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태국 여행기 (1)

2018년 7월 16일(월)

올해도 변함없이 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파타야나 푸껫으로 떠나는 법은 없다. 항상 방콕과 그 근교. 나는 미답지를 수집하려는 탐욕스러운 제국주의자가 아니다. 작년에도 있었던 그곳과 그 내음, 같지 않으면서도 다르지 않은 그 분위기를 즐기러 태국으로 향한다.

나는 에어아시아 프로모션을 활용해서 작년 8월에 이미 올해 7월 티켓을 예매해놓았다. 왕복 20만 원. 혹자는 말한다. 그 기나긴 시간을 지겨워서 어떻게 기다리느냐고. 글쎄, 나는 전혀 지겨운 줄을 모르겠다. 정신없이 살다 보면 어느 사이 여행할 때가 다가온다. 잊을 만하면 에어아시아에서 고맙게도 여행 날짜를 재확인하는 이메일을 보내준다.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내 비행시간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변경되었다. 하지만 내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또한 나는 에어아시아를 몇 년째 이용하고 있지만, 연착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내가 꼭 에어아시아 홍보대사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매사가 게으른 나는 이것저것 따져 보지도 않고 그냥 에어아시아를 애용할 따름이다.


2018년 7월 16일 오전 11시에 방콕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나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집 앞에서 공항버스를 탔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표이자 가장 큰 실수는 내가 그곳에 가서 업무를 보려 했다는 것이다. 무거운 노트북과 두꺼운 책들이 여행 가방 속에 가득했다. 기내 수화물 7kg만을 인정하는 에어아시아인지라, 공부에 필요한 짐들 때문에 여타 짐들이 짐칸 속에서 배제되었다. 물론 자질구레한 짐들을 챙겨 넣는다고 해서 내 여행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래도 큰 아쉬움이 남는다. 아래 사진은 한성대입구역을 지나는 공항버스 6011번 노선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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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아시아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을 먹고 싶지는 않았고 아침을 제대로 먹지 않아 배도 제법 고팠기에, 나는 이리저리 방황하다 <롯데리아>에서 브런치를 대충 때웠다. 평소에 즐기지 않는 롯데리아 햄버거였는데, 공항의 여행 분위기를 타서인지 제법 맛이 있었다. 나는 롯데리아에서 노트북을 펼쳐 놓은 채, 일기를 쓰면서 탑승 시간까지 망중한을 즐겼다.



좁은 비행기 좌석에 몸을 구겨 넣은 뒤, 나는 베르델 바르데츠키의 <나는 괜찮지 않다>를 꺼내 들었다. 이번 방학 때 쓰고자 마음먹은 <스피노자의 정서 심리학>(가제)의 한 챕터를 차지할 귀한 책이다. 요즘 이것저것에 한눈을 파는 악습관이 들다 보니, 책 한 권을 읽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시 말해서 독서력이 떨어졌다는 말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낮잠 1시간을 제외하고 4시간 반 동안 예전에 몇 번씩이나 읽었던 책을 다시 겨우 완독 했다. 독서할 때에는 졸음을 방지하고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해 다소 카페인이 요구된다. 나는 따뜻한 기내식 커피와 함께 내가 사랑하는 책을 실컷 읽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감옥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은 귀양지에서 평생의 양식이 될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읽었다. 때로는 이렇게 다른 일들을 전혀 할 수 없는 사정 속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인생의 큰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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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므앙 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뒤, 넘쳐나는 중국인 관광객들보다 빨리 수속을 밟고 빠져나오기 위해 뛰듯이 달렸다. 다행히 전혀 지체됨이 없이 입국 수속을 마쳤으며, AIS에서 7일 동안 인터넷을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는 199밧 유심칩을 구입했다. 이제 카오산 로드로 가는 A4 버스를 타기만 하면 된다.

2017년 중반부터 태국은 A1에서 A4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버스들은 돈므앙 공항에서 시내 중심가까지 단 돈 50밧에 여행객들을 안전하게 모신다. 편의상 35원을 곱하면 1750원이 될 터이다. 카오산 로드까지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사진은 A1 버스여서 조금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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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버스를 타기 직전의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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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버스 안에서도 나는 독서를 했다. 이것은 일종의 강박증이다. 나는 태국에 온 이상 태국을 즐겨야만 했다. 내가 아무리 독서에 집중한다 해도, 마음 한 구석은 바깥의 태국 풍경을 향하고 있지 않았겠는가. 나는 결국 이도 저도 제대로 하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후회를 7박 8일 내내 했다는 것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이다. 물론 즐거운 일 또한 많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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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렇다! 나는 또다시 카오산 로드에 오고 말았다. 10년 전과는 사뭇 다른 이 느낌. 이제 더 이상 배고픈 배낭여행자의 거리가 아닌 이 곳. 서양인들이 넘쳐나던 거리에는 나를 포함한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이 곳이 좋다. 변한 것보다는 변하지 않은 것이 훨씬 많은 내 마음의 고향. 나는 태국 여행을 항상 이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일단은 항상 묵었던 다 무너져 가는 호텔을 찾아서 떠나야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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