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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사랑과 우정 사이

10월에 태안에서 '조선 시대의 사랑과 우정'에 대해 장-노년층을 대상으로 3주간 특강을 할 예정이다. 그런데 그리스-로마 시대에도 사람들은 사랑과 우정에 대해 많은 글들을 남겼다. 푸코는 <성의 역사 - 자기배려>에서 이같은 내용을 추적한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사랑과 우정의 관계이겠지.
남성우월주의에 저도 모르게 사로잡힌 많은 현대인들은 '남자와 여자간은 사랑, 남자와 남자간은 우정!' 이라는 공식을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시한다. "남과 녀는 결코 친구로만 머물 수는 없어."등의 말은 그 변종에 해당한다.
그런데 남자-남자=우정, 여자-남자=사랑 이라는 공식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푸코나 홍석천 같은 게이가 여기에 반기를 든다. 남자와 남자간에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에 대한 답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일하다. 즉 게이는 '비정상적인 놈들'이기 때문에, 그놈들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게이였던 푸코가 <광기의 역사><감시와 처벌> 등을 미친 듯이 써대며 저항한 내용이 바로 내가 위에서 요약한 바와 같다. 남자와 남자간에 사랑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비이성적인 광인들이나 하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푸코는 결코 그같은 빈정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남성우월주의자들을 더욱 꼼짝 못하게 하는 부류가 있으니, 바로 레즈비언이다. 남성우월주의자들에 따르면, 여자와 남자는 사랑만이 가능하다.그런데 여자와 여자는 어떻게 될까? 우정은 남자와 남자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자와 여자는 사랑은 둘째치고 우정조차 가질 수 없다. 이 때문에 오늘날에도 많은 남성우월주의자들은 "여자들의 우정은 얄팍하기 그지 없지. 여자의 적은 여자거든?"이라고 냉소한다. 보수는 물론이거니와 진보 성향의 사람들에게도 이와 같은 이야기는 아주 친숙하다. 이래서 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인의예지신을 하나의 본성으로 보는 유학은 이와 같은 모순을 치유하기에 아주 적합한 사상이다.
그러면 나의 결론은 무엇인가? 이런 식으로 강의하다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질려 하시는 통에 특강이 망할 것이 틀림없다. 연령층이 높은 대중강연에서 절대 이런 식으로 따져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 내 특강의 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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