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고, 좋았고, 못 잊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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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 이어서)
[편지]
본 무대가 끝난 뒤 QWER이 자리를 비웠지만, "앵콜!"을 외치는 바위게들의 목소리는 커져만 갔습니다. 다들 알고 있죠. 그녀들이 다시 나올 것이란 사실을 말이죠. 그러나 이 간절한 순간에, 멤버 4명이 쓴 손편지가 스크린에 천천히 올라올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마니또>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순식간에 분위기가 숙연해지며, 다들 눈물 많은 군필여고생 모드로 들어갔죠.
너무나 많은 두려움으로 인해, 알 속에 자신을 가둔 채로 떨고 있던 리더 쵸단. 눈물을 머금고 선 그녀의 무대 앞에, 항상 그녀를 지켜주고 응원하는 바위게들이 있었습니다. 바위게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그녀에게 힘이 되고 편안한 때였다는 쵸단은, 오래 오래 함께 하자고 약속했습니다. 고마워, 쵸단아. 내성적인 네가 용기 내어 알을 깨고 나와 우리와 함께 해줘서, 정말 감사해.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 하자!
마젠타의 편지는 어찌나 길었는지, 중간에 화면 올라가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진심을 담은 수많은 말들 속에 "누군가에겐 오늘의 제가 작은 자극이 되었음 좋겠어요!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가진 분들에게 저의 이야기가 용기가 되기를! 정말로요. 저의 첫 모습을 아시나요? 박자를 모르는 베이스, 음악을 해본 적 없는 밴드 멤버 그게 저였어요. 그랬던 제가 잘 보이고 싶단 마음과 작은 노력을 쌓다 보니, 어제보다 나아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오늘 이 무대로 여러분들께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라는 멘트가 특히 와닿았습니다.
'노력의 악마' 마젠타는 많은 바위게들에게 귀감입니다. 편지에 적힌 것처럼, 어찌 모든 과정이 수월했겠습니까. 그녀는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어, 무대를 간소화할 생각까지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보란 듯이 멋지게 해냈죠. 일요일에 있었던 두 번째 콘서트 엔딩에서, 쵸단은 '마젠타가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 당일까지 밤새워 연습을 쉬지 않았다'라고 전했죠. 보통 완벽주의자는 냉혈한인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에 흔한 IT 재벌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죠. 하지만 마젠타는 누구보다 정이 많으면서도 동시에 최선을 다합니다. 너무도 겸손한 그녀이기에 알아채기 쉽지 않지만, 저는 마젠타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쭉 함께 하자!
다음으로 만능재주꾼 냥뇽녕냥 히나! 바위게 그림으로 시작해서 큰 웃음을 주었던 히나는 무려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16자 세로 드립'을 시전했습니다. "바위게 믿어. 정말 사랑해. 많이 보고 싶어." 이 외에 그녀의 편지에서는 다른 멤버들의 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단어가 반복되었습니다. 바로 '재미'죠. "이렇게 바위게들이랑 하나 하나 이루어 나가는게 요즘 정말 재밌어요...앞으로 더 재미있고 좋은 추억 만들어 가요!" 명랑소녀 히나와 함께라면, 2025년도 정말 신나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을 것만 같습니다.
끝으로 SNS 달필이자 말투는 어눌하신 시요밍입니다. "제 2장의 인생이 시작된 것 같아요. 행복한 나날을 선물해 줘서 너무 고마워요. 바위게, 앞으로도 함께 하자! 사랑해 어느 순간보다 오늘 더, 내일 더. 앞으로도 쭉.."으로 마무리되는 그녀가 진심이라는 것을 바위게 누구도 의심하지 않겠지요. 앞이 보이지 않는 오사카 아이돌 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와 잡은 마지막 기회. 연예기획사 경력조차 없는 유튜버의 제안. 그리고 악기 연주 경험이 전무한 멤버를 포함한 4명이 모여 시작한 작은 밴드. 잘못하지 않아도 두들겨 맞고, 숱한 오해와 비난을 견뎠던 지난 시절. 마음의 문을 닫고 고목나무처럼 마른 껍질로 살아가는 편이 훨씬 견디기 수월했을 연예인 생활. 하지만 시요밍은 단 한 순간도 변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 2장의 인생이 멋지게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대 마지막 열혈 아이돌, 시요밍이 바위게와 '오늘 더, 내일 더' 추억을 만들어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불꽃놀이, 별의 하모니, 그리고 엔딩]
이제 감동의 순간이 끝났으니, 다시 앵콜로 달려갈 때이죠. 하지만 저는 <별의 하모니>만 생각하고 있었던지라, <불꽃놀이>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바위게로 본격 입덕하게 된 계기인 [대림대학교 축제]에서 환하게 빛났던 그 곡, <불꽃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곡에도 "make! your! High-light!" 등 바위게들의 떼창 파트가 하나 가득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축제와 행사들로 단련된 바위게들에게, 이 곡은 자다가 깨워도 벌떡 일어나 그대로 응원할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합니다. 고양이 머리띠를 한 4명의 멤버들은 이번에 빠르게 품절된 MD 후드티를 입고 나왔습니다. 순간 다시 '구매 실패 트라우마'가 올라왔습니다. 그래, 일체유심조야. 물욕을 내려놓고 이 순간을 즐기자!
언제나처럼 포토타임을 가진 뒤, 마무리 멘트가 이어졌습니다. 오늘 콘서트에서는 마젠타를 울리는데 실패했습니다. 시요밍이 "울어라! 울어!"라고 자극했더니, 오히려 마젠타의 눈물이 쏙 들어갔습니다. "지금까지 QWER이었습니다!"라는 쵸단의 인사와 함께, '찐' 마지막 곡인 QWER의 근본곡 <별의 하모니>가 시작되었습니다. 팬들끼리 장난으로 vs. 대결을 펼치더라도, <별의 하모니>만큼은 예외입니다.
이 근본곡을 부르는 동안, 콘서트홀 안에서는 소란하게 별이 내렸습니다. QWER의 그 어떤 콘서트에서도 마지막을 장식할 <별의 하모니>. 바위게라면 이 곡에 쌓인 서사 때문에, 더욱 먹먹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마지막 곡을 연주할 때, 적지 않은 바위게들이 훌쩍거리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습니다. 오사카 공원에서 뒤돌아 뛰어가는 시요밍의 아련한 모습을 떠올리며, 끝까지 차분하게 감상했습니다.
<별의 하모니>까지 모두 끝낸 뒤, 멤버 4명은 무대 중앙에서 동그랗게 얼싸안았습니다. 그리고 무대 곳곳을 돌며, 바위게들에게 끊임없이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제 정말 끝이 났군요. 양일 티켓을 소지한 바위게들은 내일이 기다려지겠지만, 저는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그녀들이 퇴장하고 난 뒤에도 펜스에 기대 바위게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하지만 순서대로 질서 있게 퇴장해 달라는 요청에 조용히 콘서트홀을 빠져나왔습니다.
야외에는 감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바위게들이 QWER의 퇴근길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맙게도 저를 알아봐주시는 바위게들이 여럿 계셔서,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감정과 느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쉽지만 귀가해서 글을 써야죠.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기억들이니까요. 제가 경험한 [QWER 1st 팬 콘서트: 1,2, QWER!]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DgRXBGYzYQ
다음날인 일요일에도 흥분이 가시지 않아, 직캠의 음원을 추출해서 mp3 플레이어에 넣고서 산책에 나섰습니다. 쌓인 일거리를 처리하기 위해 스마트폰도 집에 놓아둔 채 일터로 향했지만, 머릿 속이 여전히 팬 콘서트 모드인지라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녁에 귀가해서 두번째 팬 콘서트 관련 후기들을 읽다가, 제 콘서트 경험을 다섯 개의 이야기로 정리했습니다.
저의 글을 꾸준히 좋아해주시는 많은 바위게들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 콘서트 현장에서 확인했습니다. QWER과 마찬가지로, 저 또한 바위게(또는 예비 바위게)를 위해 꾸준히 힘을 내서 글을 써야겠죠. 저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벅차오름'인데, 다른 주제에서 그런 감정을 강하게 느낀 적이 최근에는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QWER의 무대를 볼 때마다, 저는 진정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이 단순한 이유 때문에, 저의 QWER 여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기다렸고, 좋았고, 못 잊는 우리들]
2025년 1월 27일 월요일 정오 즈음, 마젠타는 다음과 같은 글을 SNS에 게시했습니다.
젠타의 마음은 모든 바위게들의 마음과 똑같군요. 저 또한 월요일 아침까지 브런치 글들을 수정하면서, 여전히 콘서트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하물며 그녀는 공연의 당사자로서 바로 전날까지 활약했으니, 오죽하겠습니까! 심지어 QWER 매니저 검검(검은수염)은 1월 28일(화)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QWER 콘서트 세트리스트 순서 그대로" 노래방 개인 콘서트를 라이브 방송함으로써, 콘서트 도파민이 가시지 않아 잠 못 이루던 바위게들을 열광시켰습니다. 그렇구나. 우리 모두 그렇게나 기다렸고, 이렇게나 좋았고, 저렇게나 못 잊는구나.
이처럼 QWER과 바위게, 그리고 QWER 유니버스에 속한 모두는 2025년에도 더욱 멋진 추억을 함께 만들어갈 것입니다. 2024년까지 수많은 '억까'로 인한 고통이 있었다면, 이제 단단히 자리 잡은 2025년의 QWER 유니버스는 아쉬움보단 설레임을 안고 있습니다. 오늘 넘어 만나러 갈 내일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수백 번의 오늘이 와도 마주보고 웃으며 달려갈 것입니다. 모두 함께.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