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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 이어서)
[멘트, 안녕 나의 슬픔, 대관람차]
<메아리>와 <사랑하자> 2연타로 녹초가 된 바위게들에게 호흡기를 붙여주기 위해, 다시 '버벅버벅 멘트 타임'이 돌아왔습니다. <달리기>와 <메아리>라는 큰 고비를 넘긴 4명의 멤버 표정이 한층 편안해 보였습니다. 이제 남은 곡들은 기존에 익숙하게 연주했던 친구들이죠. 비록 새롭게 편곡된 버전이겠습니다만, 잔뜩 긴장할 대상은 아니었죠.
비로소 입이 터진 듯 멘트를 길게 이어가는 마젠타의 모습이 정말 보기 흐뭇했습니다. "<수수께끼 다이어리> 때 섹시하지 않았냐고 제가 말했을 때 웃은 사람, 제가 다 봤어요!"라는 멘트 또한 배꼽을 쥐게 했습니다. 젠타야, 미안...나도 웃었어. 그런데 바위게들은 사랑하는 QWER을 설명할 때 '섹시'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단다. '섹시' 대신에 '떽띠'를 썼다면, 호응이 엄청났을 거야. 그런데 바위게들은 QWER이 '세쿠시'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거든. 그냥 멋있어, 젠타야! 아니, 멤버 4명 모두 멋지다! 있는 그대로가 좋아!
히나는 댄스 브레이크야말로 팬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 선물이라며, 바위게들의 호응을 유도했습니다. 아울러 시요밍은 "춤 연습 하느라 너무 긴장했어요. 저는 보컬인데..."라고 '전설의 뿌엥 멘트'를 날려 바위게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습니다. 쇼케이스에 참석하지 않았던 저는 '시요밍 눈물이 또 터지는 건가?'라고 살짝 기대했는데요. 분위기가 너무 화기애애해서, 그런 극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직 레퍼토리가 많이 남았거든요.
이어서 QWER은 <4!5! QWER>이라는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이천이, 쉽샤년!"('2024년' 발음 고장)이라는 기가 막힌 버벅거림으로 기억에 남을 소개 장면을 남긴 시요밍! 가운데가 비어 있는 4개의 퍼즐이 LED 전광판 위로 떠오른 가운데, 시요밍은 "가운데가 비어 있잖아요? 여기는 뭘까요? 바로 바위게가 채워줄 부분입니다!"라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스포를 날렸죠. 마젠타를 비롯한 멤버들은 당황해서 웃음과 함께 무너졌습니다. 역시 '날씨의 요정'을 히나에게 빼앗기고 나니, 이제는 '스포의 요정'으로 가는 것일까요? 맞습니다. '5!'의 5는 4(QWER)+1(바위게)이었죠. 공연 오프닝 때 스크린 속 화분에 떨어져 있던 퍼즐 조각의 주인공은 바위게였습니다!
4개 퍼즐을 바라보며, 작년 한 해의 소감과 추억을 말하는 멤버들. 2024년 한 해 동안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들을 떠올리는 그녀들을 보며, 바위게 또한 각자 QWER 추억을 되새겼습니다. 그녀들이 AAA, MMA, 펜타포트, 고려대 등 굵직한 이벤트를 언급할 때마다, 장면 하나하나가 제 머릿 속을 스쳐갔습니다. 한편 QWER은 2025년에 하고 싶은 것으로 전국 버스킹을 꼽았는데요. 길거리 버스킹을 하기에는 체급이 많이 커진 듯합니다. 다만 지방 투어를 돈다면, 2025년에는 국민 걸밴드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바위게들에게는 기쁜 이벤트죠.
멘트에 이어진 곡은 <안녕, 나의 슬픔>입니다.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푸른빛 화면에 휩싸여 시요밍은 노래했습니다. 이 때 눈물을 참지 못한 바위게들이 많았습니다. 다만 저는 아직 <메아리>의 흥이 가시지 않아서 담담하게 들었습니다. 이어서 LED 스크린이 밝고 따뜻한 빛으로 바뀌며 선선한 가을 저녁 느낌의 <대관람차>가 등장했습니다. "오늘 너머 내일의 너를 만나러 가고 있어~" 이후에 "워우워우어" 파트 때 기타즈(마젠타와 히나)는 시요밍 곁으로 다가와서 얼굴을 바싹 붙였습니다. 보컬이 노래를 못할 정도였죠. 시요밍은 부담스러워 어깨를 움츠렸고, 바위게들에게서는 폭소가 터져나왔죠. 이제 QWER도 긴장을 풀고 "즐길 준비 되셨네요!"
[내 이름 맑음, 가짜 아이돌]
다음으로 2024년 10월을 한껏 달구며 QWER을 메이저로 올려놓은 <내 이름 맑음> 차례가 되었습니다. 비록 공식 응원법이 나왔지만, 결국에는 주변 분위기에 따라 같이 외치는 것이 정답입니다. 드럼 비트가 귀에 콱콱 박히는 버전으로 편곡되어, 한층 라이브로 듣기에 좋았습니다. 머리에 하늘색 별모양 핀을 꽂은 시요밍은 정말 귀여웠습니다. 그리고 입을 벌린 채로 보다가 정신을 차리니, 리더 쵸단이 "이제 마지막 곡들만 남았다."고 멘트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니, 뭐라고? 벌써 마지막 곡들이라고? 지금까지 안 한 곡이 뭐가 있지? 아, <가짜 아이돌>이 남았구나!
그리고 제 마음을 읽은 듯, 곧바로 바위게의 최애 떼창곡 <가짜 아이돌>이 시작되었습니다. <Algorithm's Blossom> 앨범 정식 발매 이전에 선공개된 이 곡은, 홍보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다면 멜론 TOP100 상위권에 안착했을 명곡입니다. 떼창 파트가 이처럼 많은 곡은 지금까지 QWER 곡 리스트 가운데 없습니다. <고민중독>조차도 떼창 포인트가 이만 못하죠. 사실 <고민중독>은 모든 소절을 따라 부르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바위게들이 전혀 예상치 못하게, 시요밍은 "여러분들! <배고파송> 아시죠? 다 같이 해볼까요?"라고 외치며, 마지막에 "하, 하하, 하하하!" 파트를 반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바위게들은 완전히 뒤집어졌습니다. 동양철학 전공자인 저는 '열반'이 바로 이런 건가, 싶었습니다. 시요밍은 <배고파송> 안무를 거듭하며 마이크를 바위게에게 넘겼고, 바위게들은 목이 터져라 따라했습니다.
바위게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라이브 공연 때 <가짜 아이돌>은 <고민중독>과 함께 2황이며, 삼대장 안에 언제나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가짜 아이돌>의 응용 범위는 끝도 없는 것만 같습니다. "하, 하하, 하하하!"를 저렇게 무한반복하며 관객의 호응을 유도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배를 쓰다듬는' 저 안무를 계속 따라했다면, 장운동 활성화로 인해 화장실 직행이었을 겁니다. 물 안 마시길 정말 잘했습니다. 촉촉하게 젖어들 뻔 했습니다. 이렇게 다들 무아지경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qWLggMt2SM
[고민중독]
<가짜 아이돌>에서 자연스럽게 넘어오는 전주만 들어도, 다음 곡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압도적 1황 <고민중독>이 나설 차례죠. "내가 왕이 될 상인가?" 2024년도 3월에 해군사관학교에서 선공개되면서 한껏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이 곡은 2024년 내내 한국을 뜨겁게 달구며 '2024 유튜브 코리아 뮤직 1위'로 마무리했습니다. 지금의 QWER을 있게 해 준 1등 공신이죠. 거기에는 별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첫째: 끝내주게 좋고, 둘째: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거든요. 콘서트장에서 "원! 투! QWER!" 하는 순간 그냥 끝나는 겁니다. 이번에는 보다 거칠고 강렬한 사운드로 편곡되었습니다. 엄청난 떼창이 콘서트홀을 가득 메운 가운데, 정신이 번쩍 드는 반전이 있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가 울려퍼져야 하는 지점에서 갑자기 콘서트홀 전체의 조명이 꺼졌습니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이은 '한 사람 몰아주기'인가요? 그리고 이번 주인공은 바로 마젠타였습니다. 암전된 공연장 안에서 단독 조명을 받으며 그녀가 베이스 솔로 연주를 시작한 것입니다. "이아희!"를 외치는 챈팅이 공연장을 가득 메웁니다. 이어서 뮤직비디오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젠타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속이 왈칵 뒤집히고!"를 불렀습니다. "옳거니, 오늘이 바로 모아희단 성불하는 날이로구나! 젠타야, 진짜 멋있다!" 어찌나 기쁜지, 또 한 번 평행 우주로 넘어갈 뻔 했습니다.
한편 바위게들이 "좋아해!"하고 따라 외친 뒤, 시요밍은 "너를 많이 많이 좋아한단 말이야!"라며 클라이막스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좋-아-한-단 이 네 글자가 그녀의 입술에서 콕!콕! 찍힐 때마다, 폭죽이 그에 맞춰 펑!펑! 터졌습니다. 리드미컬한 4연타였죠. 아이고, 기저귀, 내 기저귀 어디 갔냐. 귀가하면 쿠팡에다 냉큼 주문해야겠다. 2025년 한 해 쓸 분량으로 넉넉하게 오더 넣어야지. <고민중독>은 마지막까지 쉼 없이 달려가다, 시요밍의 치어리딩 장면 바로 앞에서 다시 한 번 pause했습니다. 시요밍이 응원 소품을 챙기기 위한 시간을 번 거죠. 그리고 화려하고 힘찬 치어리딩과 함께 <고민중독>은 마무리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Ioc4qg0-9c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