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빛의 예술이라고 불린다. 빛으로 빚는다는 표현은 매체의 예술적 분위기를 더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빛의 예술”은 감상적인 말보단 기술적 명시에 가깝다. 사진은 물리적으로 빛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2022.02.27 차이나타운_빛이 주는 명암사진에서 빛은 절대적이다. 그렇기에 훈련된 사진작가는 어느 장소에서 건 빛을 가장 신경 쓴다. 역광, 순광, 사광, 측광을 구분하고, 전반적인 일조량을 확인한다. 실내 촬영도 마찬가지다. 조명 각도와 명도를 고려한다. 결혼식 웨딩촬영 스냅 같은 경우는(해본 적은 없지만) 조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간 흔들리는 사진만 찍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빛의 시간은 해 지기 1시간 근처다. “골든아워”라고 부르는데, 이때 찍는 사진은 대부분 성공한다. 카메라를 오랫동안 안 들고 다닌 요즘에도 이 시간대가 되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본다.
왼) 2020년 차에서 본 백미러 오) 2017년 프랑스 니스 해변
그런데 언젠가부터 사진이 빛의 예술이란 말에 물음표가 생긴다.
우리는 문학을 “펜의 예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키보드가 될 수 있고, 모니터가 될 수 있는 펜으로 상징되는 무언가는 글을 쓰기 위한 조건이다. 만약 문학이 OO의 예술이라면 공백에 들어갈 말은 수백가지겠지만 물리적인 조건은 아닐 테다. 실제로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설명하기엔 많은 문장이 필요하다. 영화를 정의하는 일도, 음악을 정의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사진이 빛의 예술이란 정의는 부분을 전체로 오독한 결과다. 나는 사진이 빛의 예술이라는 것에 시선을 덧붙이고 싶다. 빛이 매체의 조건이라면 시선은 작가 의지다.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모든 창작의 첫 관객은 작가 본인이다. 예를 들어 글 쓰는 작가는 쓰는 동시에 읽는 사람이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사진작가는 찍는 동시에, 혹은 이전에 "보는" 사람이다. 일인칭 관점에선 어떤 풍경도 시선보다 선행될 수 없다. 그러니 잘 찍기 위해선 잘 봐야 한다.
단순히 "본다"는 측면만 보자면 사진은 어떤 창작보다도 빠르게 결정돼야 한다. 찰나를 놓치면 영원히 찍을 수 없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포토샵으로 새로운 사진을 만드는 일이 아니고서야 사진은 퇴고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사진은 먼저 찍고, 그리고 작품으로 남길지 판단한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창작에서 사진이 가지는 시급함은 다른 매체보다도 더 "찰나의 좋은 시선"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차이가 사진이란 장르가 다른 장르보다 더 숙고함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아니다.
2018년 뉴욕 지하철과 2019년 독일 성에서 만났던 찰나 그러니 사진을 찍는 논리 구조에서 가장 첫 번째로 결정되는 건 "무엇을 볼 건가"이다.
그러니 돌고 돌아 우리는 어떤 시선을 갖고 어떤 것을 볼 건가. 제한된 체력과 시간으로 어느 곳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이 질문은 좋은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서 중요한 고민이다. 모든 사람이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을 필요는 없지만 좋은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작가가 좋은 장면을 기록할 확률은 낮다.
한참 아버지와 운전 연수중에 30분쯤 걸리는 할머니네를 찾았다. 계획에 없던 방문이라 할머니는 더 기뻐했다. 집에 가려는 길에 할머니가 배웅 나왔다. 때마침 조수석에 있던 카메라로 할머니를 담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집체 교육이라도 받나 보다. 손주 오면 밥 많이 먹으라고 말하기, 주기적으로 과일과 반찬 보내기, 그리고 배웅 나오기. 그 모습들이 어째 다 닮았다.
이 날도 풍경이 먼저고, 사진이 다음이었다. 할머니가 배웅을 나왔고, 그제야 카메라가 일했다. 3점 슛에서 왼손은 거든 것과 같이. 풍경이 없고 시선이 없으면 사진도 없다.
2020년 운전연수받던 중 방문한 할머니네서시선은 어디서 비롯되는지에 따라 제각기다. 첫 출근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 시선엔 임무를 마쳤다는 시원섭섭함이 담겼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겐 정치, 혹은 갈등에 부지런히 시선을 보낸다. 애인이나 친구, 가족과 같이 가까운 사람에게 시선을 쏟는 사람도 있다. 그게 어떤 것이든 자신이 부지런히 시선을 주는 것을 찍어보자.
평소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잘 찍을 수밖에 없다. 동시에 그것을 다른 각도로 탐구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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