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거실에서 외종질 태리와 소꿉장난을 하다가(그렇다... 나는 9살 여조카와 소꿉장난을 한다...ㅠㅠ), 드라마 <도깨비> 6화를 봤다. 저 드라마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엔딩 신에서 공유가 "너와 함께 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어찌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서 하하호호할 일만 있었겠는가. 아무리 서로 다투고 삐치고 별의별 일들이 다 있어도, 결국 '좋으니까' 함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중국의 고승 운문(雲門) 선사의 다음과 같은 고사가 <벽암록> 제6칙에 실려 있다. 운문이 제자들에게 말한다. "보름 전 일은 묻지 않겠다. 보름 후 일에 대해 시를 지어 내게 보여라." 제자들이 하지 못하자, 운문이 스스로 답했다. "날마다 좋은 날이로구나( 日日是好日)" '일일시호일'은 독실한 불교 신자들의 경우, 새해 인사로도 많이 쓰는 유명한 말이다. 부처님의 자비심을 베풀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아무리 험한 세상도 '날마다 좋은 날'이다. 왜냐하면 자비심이야말로 내 안에 있는 사랑, 누구나 갖고 있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날이 흐려도 좋고 날이 맑아도 좋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기 안의 큰 사랑은 외부 조건에 관계없이 항상 나를 '행복하게' 한다.
유학의 경전 <대학>에는 동일한 의미의 "날마다 새롭고 또 날마다 새롭구나!日新又日新"라는 말이 있다. 단 하루도 같은 날은 없다. 어떤 날은 흐리고 어떤 날은 맑다. 매일매일 새롭기만 하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불편하거나 배척해야 할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이다. 매번 새로워지는 매일매일이(日新又日新) 매일매일 좋다( 日日是好日)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곧 공자가 말한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의 공부이다. 학이시습지가 뭐 별 게 있겠는가. 다 좋다는 거 확인하는 작업이다.
공자나 맹자, 운문 선사나 원효 대사는 결코 우리네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분이 아니다. 나도 학기 말이라 성적 처리 관련해서 주말에 할 일이 잔뜩 밀렸는데, 조카가 1박 2일로 놀러 오신다 해서 난감했다. 조카는 절대로 혼자서 못 놀고, 반드시 삼촌을 곁에 두고 놀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아이이다. 이제 주말 업무는 물 건너간 셈이다. 그래도 나는 조카와 함께 하니 역시 '좋음'을 확인했다. 아직 주말은 끝나지 않았다. 또 9살짜리 조카와 온종일 투닥거려야 하는데, 도깨비 공유의 '날이 좋아도 날이 좋지 않아도 좋았다'는 명언을 몸소 확인하고 놓치지 말아야 할, '시험에 드는 날'이다. 이왕 들 거, 즐거이 들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