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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와 시요밍: QWER의 꾸러기 잼민이

안녕하세요, 여러분! 지난 8월 18일 <발로란트 팝업 콘서트>의 <고민중독> 도입부에서 시요밍이 마젠타를 보고 "코젠타! 코젠타! 코! 젠! 타!"라고 외친 것에 꽂혀버린 알이즈웰입니다. QWER의 언니즈(쵸단, 마젠타)와 막내즈(히나, 시요밍)은 많은 점에서 서로 다른 개성을 드러내는데요. 히나와 시요밍의 경우, 진짜 목숨이 10개라도 모자란 "거침없이 하이킥" 스피릿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은 QWER의 막내즈가 그토록 사랑스러운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인 "꾸러기 잼민이" 성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물론 언니즈의 성향 또한 섭섭하지 않게 다룰 예정입니다.


우선 히나의 경우, 외면은 "큐티 덕후 고양이"인데 내면은 "노빠꾸 개썅마이웨이 스피릿"이라서 대한민국 여자 아이돌 가운데 가장 큰 갭모에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냥뇽녕냥 히나야말로 현존 케이팝 아이돌 가운데 가장 드센 "돌직구" 아이돌인데요. 걸크러쉬 이미지를 가져가는 아이돌들조차 안티들과 맞짱 뜨는 것은 삼가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히나는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초딩 목소리로 비속어 랩하는 탑티어 미모의 아이돌 보고 싶으세요? 카더가든의 수제자를 찾으시면 됩니다.

사실 이런 "입 바른 돌직구"야말로 (긍정적 의미의) 초등학교 잼민이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히나의 장난스런 표정과 항상 반짝이는 눈은 잼민이다운 솔직함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히나는 "사회성을 갖춘 T"답게, 솔직하고 직설적이면서도 예의바름을 잊지 않습니다. 공자-맹자의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보니, 제게는 히나와 같은 케이스가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살다 보면 참으로 황당한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요. 자기 멋대로 고집을 부리고 고함을 치며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무례하게 구는 이들이 오히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경우가 흔합니다. 반면에 너무 순해서 항상 자신을 억누르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평생 골골하다가 일찌감치 생을 마감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지요. 이런 사례들을 보면 세상에 정의가 있나, 신은 존재하는가 등의 존재론적 회의가 들 때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 보면, 제멋대로 사는 무례한 인물들은 에너지가 넘치되 항상 표정이 사악하고 사나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노회한 정치인이나 악덕 기업주의 얼굴을 보면 잘 알 수 있죠. 반면에 옳고 그름을 분별하여 목소리를 내는 "시비지심"이나 "수오지심", 그러면서도 인간다움에 바탕해서 예의가 깍듯한 "사양지심"은 모두 맹자가 말하는 인간 본성입니다. 그리고 <중용>에서는 "(인간다움이) 내면에서 흥성하면 외면에 드러난다(誠於中形於外)"라고 말했죠. 밝은 내면이 밝은 표정으로 드러난 히나처럼 말이죠.

원래 인간은 예의바르면서도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게 본성이며, 이런 속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인간다운 사회입니다. 저는 모든 유교 관습을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씹선비 근본주의자가 아닙니다. 고치고 버려야 할 것들이 한가득이지요.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의 사회 풍토는 맹자가 말한 인성론이나 유교철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안티들에게 돌직구를 때려박는 정의의 투사이면서도 항상 싱글벙글 장난기 넘치는 얼굴을 한 히나는 가장 솔직하게 인간다움에 따라 사는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솔직하게 살고자 노력하다 보니, 그녀의 얼굴에는 "구김살"이 없습니다. 표정이 다채롭지만, 어정쩡하게 복잡하지는 않죠. 그래서 좋습니다.     


한편 QWER의 궁극기 시요밍은 마치 초중딩 조카 같은데, 정말 뜬금없이 급발진해서 사람들을 박장대소하게 합니다. 바위게(QWER 팬덤)라면, 8월 18일 <고민중독> 무대 시작 바로 전에 "스윗한" 마젠타가 보컬 시요밍에게 물 마실 기회를 챙겨주는 광경을 기억하실 겁니다. 시요밍은 매순간 무대에서 열정을 다하기에, 보컬임에도 불구하고 물 마시는 것을 자주 잊습니다. 그래서 맏언니 젠타가 항상 시요밍에게 짧은 휴식 시간을 제공하면서 대신 멘트를 이어가죠.

그런데 엄마이자 맏언니인 마젠타가 따뜻하게 챙겨주자마자, 시요밍은 마젠타를 코 앞에 두고 "코!젠!타!"하고 냅다 박아버립니다. "마젠타의 큰 코"는 일종의 밈(meme)인데, 잊혀질 만하면 이렇게 시요밍이 불을 지릅니다. 그런데 은혜를 원수로 갚는 행위야말로, 쑥러움 잘 타는 까불이 남초딩이 이쁜 담임 선생님께 흔히 하는 짓은 행동 아닙니까?

프로페셔널한 마젠타는 부들거리면서도 침착하게 베이스 연주를 이어갔습니다만, 사실 마젠타 특유의 하찮은 발길질이라도 했으면 더 좋았을 뻔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마이크를 든 보컬이 깡패죠. 워낙 별명이 많은 마젠타인지라 "모아희" 컨셉은 이미 팬들 사이에서 시들해진지 꽤 되었는데, 시요밍이 기어코 부활시키고 말았네요.  


사실 마젠타의 포지션은, 맏언니이지만 리더는 아닌 "주책바가지 쭈글이 언니"입니다. 이런 "만만하고 실수투성이인 허당" 맏언니의 경우, 동생들 입장에서는 타격감이 장난 아니죠. 하지만 만물박사이자 노력의 악마, 남녀를 모두 사로잡는 확신의 개그캐 마젠타를 바위게들은 진심으로 애정합니다.

한편 농담을 섞어 말하자면 쵸단 또한 "정상이 아닌 사람," 다시 말해 "도른 자"인데요. 쵸단의 멘트 하나하나를 곱씹어 보면, 이 분도 똘끼가 상당합니다. 다만 나머지 세 멤버에 비해 수줍음이 많고 곧바로 부끄러움을 타는지라, 지금까지 두드러지지 않았을 따름입니다. 하지만 QWER로서는 오히려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순차적으로 터질 새로운 모습들이 한가득이니까요.


사실 케이팝 아이돌 덕질을 수십 년 하다 보면, 소속사에서 컴백 때마다 밀어주는 멤버가 다르다는 점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이는 특정 멤버를 편애하거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멤버가 시끄럽게 앞으로 나서면 오히려 멤버 개인의 매력들이 겹쳐서 반감된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QWER의 경우에는, 소속사와 무관하게 오직 개인의 매력만으로 회전문이 선풍기처럼 돌아가는 중입니다.

QWER 공식 데뷔 전에는 시요밍의 서사와 가창력이 빛을 발했고, <고민중독> 활동기에는 마젠타의 말빨이 인기에 불을 질렀습니다. <마니또> 앨범 활동을 마치고 방학을 지낸 뒤, 집순이 냥뇽녕냥 히나가 기지개를 켜면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적극성으로 팬들을 사로잡는 중이지요. 섬세하고 신중한 쵸단은 가장 늦게 똘끼를 영역전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쵸단이 히나처럼 "자아를 버릴 경우," 우리는 "뉴타입 맑눈광"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원래 조용하고 차분한 광인이 제일 무섭거든요.

아무튼 QWER의 회전문은 소속사의 개입 없이도 자동적으로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들을 모았더니, 결국 이런 장점이 빛을 발하네요. 다만 오늘의 주제는 "꾸러기 잼민이"이니, 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사실 현생과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QWER 멤버들의 개인 방송을 안 본 지가 좀 되었습니다. QWER 사관(史官)을 자처한 입장에서 참으로 민망합니다만, 도무지 시간이 나질 않습니다. 이래서 QWER이 대단하다고 저는 거듭 생각합니다. 앞선 글에서 여러 번 언급했지만, 가수들이 떡밥을 주지 않으면 팬들은 심심한 나머지 자꾸 딴 짓을 하게 됩니다. 가수 이름을 건 자원봉사 등의 선행만 한다면 참 좋겠지만, 불행히도 다른 팬덤과 차트 성적 배틀을 뜨거나 악플을 달러 다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QWER은 다른 아이돌 팬덤에게 말을 걸 시간조차 바위게들에게 주질 않습니다. 결국 저마저도 떡밥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덕질 시간을 줄였죠.

그런데 8월 20일 저녁에 난데없이 들이닥친 "냥뇽녕냥 히나의 위버스 라이브"는 엉겹결에 그냥 보게 되었습니다. <고민중독> 활동 종료 뒤 가진 짧은 방학 이후, 우주에서 제일 귀여운 고양이는 아이돌로 "쇼부"를 보겠다고 본격적으로 마음을 굳힌 것만 같습니다. 이제 활동량이 마젠타에 버금가는데요. 방구석 집순이 냥뇽녕냥 히나가 이틀 연속 라이브 방송을 한다고? 이게 가능한 일? 뭘 고민합니까, 그냥 보고 즐기면 되지요. 그런데 어떻게 즐기냐고요?

그녀는 얼굴이 재미있습니다. 그냥 얼굴을 카메라에 빡 들이대고 가만히 있어도, 보는 사람 입에서 웃음이 실실 나옵니다. 넋 놓고 계속 보게 되지요. '얼굴이 재능'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희귀한 미모입니다. 게다가 배경에 똑딱똑딱! 메트로놈을 틀어놓고 정신병이 날 것 같은 분위기에서 라이브를 진행하는 똘끼가 역시 남다릅니다. 피부가 아니냐고 놀림받을 만큼 꼬질꼬질한 옷을 맨날 똑같이 입고 나오는 것 또한 남성 팬들에게는 극호감이죠. 마지막으로 스쿨존 창법 창시자가 들려주는 잼민이 목소리! 마젠타가 말한 것처럼 타고난 "악마의 재능"이죠.


그 여세를 몰아, 히나는 다음날에도 마젠타 언니의 위버스 라이브 방송에 참석했습니다. "빙빙"과 "옹취옹취"를 언급하며 소속사 PD를 조롱하다가, 마젠타가 골이 흔들려 언어 기능을 상실하고 방송을 종료할 만큼 세게 박치기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QWER의 박치기 대장, "여자 탄지로"의 명성은 여전했습니다. 게다가 박치기 공룡을 자처한 그녀가 쥬라기 공원 티셔츠를 입고 방송에 나올 만큼 공룡 매니아인 것은 유명합니다. 저 패션, 저 공룡 취미, 저 박치기, 이건 다 무슨 이미지로 수렴되나요?  

제가 얼마 전에 초등학교 인성캠프를 진행하다 느낀 건데, 히나는 그냥 "남초딩(초등학교 남학생)"입니다. 여초딩이 아닌 남초딩이라는 점이 중요하죠. 손등에 사마귀를 올려놓고 시연 언니를 쫓아가는 히나는 영락 없는 장난꾸러기 남초딩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보통 동안(童顔) 아이돌을 일컬어 "잼민이" 같다고 부르는데요. 히나는 그냥 존재 자체가 꼬마 남자 잼민이입니다. 그래서 팬들이 더욱 좋아하나 봅니다. 물론 170cm가 넘는 거대 고양이 히나를 "꼬마"라고 불러서는 안되겠지만...  


한편 우리의 궁극기 시요밍은, 체구로 보나 행동으로 보나 히나보다 저학년 남초딩임에 틀림없습니다. 가령 그녀는 <애니마 파워> 녹음실에서 대기하며, 양볼에 엄지손가락을 대고 혀를 내밀며 마젠타를 놀리는데요. 오늘날 여초딩 사이에서는 보기 힘든 조롱 패턴입니다. 마젠타는 마음이 상한 표정을 짓지만, 똑같은 잼민이인 히나는 깔깔 웃으면서 시요밍에게 한 번 더 해보라고 요청합니다.

또한 텅 빈 창고에서 24시간 동안 갇혀 탈출 방법을 모색했던 에피소드에서, 시요밍은 사방을 뛰어다니다가 벌렁 드러누우며 신발을 벗어 던지는데요. 이 또한 초등학생 캠프에서 말썽꾸러기 남초딩들이 흔히 하는 행동 가운데 하나입니다. 부모 앞에서는 꼼짝 못하다가, 선생님들 앞에서는 살 판 나지요. 제가 자꾸 남녀를 언급하니 좀 부적절한 느낌도 있는데요. 그래도 초등학생들을 대해 보면, 남초딩이 여초딩보다 정신 연령이 어리고 중구난방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여기에서 오해하면 안 될 것이, 히나와 시요밍은 매우 속이 깊은 어른입니다. 그녀들이 겪었던 고통은 길고 깊었으며, 히나와 시요밍은 일찌감치 철이 들었습니다.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기도 하고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뜻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으면, 어른이 아닙니다. 하지만 히나와 시요밍은 본업과 부업, 일상 생활 모두 훌륭하게 책임지고 있으니 제대로 된 어른이 틀림없습니다. 다만 연예인들은 저 같은 일반인에 비해 훨씬 순수한 면이 있는 듯합니다. 오직 자신의 꿈만을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내면의 어린아이가 있는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는 프로페셔널한 어른 잼민이, 다시 말해 "어른이"를 히나와 시요밍에게서 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다 큰 어른에게서 "꾸러기 잼민이"의 모습을 보고 즐거워할까요? 어째서 히나와 시요밍은 그토록 사랑스러울까요? 왜냐하면 장난꾸러기 잼민이가 바로 우리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사회 생활에 필요한 모든 지혜와 예의를 넉넉히 갖추었으면서도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간직한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바람직한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요. 그래서 맹자 또한 "대인(큰 사람)이란, 잼민이 마음을 잃지 않은 자이다(大人者 不失其赤子之心者也)"라고 말했나 봅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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