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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악플의 심리학

한국 월드컵 국가대표팀이 스웨덴에게 0 : 1로 패한 뒤, 신태용 감독 및 선수들에게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물론 러시아에 가 있는 그들의 면전에 대고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은 없다. 대부분은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통해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폭언들을 쏟아낸다.

그런데 스피노자의 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이런 악플의 심리학이 매우 흥미롭다. 사람들은 왜 국가대표팀에게 악플을 통한 욕설을 퍼붓는 것일까? 악플러들은 아마 이렇게 답할 것이다. "저 놈들이 축구를 나의 기대만큼 해내질 못하니 내가 화가 나잖아요! 내가 화가 난 원인은 전부 축구대표팀 때문이라고요. 내 분노의 원인은 축구대표팀이라는 외부 원인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악플을 달지 않을 수가 있어요? 저 놈들 때문에 내가 온종일 기분을 망쳤다고요!!"

그러나 스피노자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악플러들이 악플을 다는 원인은 축구대표팀의 성적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심보가 뒤틀려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경기 결과를 보고서도 어떤 이들은 축구대표팀에게 격려의 댓글을 달고 어떤 이들은 욕설이 난무한 댓글을 단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도 댓글을 다는 이들의 심성에서 문제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악플러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한민축구대표팀은 딱 자기 실력대로 열심히 플레이했다. 그들은 졸전을 펼친 것이 아니라, 딱 그들의 실력만큼 했다. 도대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게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월드컵 4강에라도 나가길 바랐던 것인가?

하지만 그래도 악플러들은 축구대표팀이 기대 이하의 경기를 펼쳤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의 기대는 도대체 누구의 기대란 말인가? 결국 본인이 축구대표팀의 실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채 본인 멋대로 기대했다가 본인 멋대로 실망하고 본인 멋대로 화내는 꼴이 아닌가?"

내가 보기에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자기 현재 실력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들은 결코 경기 내내 태만하지 않았다. 나는 축구대표팀에게 화가 나기 보다는, 그들이 국민들에게 죄책감을 느껴서 다음 경기에서 있는 실력조차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까 봐 안타깝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그들의 실력은 우승 후보팀들을 대학생 팀이라고 간주할 때, 초등학생 팀 정도 된다. 악플러들은 본인들이 축구팀을 만들어 나가서 국가대표팀에게 졌을 때 자기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을 것인가? 오히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의 일반인 운동 마니아들은 국가대표와 경기를 갖는 것만 해도 행복해하고 영광으로 생각한다. 논리는 항상 동일해야 한다. 논리가 일관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못하는 많은 악플러들은 "그래도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인데 어떻게 우리랑 비교합니까?"라고 항의할지 모른다. 하지만 논리는 항상 동일하다. 선수들은 정확히 자기 실력만큼 경기한다. 그날따라 성적이 나빴다면 그날의 컨디션과 제반 상황이 딱 그 정도의 성적을 낼 정도였던 것이다. 마이클 조던이 어제는 40점을 넣었다가 오늘은 20점을 넣었다고 해서 그가 태만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현재에 집중한다. 현재를 받아들인다"는 말을 좀 더 체득하는데 애써야 한다. 내가 최선을 다했는데 예전보다 성적이 나빴다면 예전의 내 컨디션과 오늘의 내 컨디션이 달랐을 따름이다. 이는 누구도 이해할 수 있다.  

남은 멕시코와 독일과의 경기에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승리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러나 다시 한번 미리 말한다. 악플러들이 국가대표팀 경기를 보고 화가 나는 까닭은 국가대표가 못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평소 성질머리가 더럽기 때문이다. 오직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고쳐나가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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