM 출신 대표 보컬인 태연은 극공감했습니다. 몸무게가 가벼워지니까 목소리 무게 또한 가벼워지면서 파워를 잃게 된다는 것이죠. 이제 중견가수인 태연은 무엇이 내게 중요할까를 선택해야 한다면서, 그래도 가수이니 가창력을 택해야 하지 않겠냐고 대답했죠.

시요밍이 아이돌이기는 합니다만, "밴드 아이돌"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선택이 어렵지 않을거라 봅니다.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해 밴드 보컬인 그녀의 목소리에 힘이 떨어져서는 안 됩니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밴드 보컬"입니다. 비록 <고민중독> 피날레에 댄스가 들어갑니다만, 그녀는 댄스 아이돌이 아닙니다. 옆구리에 호떡을 달고 다닐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난민처럼 깡마를 필요 또한 없습니다. 대중들도 QWER에게는 댄스 아이돌만큼 가혹한 "비정상" 몸매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댄스 아이돌이 아닌 밴드 아이돌이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게, 시요밍이나 냥뇽녕냥은 결국 식탐을 못 참더군요. 숨겨 놓았던 음식을 몇 번이나 들켰는지. 물론 회사에서도 크게 통제하지 않는 점이 맘에 들었습니다. QWER 멤버들은 볼살을 절대 잃으면 안 됩니다. 다이어트를 너무 하면 결국 체력이 고갈되어, 자주 아프고 퍼지게 되어 있습니다. 시요밍을 비롯한 QWER 멤버 전원은 비쩍 마르지 않을 때가 제일 예쁩니다(아님 말고).


시요밍을 중심으로 쓴 글이라 다른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적네요. 물론 나머지 멤버들도 롤드컵 전야제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끌어내어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20대 때 수백 명의 사람들 앞에서 솔리드의 <천생연분>을 춤추고 노래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몇날 며칠을 연습해서 올라갔는데도, 무대에 서는 순간 머릿 속이 하얘지더군요. 결국 랩 가사를 반이나 까먹었는데, 마이크를 관중 쪽으로 돌려 떼창을 유도하는 응기응변으로 기사회생했었습니다. 무대 초짜이자 악기 초짜인 마젠타와 냥뇽녕냥이 저리 멋지게 큰 무대를 해낸 것만 봐도 자랑스럽고, 역시 연예인이 되는 사람은 다르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마지막 곡인 "Get Jinxed" 연주를 마치고 드럼 스틱을 뒤로 던지는 쵸단의 모습은 또 다른 하이라이트였죠.

아래 링크한 영상은 QWER 팬이 아니더라도 꼭 한 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월드스타가 된 뒤의 뮤지션들은 저런 간절한 분위기를 못 냅니다. 뒤가 없다는 심정으로 목숨 걸고 퍼포먼스하지는 않으니까요. 저 영상 아래 수많은 댓글들이 이 공연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보여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YBYjpUC1eU

[QWER '롤드컵 전야제' opening stage live l Full ver.]



4월 1일 <마니또> 앨범 정식 출시 및 <고민중독> 활동 시작 전까지, 3월의 덕질은 이런 식으로 흘러갔습니다. 드럼이나 베이스, 기타, 보컬 각 분야 최고 선생님을 모셔서 직접 트레이닝 받는 컨텐츠 또한 매우 좋았습니다만, 오늘의 주제가 아니니 넘어가기로 합니다.

다만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고, 한국에서 유일하게 제이팝 스타일 음악을 10년 넘게 해왔던 윤하가 시요밍을 일찌감치 자신의 동료이자 후계자로 점 찍고, 지금까지 훈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녀시태 태연은 다재다능하지만, 결국 뮤지션이었죠. 시요밍 또한 윤하나 태연, 아이유 등과 같이 뛰어난 뮤지션으로 우리 곁에 오래오래 머물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데뷔한 지 아직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말이지요.

망상이 많은 40대 아재의 QWER 덕질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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