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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25 QWER 첫번째 팬 콘서트 후기 (1)

팬 콘서트 시작 전까지(~18:00)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메아리>와 <고민중독> 라이브로 인해 귀가 후에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침대 위의 대동여지도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조금이라도 기억이 생생할 때 "지상 최대의 축제" QWER 첫번째 팬 콘서트 기록을 빨리 남기는 편이 좋겠습니다. QWER과 3Y코프레이션, 프리즘필터가 기막힌 조화를 이룬 한 편의 영화였는데요.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라, 기승전결의 완벽한 서사를 지니고 밴드 라이브와 스토리 영상, 아이돌 댄스 브레이크와 토크 등 모든 장르가 다 속한 종합예술이었습니다. 이번 편은 콘서트 스포일러가 없으니, 일요일 팬콘에 가시는 분들도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드디어 2025년 1월 25일, 대망의 토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제인 금요일은 생업에 바빠 QWER 관련 소식을 전혀 업데이트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오전에 확인했더니, 멤버들이 직접 보여주는 <내 이름 맑음>과 <고민중독> 응원법이 QWER 공식 팬카페 공지사항에 업로드되어 있었습니다. 율율 매니저가 1월 20일에 올린 공지사항에는 <디스코드>의 응원법도 올라와 있었는데, 이번 영상에서는 빠졌네요.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팬튜브 <전지적 바위게 시점>에서 QWER 멤버들의 응원법 시연 영상을 포함한 주요 곡 응원법을 기존의 공연에서 빌려와 편집해 업로드했다는 점이죠. 금요일 당일에 모든 에디팅을 끝냈다는 것인데, 정말이지 그 열정이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라이브 영상들 또한 바위게들의 응원이 폭발하는 케이스만 고르고 골랐습니다. QWER은 '낭만'과 '열정'에 값하는 청춘 밴드이죠. 바위게 또한 낭만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팬덤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증명되었네요. 그리고 저는 <전바시> 영상을 통해 응원법을 최대한 숙지하며, 광나루역 예스24 라이브홀을 향해 집을 나섰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e2UyJ9c_LM

[(QWER) 콘서트전 필수시청! 공식 응원법 모음(with.쇠사미&검은수염)]

날씨의 요정이 둘씩이나 포진한("맑음이" 히나, "테루테루보즈" 시요밍) QWER의 첫번째 팬 콘서트 날답게, 2025년 1월 25일 토요일 날씨는 맑고 포근했습니다. 미세먼지 또한 전혀 없었죠. 오후 3시에 바위게를 만나 티켓을 양도받기로 했으므로, 그 때에 맞춰 걸어갑니다. 그리고 체크리스트를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저는 [현대 다빈치 모텔 콘서트]와 [원더리벳 페스티벌] 등 장시간 실내 공연을 경험했죠. 그리고 제 자신에게 필요한 용품과 대처법을 파악했습니다. 과감히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즐길 것은 즐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키'였습니다. 조그마한 여성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여타 아이돌과는 달리, QWER의 팬덤은 유비-관우-장비를 연상케 하는 장신 수컷 떡대들로 가득합니다. 그 와중에 키높이 신발을 신고 오는 케이스들이 허다하죠.

4~5시간 서 있거나 뛰는 것은 제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앞줄에 서더라도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것은 확실히 고민거리였습니다. 게다가 콘서트 중에 다들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하며 뛰기 때문에, 더욱 QWER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원더리벳 페스티벌]에서 유우리의 공연을 볼 때 뒷쪽에서 감상했더니, 쾌적하고 좋더군요.

그래서 저는 일단 줄을 제대로 서서 제가 배정받은 자리에 간 뒤(처음부터 제 마음대로 줄을 설 수는 없습니다), 맨 뒤로 빠지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대다수 팬들은 어떻게든 조금 더 앞쪽으로 가고자 하기 때문에, 맨 뒤에 있으면 오히려 패딩이나 백팩을 벗어놓고 시야를 확보한 상태로 즐기기 좋습니다.

다음으로 저는 조그마한 사탕과 초컬릿을 몇 개 챙겼습니다. 콘서트 도중에 먹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콘서트시작까지 줄을 서는 데만도 1시간이 넘게 걸릴 터인데, 초조하게 기다리는 동안 뭔가 오물거리고 있으면 좋더군요.

그 외에 MD(굿즈)를 살 수도 있으니, 넉넉한 크기의 백팩을 준비해야만 합니다. 다만 현장 락커 숫자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패딩이나 백팩을 공연 내내 지니고 있어야만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맨 뒤로 빠지면 좋습니다. 그곳은 사람들이 몰리지 않아서, 짐을 내려놓기 수월하거든요.

화장실에 갈 위험이 있으니 물병은 치우고, 땀이 나지 않는 체질이니 수건도 필요없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지갑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면 됩니다. 이상 준비 끝!


지하철을 탄 뒤 응원법을 계속 연습하려 했는데, QWER 자체 콘텐츠 새 영상이 떴네요. 저명한 악기회사 롤랜드의 앰버서더가 된 QWER이 치열하게 콘서트 준비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그 와중에 기타리스트 히나는 새로운 기타를 자비로 샀습니다. 무려 <봇치 더 록!>의 기타리스트 고토 히토리가 사용하는 전설의 깁슨 레스폴(LES PAUL)입니다. 이제 그녀는 히토리의 현실판으로 완벽히 거듭났습니다.

흑단같은 바디에 금장으로 수놓인 고급스러운 외양의 악기! 히나는 "까망이"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제 얼룩말에서 "얼"을 뺀 룩말이(PRS)와 구운 김에서 "구"를 뺀 운김이(팬더)에 이어서 "까망이"(깁슨)까지, 하이 엔드 기타가 최소 3대. 그러나 덕후스러움을 잃지 않는 천상 아이도루 히나. 과연 히나는 "까망이"를 팬 콘서트에서 사용할까요? 한다면 어떤 곡에 등장할까요? 일단 성인 기저귀부터 야무지게 착용한 뒤 예상해 봅시다.

한편 마스크를 쓴 마젠타는 영상의 18:00 지점에서 "아까 합주에서 처음으로 솔로를 쳐 봤는데...장렬하게 전사했어요."라고 울상을 짓습니다. 흠, 그러면 이번 콘서트에서 마젠타의 베이스 솔로 연주가 등장한단 뜻일까요? 나온다면 어떤 곡에 등장할까요? 일단 성인 기저귀부터 두 장 찬 뒤 예상해 봅시다. 저는 안 차고 콘서트장에 갔다가 큰일날 뻔 했거든요.

무릎이 좋지 않은 쵸단은 콘서트를 앞둔 며칠 전에도 연습을 할 수 없었습니다. 나쁜 일들은 항상 이럴 때 찾아오죠. 액땜이라 여기고 실황에서는 몇 배로 타오를 거라 믿습니다. 본디 일요일에 올라오던 자체 콘텐츠를 하루 당겨 올려 바위게들을 즐겁게 해준 빙빙에게 감사드립니다. 어느새 광나루역에 도착했습니다!

https://m.youtube.com/watch?v=Si96ZHZW-Tw&pp=ygUEUXdlcg%3D%3D

[QWER 결전의 날.. l 최애의아이들 외전 EP3(完)]

광나루역 2번 출구를 나와 검은 옷의 덩치들을 따라 가니, 예스24라이브홀이 나왔습니다. 근처에 자주 왔는데도 어째서 여기의 존재를 몰랐을까요.


3시에 도착하자마자 거대한 QWER 사진 아래 길게 줄을 선 바위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버팔로도 때려 잡을 그들의 거대한 사이즈를 확인할 수 있었죠. 맨 뒤로 가서 봐야겠다는 확신이 더욱 굳어졌습니다.

한편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다, 한창 촬영 중인 빙빙과 눈이 마주쳐 깜짝 놀라 자리를 피했습니다. 제 자신에게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비록 빙빙이 바빠 보였지만, 눈인사 정도는 할 수 있었는데요. 제게는 연예인이나 다름없는지라, 차마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생각보다 많이 찐따였군요. 제 철학 스승님께서 시카고에 사실 때, 시카고 불스의 스코티 피펜을 마주치고 너무 좋아 얼어버리셨답니다. 저도 마음이 순수해서 그런 거라 애써 합리화해봅니다.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안쓰러웠는지, 3시 반에 오픈 예정이었던 MD부스가 2시 40분에 열었습니다. 끝을 모르고 늘어선 대기열은 그 때문이었죠. 티켓을 양도해 주실 바위게와의 약속이 늦춰져서, 저는 근처 <컴포즈 커피>에 들어가 그린티 라떼(아이스)를 마시며, 흑백 후드티 모두 품절되었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첫 팬콘 티셔츠만큼은 꼭 사고 싶었는데, 인연이 아니었나 봅니다. 아울러 XL, L, M 순으로 품절되었다는 뉴스를 보며, 바위게들의 체구와 성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무신사에서 몇 번의 콜라보가 있을 때마다 반복된 현상입니다.

바위게들은 대부분 XL나 L 사이즈의 남성이며, 지갑이 든든합니다. 3Y코프레이션은 군필여고생처럼 수줍은 분량으로 MD 팔지 말고, 대승적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2025년부터 QWER이 나오는 모든 콘서트나 축제의 티셔츠를 수집하겠다는 제 야망이 첫 단추부터 실밥이 풀려 떨어졌습니다.


4시 20분에 제가 줄을 서 있으면, 티켓을 양도할 바위게 분이 저를 찾아서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사정상 다른 곳에 계셨거든요. 크림 줄이 워낙 길어서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를 몰랐는데, 저를 알아보신 바위게께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콘서트장에 입장하는 순간까지, 바위게들의 끊임없는 호의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앞뒤로 줄을 서 계셨던 분들이 모두 저를 알아보셔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형제가 함께 콘서트를 보러 오셨는데, 정말 보기가 좋았습니다. 7월 입덕이셨는데, 그 이후의 가능한 모든 오프라인 활동을 다 하신 듯했습니다. 제게 표를 양도하신 바위게 또한 활동이 매우 활발한 분이셔서, 제가 줄을 선 자리는 온갖 수다로 떠들썩해졌습니다.

저는 고맙게도 슬로건을 선물 받아 목에 머플러처럼 둘렀습니다. 주변에 해외에서 온 바위게들이 꽤 많아서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일본 팀의 규모가 제법 컸고, 중국어와 영어도 계속 들렸습니다. 저는 D-143번을 배정받았는데, 콘서트홀 가장 뒷자리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제가 원하는 대로 되었네요. 건물 밖에서 대기하며, 다른 귀한 바위게 분들을 많이 뵈었습니다. 제 책을 가져오신 바위게 분께서 에너지바도 주셨고, 해맑은 미소의 여성 바위게께서는 포토카드를 여럿 선물해주셨습니다. 계속 받기만 해서 민망했습니다. 다음 오프라인 활동 때에는 먹을 것이라도 많이 가져와서 나눔 활동을 해야겠습니다.

작년 8월 [현대카드 다빈치 모텔 콘서트] 때는 2시간 이상 땡볕에서 줄을 섰지만, 주변 분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팬덤 규모가 커졌고, 오늘은 바위게들의 대축제인 팬 콘서트 날입니다. 이렇게 따뜻하게 대화할 수 있는 바위게들이 많아서 줄을 서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정말 많은 바위게 분들께서 저를 알아봐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다른 장소에서도 저를 보게 된다면, 진한 인상에 위협을 느끼지 마시고, 편하게 말 걸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정말 즐거운 수다쟁이니까요.

진행이 원활하지 않아 입장이 다소 지연되었지만, 저는 대화를 좀 더 못해서 오히려 아쉬웠습니다. 다만 콘서트장에 들어선 뒤에도, 주변 바위게 분들과 끊임없이 재잘대었습니다. "오프는 어디를 뛰셨어요?" "오늘 첫 곡은 무엇일까요?" "오늘 <마니또>를 부를까요?" "히나가 오늘 울까요?" 등등.

QWER의 명곡들이 "인스트루먼탈instrumental"로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확실히 큰 장소에서 대형 스피커로 들으니 몇 배로 또렷하고 근사하게 들렸습니다. <고민중독>은 시요밍 목소리로 들어도, 경음악으로 들어도 끝내줍니다. 물론 오늘은 <메아리>와 <달리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바위게들과 떠드는 동안, 점점 <고민중독>의 볼륨이 커집니다. 다들 숨을 죽이거나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누가 봐도, 이제 콘서트의 시작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긴장은 커져 가고...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QWER의 콘서트가 시작되었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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