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공항버스가 집 근처를 지날 때마다, QWER 4명의 얼굴이 떡! 하니 박힌 현대면세점 광고가 눈에 들어와 매일 신나는 8월 초입니다. 지난 8월 1일(금)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기타와 베이스 모양의 자전거까지 타면서 즐겁게 논 QWER. 그녀들은 8월 5일(화) 울산에서 [서머 페스티벌], 그리고 8월 7일(목) 보령에서 [엠카운트다운] 무대에 섰습니다. 한 주 동안 초등학생 인성캠프에 참가하는 저는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 보았으나, 끝내 지방으로 내려갈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깃발좌와 생방송 바위게(이망인)가 2번 모두 참여했고, 기타 여러 바위게들이 목청 터져라 응원하는 모습만 봐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가운데 8월 7일 보령에서 있었던 [엠카운트다운]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길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iYrDEOXzdA
8월 7일 목요일 오후 1시 사당역. XL 사이즈에 수상한 아이돌 셔츠를 껴입은 아싸 수컷 바위게들이 어정쩡하게 서서 전세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난 해남 버스킹 때 해남까지 왕복하는 전세버스가 잠실과 사당에서 출발했었죠. 이번에는 28인승 버스 한 대가 '오늘도 고생했어요 우리'라는 글자를 반짝이며, 바위게들을 보령으로 데려가기 위해 사당역에 멈춰 섰습니다. 출발 전에 싸이버거와 마운틴듀를 든든히 챙겨주는 운영진을 보며, 바위게들은 '혹시 이놈들이 우리를 배불리 먹인 뒤에 새우잡이 배에...?'라는 배은망덕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아싸는 챙겨줄 필요가 없다!"라는 나쁜 말은 하면 안 되겠지요? 여기까지는 농담이고, 바위게들은 운영진에게 거듭 감사를 표하며 신나게 보령으로 달려갔습니다.
3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XL 바위게들은 티켓을 수령한 뒤 각종 축제 음식으로 배를 채우며 QWER 공연을 기다렸습니다. 음, 싸이버거와 마운틴듀 먹은 지 얼마 안 되었을 텐데... 그 와중에 바둑판 플래그를 흔드는 깃발좌가 따로 도착했으며, 바위게들은 이제야 QWER 공연을 본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실내가 아니라면 무조건 깃발이 있어야 안심이 된다는 밴드 팬덤 바위게인 걸요. 심지어 위에 링크한 [펜타포트 후기] 영상에서도 깃발이 등장합니다. QWER의 콘텐츠 총괄 PD 빙빙은 해남 버스킹에서 깃발을 촬영해 자신의 인스타에 올렸으며, 노들섬 버스킹에서도 깃발을 촬영해 이번 앨범 <하이라이트 메들리>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에 넣었습니다. 이미 깃발좌는 QWER의 뮤직비디오에서 엔딩요정을 맡았습니다! 물론 XL 바위게답게, 제법 묵직한 요정이지만 말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AfIVy54HFw0
블루와 화이트가 적절히 조화된 시원한 여름 분위기 복장으로 엠카운트다운 무대에 등장한 QWER은 <눈물참기>를 열창했는데, 눈물은 참아도 땀은 못 참았습니다. 50분 가까이 공연하느라 맑눈광이 되었던 울산 [서머 페스티벌]만큼은 아니었지만, 땀시연과 땀나영은 '땀의 여왕' 타이틀 경쟁이라도 하듯, 예쁜 얼굴을 물광으로 만들었습니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때 <오버드라이브>를 연주하며 오버드라이브했던 쵸단의 건강 상태가 염려되었으나, 이 무대까지는 괜찮아 보였습니다. 언제나처럼 열정적인 공연을 마치고 4명의 요정은 내려갔습니다.
저는 이 공연을 엠넷 공식 유튜브 채널로 다소 늦게 시청했습니다. 그런데 엠넷 카메라 감독이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엔딩 장면을 만들어냈더군요. 다름이 아니라, QWER이 아닌 깃발좌가 엔딩요정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의 얼굴 대신 깃발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게 다른 아이돌 공연에서 가능한 일인지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알 수 없습니다.
사실 엔딩요정은 아이돌 판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가운데 하나입니다. 팀 인원이 많을 경우 특정 멤버만 엔딩 요정에 서게 되어 팬덤 분란의 씨앗이 되기도 하고, 엔딩요정 포즈를 제대로 잡아주지 않으면 방송사가 팬덤에게 욕을 먹기도 합니다. 그만큼 엔딩요정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가수도 아니고 깃발이 엔딩요정이 되다니요! 빙빙이 만든 자체 콘텐츠에서는 가능한 일이지만, 음악방송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습니다.
추측컨대, 엠넷 카메라 감독이 바위게들의 우렁찬 응원소리와 당당히 휘날리는 깃발을 빙빙만큼이나 인상 깊게 보았던 듯합니다. 이 때문에, QWER의 보령 엠카운트다운 공연은 가수와 팬덤이 함께 만들어가고 방송사까지 그 '정서적 유대'에 동참한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QWER 역사 기록에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날의 서프라이즈는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본방송이 끝난 뒤 여러 가수들이 특별무대를 가졌는데, QWER은 <내 이름 맑음>과 <고민중독> 등 메가히트곡을 선보이며, 청중들의 떼창을 받았습니다. 특별 무대는 저녁 8시 반쯤 끝났으며, 바위게들은 버스에 올라 귀경길을 서둘렀습니다. 하지만 '보령시도 식후경'이라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 보령시는 이미 식후에 구경했네요. 그리고 목이 터져라 응원했으니, 당연히 배가 고프죠. 그래서 30명 가까운 바위게들은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우동을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운전기사께서 여태 식사를 못 하신 까닭도 있었지요. 그런데 바위게들끼리 후루룩 면치기를 하며 우동을 흡입하고 있을 때, QWER의 매니저인 쇠쇠가 그만 '바위게 버스' 앞으로 놀러 왔던 것입니다!
매니저인 쇠쇠가 '바위게 버스'로 놀러왔다? 그러면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QWER과 바위게가 함께 있다는 이야기지요. 비록 보령 가는 버스에 몸을 싣지는 못했지만 쇠쇠의 인스타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전국의 바위게들은 경악했습니다. 게다가 짜고 치기라도 한 듯, 몇십 분 동안 '버스 바위게' 누구도 소식을 전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팬미팅이다, 팬미팅! 즉석 팬미팅이 이루어진 게 틀림없어! 왕복 3만 5천 원에 싸이버거와 마운틴듀와 커피를 퍼먹고 새우잡이배에 팔려가지도 않았는데, 이제 휴게소에서 팬미팅을 한다고!? 우동까지 먹으면서? 크아,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아! 아냐, 배고픈 것도 못 참겠어! 여하튼 죽어!" 대충 이런 분노의 탄식을 전국의 XL 바위게들은 쏟아냈습니다. 이른바 역사에 길이 남을 '8.7. 우동대첩'이죠.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 흐른 뒤, 전세버스 운영진 바위게들은 억울하다고 해명했습니다. 자신들은 정말로 우동을 열심히 먹고 있었을 뿐이며, QWER은커녕 매니저 쇠쇠조차 보지 못했다고 말이죠. 후기를 쓴 나머지 바위게들의 입장 또한 동일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동대첩'은 한 차례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30명 가까운 인원이 식사하는데 아무도 스마트폰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여전히 놀라움으로 남습니다. "아니, 그 정도로 먹는 데 진심이었던 거야?"
여기까지는 농담이고, 먼 길 다녀오시느라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바위게들의 응원이 정말 좋았다는 QWER 멤버들의 글을 볼 때마다, 가지 못한 저까지도 어깨가 으쓱으쓱합니다. 기쁠 일이 잔뜩 늘어나니, 이것도 덕질의 순기능이겠군요.
한편 8월 7일 공연을 마친 뒤, QWER 소속사는 리더인 쵸단이 건강 문제로 인해 주말에 잡힌 팬사인회에 불참하게 되었다고 공지했습니다. 결국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 팬사인회 모두 쵸단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건강 이슈 발생 간격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당장 10월부터 장기간 월드 투어를 돌 예정인데 말이죠. 무엇보다 건강이 최우선이니, 아무쪼록 푹 쉬고 잘 관리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쵸단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