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함이 주는 태도
그런 특성 때문에 필카로 사진을 찍을 땐 차분히 풍경을 살핀다. "셔터를 누를만한 풍경인가?"를 고민한다. 언젠가는 그렇게 모든 풍경을 기각시키고 몇 장 찍지도 못한 채 복귀한 날도 있다.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보다 더욱 예민하고, 날이 서 있으며, 집중한다.
유한함이 결정을 숙고하게 만드는 건 필카에만 적용되는 일은 아니다. 나는 필름처럼 우리 삶도 언젠가 소멸될 거란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자세를 바로 잡는다.
가끔씩 작은 일에 과몰입하면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잊는다. 눈앞에 급급한 일에 너무 많은 시간과 체력을 뺏긴다. 우리는 모두들 죽는다. 단지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당연한 사실을 자주 망각한다.
야근을 하다가, 주식창을 보다, 혹은 실없는 농담 중 느닷없이 누군가의 부고를 들으면 서늘함이 밀려온다. 그리곤 다시 상기한다. 언제라도 이 세계와 작별할 수 있다는 것을.
죽음을 떠올리면 삶의 우선순위를 조정한다. 몇 년뒤 죽는다면 지금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을 고민해 본다. 마치 DSLR이 아닌 필름 카메라였다면 찍지 않았을 법한 사진들처럼, 최근에 내린 결정들을 복기한다.
필카에서 필름과 셔터를 삶으로 치환하자면 시간과 결정이었을 테니까.
물론 언제나 죽음을 리마인더 하며 진지하고 신중한 결정만을 내릴 수는 없다. 나는 심지어 그런 진지하기만 한 사람은 딱 질색한다.
중요한 건 태도가 아닐까 싶다. 좋은 풍경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시선을 쏟는 것과 비슷하게, 더 행복한 삶을 위해 바쁘게 탐구하는 태도를 갖는 일. 언제나 정답만을 결정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최선의 결정을 위한 노력들.
구태여 한 번 더 풀자면 좋은 결과를 위한 의지, 신중함, 그리고 실천까지.
어쩌면 결과물 자체는 초점이 날아갔을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그런 태도만 가지고 있다면 운이 좋게 꽤 괜찮은 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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