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고민중독>, QWER 전설의 시작

4월부터 내려오기 시작하는 QWER 팬덤의 다크서클 수난기

안녕하세요, 여러분! <에반게리온>을 이해하려고 성경을 정주행했다는 마젠타에게 두 손 두 발 다 든 알이즈웰입니다. 그녀가 아스카 랑그레이 코스프레를 한 사진을 봤는데 매우 잘 어울렸습니다. 아야나미 레이 코스프레는 역시 냥뇽녕냥 히나의 몫이죠. 두 멤버의 성격과 캐릭터 상성이 잘 맞는 듯합니다.

[마젠타-아스카, 냥뇽녕냥-레이]

오늘은 "제가 본 QWER의 초기 역사" 세번째 포스팅 시간인데, QWER 전설의 시작인 <고민중독> 발매 및 4월 말 대학축제 전까지 그녀들의 활동을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여기서 제가 사용한 "전설"은 QWER 지금까지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의미의 전설입니다.   


아이돌이 인기를 얻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좋은 곡과 좋은 보컬입니다.

일단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전담 프로듀싱하는 첫번째 가수가 QWER이라, 프리즘필터는 앨범 제작에 남달리 공을 들였습니다. 프리즘필터는 (여자)아이들의 "아딱질," 투어스의 "첫만남"을 만든, 2024년 현재 가장 핫한 작곡가그룹입니다. 아이즈원이나 아이유, 세븐틴 앨범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죠. 그리고 대부분의 가수는 초창기 앨범 때 가장 힘을 빡! 줍니다. QWER은 최고의 작곡가그룹에게 최고의 곡을 받았다는 점에서 행운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민중독>은 소녀시대의 <Oh!>와 트와이스의 <Cheer up!> 등 응원가풍 가요의 계보를 잇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치트키'죠.

QWER의 첫 미니앨범 <마니또>에 수록된 모든 곡들을 정주행한 뒤, 저는 "정말 맘에 꼭 드는 음반이 나왔다!"라고 감탄했습니다. 소녀시대 정규 데뷔앨범인 <소녀시대>(2007) 이후로 가장 사고 싶은 음반이었기 때문이죠.  

"명반"의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요. 제게 있어 "명반"이란, 타이틀곡을 포함한 수록곡 전부를 따라 부르고 싶고 실제로 가사를 거의 완벽하게 따라 부르게 되는 음반입니다. 그럴 경우, "저만의 명반" 자격을 획득하게 됩니다.

"다시 만난 세계"와 "키싱 유"를 수록한 데뷔앨범 <소녀시대>는 정말 모든 수록곡이 환상적이며, 저는 "baby baby"를 포함한 리패키지 1집 앨범 <Baby Baby>(2008)를 구매했었습니다. 소녀시대 이후로는 (취향이 까다로워서가 아니라) 집에 CD가 하도 많이 쌓여 있어서 피지컬 앨범을 잘 안 삽니다. 하지만 바위게라면...당연히...허허허. <마니또> 앨범, 정말 모든 곡을 따라 부르고 싶은 명반입니다.

[프로게이머 바이퍼의 앨범 인증]

다음으로 QWER은 이시연이라는 막강한 보컬리스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가창력"이라는 단어 또한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입니다. 자기 노래를 맛깔나게 살릴 수 있으면 좋은 보컬이죠.

다행스럽게도 시요밍의 가창력은 <고민중독> 활동 이전에도 이미 다수의 음악팬들에게 인정받았습니다. 발매되자마자 멜론 1,000위 안에 잠깐 들어왔다 사라졌던 데뷔곡 <디스코드>는 <HUB! OUR STAGE>와 <롤드컵 전야제>를 거치면서 27위까지 역주행했습니다. 샤랄라스튜디오의 <코인 없는 코인노래방-이시연 편>은 압도적 조회수를 기록했고요. QWER을 둘러싼 실력 논란은 보컬 이시연의 남다른 가창력으로 인해 상당히 가라앉았습니다.  

사실 안티나 전문가를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은 밴드 음악을 들을 때조차도 악기 연주자의 실력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스튜디오에서 완벽하게 녹음된 음원만 듣기 때문입니다. 그 가수의 팬덤이 아니고 콘서트장에 갈 것도 아닌 사람들에게, 카페나 술집에서 나오는 노래의 악기 연주 실력이 무슨 상관일까요? 들어봤자 잘 알지도 못하고요. 다만 온 국민이 노래방 가수인 나라인지라, 보컬 실력만큼은 눈에 불을 켜고 보죠. 그래서 아이돌의 가창력 논란이 끊이질 않는 것이고요. 반대로 보컬 실력이 두드러지면, 다른 실력 논란이 묻힙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시요밍의 탁월한 가창력은 QWER 실력 논란을 잠재우고 폭넓은 대중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기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노래와 좋은 보컬만으로는 인기 아이돌이 될 수 없습니다. 최소한의 필요조건에 불과하죠. 이제는 소속사인 3Y코퍼레이션(3Y) 및 멤버 개개인의 매력이 빛을 발해야 할 때였습니다(시요밍을 제외한 멤버들은 개인 소속사가 별도로 있습니다. QWER로 활동할 때에만 3Y를 소속사로 둡니다). 저는 여기에서 3Y의 놀라운 활동에 주목하고 싶습니다(순전히 저의 망상이니 재미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통상적으로, 아이돌은 봄에 앨범을 많이 냅니다. 왜냐하면 5월에 집중되는 대학 축제 행사를 돌아야 하기 때문이죠. QWER은 <디스코드> 활동으로 어느 정도 주목을 받았으며, <고민중독> 또한 대학 축제에서 분위기를 띄우기에 적합한 곡입니다. 당연히 5월 대학 축제를 염두에 두었겠죠.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대학 축제에서 검증될 "실력"과 "인기" 레벨을 4월 이내에 동시에 끌어올려야 했습니다. 이 불가능에 가까운 "나 혼자만 레벨업"을 3Y는 어떻게 해냈을까요?


제가 보기에 3Y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략을 나누어서, 온라인에서는 "인기"를, 오프라인에서는 "실력"을 견인했습니다. 먼저 "오프라인 실력" 부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오프라인 실력]

2024년 4월 현재, QWER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은 멤버는 쵸단과 시요밍이었습니다. 나머지 기타즈(마젠타와 냥뇽녕냥)는 악기 특성상, 논란 없는 수준의 라이브 연주를 위해서는 시간과 경험이 더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개인 연주가 아닌 "합주"이기 때문에, 애로 사항이 더욱 많았습니다. 밴드라는 특성상, 한 달 뒤 시작되는 축제 무대에서 라이브로 연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더욱이 8월 초에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라는 중대한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었죠.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QWER은 가능한 한 많이 군부대 위문 공연을 돌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오프라인 내공 연마" 작전이죠. 사소한 실수를 꼬투리 잡지 않는 우호적인 관중 앞에서 라이브 합주 실력을 가장 탁월하게 키울 수 있는 무대가 바로 군부대 위문 공연이었습니다. UDT 출신의 "핵인싸" 김계란의 노력으로, QWER은  군무대 공연을 거듭하며 라이브 실력을 키웠습니다. 군대 위문공연 전문 채널인 <위날>에서도 편집 영상을 꾸준히 올리며 서포트해주었습니다. QWER 영상 조회수가 가장 잘 나왔기 때문에 <위날>로서도 이득이었습니다.

하지만 <위날>이 QWER 인기에 한 몫 했다는 점은 조회수 숫자만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원래 <위날>은 조회수가 그다지 높은 채널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평범한 조회수의 영상들이 편집되어 온갖 커뮤니티와 유튜브에 퍼졌고, 여성뿐만 아니라 군인과 그 친구들을 시작으로 남성들에게도 큰 관심을 끌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대중픽이 되려면 남녀 모두의 사랑을 받아야 하니까요. 이런 노력 덕분에, 4월 말에 대학 축제를 돌기 시작했을 때 QWER은 "단기속성과정"을 훌륭히 마치고 멋진 라이브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인기]

다음으로 QWER의 "온라인 인기"를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던 3Y의 전략을 살펴봅시다. 사실 3Y는 연예기획사가 아니라 온라인컨텐츠 제작사입니다. 그래서 팬사인회 날짜를 앨범 발매 한참 뒤로 잡는 등, 아이돌 문화에 익숙한 바위게(QWER 팬덤)를 분노케 하는 여러 실수들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바위게들보다 공지사항을 늦게 올리는 일도 잦았죠.

하지만 경험 부족에서 오는 여러 실수에도 불구하고, 3Y는 대형기획사도 해내지 못할 쾌거를 일구었습니다. 즉, 온라인에서 QWER 컨텐츠를 "<진격의 거인> 지크 예거가 무지성 거인을 하늘에서 투하하는 것처럼" 무한 투척함으로써 온라인을 초토화시켜버렸습니다.

QWER은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와 "고민중독 댄스 챌린지"를 할 것처럼, 미친 듯이 챌린지를 해서 업로드했습니다. 밴드가 왜 댄스 챌린지를 하느냐는 프로불편러들의 지적도 있었지만, 챌린지를 하기에 제일 좋은 소재는 "댄스"죠. 그것이 단순한 밴드가 아닌, 밴드 아이돌의 장점이기도 하고요.  

또한 3Y는 QWER과 관련된 일이면 모두 후기 형식으로 컨텐츠를 제작해 올렸습니다. 음악방송 및 공중파 출연보다는 온라인 콘텐츠로 승부하겠다는 이들의 가성비 전략은 모두의 의구심을 뛰어넘어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멤버들이 온라인 컨텐츠 장인들이라는 점도 이런 전략의 핵심 성공 요인이죠.  

아울러 K-팝 전문 채널이 아닌 M-팝(밀리터리) 전문 채널인 <위날>은 동일한 공연을 다양한 각도로 촬영한 영상을 하루가 멀다 하고 업로드했고, 멤버들의 SNS 소통 및 개인 방송 또한 쏟아졌습니다. 게다가 사장인 김계란은 물론 매니저인 검은수염까지 QWER 관련 컨텐츠를 만들어 업로드했습니다. 이에 바위게들은 매니저 검은수염 굿즈까지 만들어서 공유하는 광기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윽고 물량 공세에 떡밥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바위게들은 울부짖었습니다. "제발 그만해~ 이러다 우리 다 죽어!" 

3Y는 "QWER 댄스 챌린지"를 중심으로 엄청난 양의 컨텐츠를 쏟아내는 동시에, 이시연을 중심으로 "뛰어난 보컬을 강조하는" 전략을 병행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시연의 노래 실력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게끔 유도해서, 기타와 베이스 멤버들이 주목받지 않고 실력을 끌어올릴 시간을 축제 전까지 버는데 기여했습니다. <코인없는 코인노래방>과 <잠골버스> 등을 꾸준히 돌며, 이시연은 가창력을 뽐냈습니다. 꼰대희의 <밥묵자>에서는 장난감 악기 반주에 맞춰 쌩목으로 가창력을 인정받기도 했지요. 결과적으로 3Y의 작전은 대성공이었습니다. 4월 24일 남서울대학교 첫 대학축제 공연에 섰을 때 QWER은 한 달 전과 전혀 다른 그룹이었고, 팬과 안티 모두를 대면할 준비가 된 상태였습니다.


오늘 글을 마치기 전에, 4월 내내 온라인을 달궜던 <고민중독 악기 챌린지> 또한 QWER 인기 급상승의 요인이었다는 점을 언급해야겠습니다. 기타리스트 라이네라의 <고민중독> 커버는 <마니또> 앨범이 나오자마자 뜬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제가 발매일 다음날에 봤으니까요). 그 뒤로 <고민중독> 악기 파트별 커버 영상들이 줄기차게 올라왔습니다. 급기야 나중에는 QWER이 1시간이 넘는 <QWER 커버 콘테스트> 라이브를 진행하기도 했지요. 거기에서 전설의 "프릭 센세 마젠타색 00 노출 사건"이 터졌고요.

QWER의 4월 인기 고공행진에는 악기 연주자 및 수많은 바위게들의 진심 어린 응원이 크게 한 몫 했습니다. 이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바위게들의 공헌에 대해서는 언젠가 따로 글을 써보겠습니다. 사회학적으로 볼 때, QWER의 인기는 "사회 현상"이라고 불릴 가치가 있습니다. "QWER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어떤 한 요소라도 간과해서는 안되겠지요.

그러면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제가 본 QWER의 초기 역사-1부>

https://brunch.co.kr/@joogangl/552

<제가 본 QWER의 초기 역사-2부>

https://brunch.co.kr/@joogangl/55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