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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실격 Oct 03. 2023

제약 생산 기획과 파티룸 생산 기획

역산 스케줄링 통한 프로젝트 달성하기

생산 기획이란 직무명은 직관적이다. 우리 팀은 이름 그대로 완제 의약품 "생산"을 "기획"한다. 무언가 다른 꿍꿍이도 없어 보이는 게 참 시시하다. 

 SCM팀에 있었을 땐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 팀이냐고. 그러면 괜히 고민하는 척 인상을 팍 쓰면서, 재고-물류-생산을 최적화하는 팀이라고 말했다. 물론 주니어인 나는 재고-물류-생산 중에서 한 개도 컨트롤하지 못했지만. 거창해야 멋져 보이는 줄 알았다. 

 생산기획팀은 중요한 목표와 과제가 많지만 출하 관리가 1순위 업무다. 고객사에게 요청받은 날짜에 납품하는 일이다. 언뜻 보면 쉬워 보이지만 만만치 않다. 사정없는 사람 없다고, 계획된 일정이 뒤바뀌는 이유도 제각기다. 곤란할 때 많다.


역산의 마법  

아무것도 안 하고 곤란하기만 하면 그 역시 곤란하다. 정확하진 않을지라도 대략적인 일정을 가늠해야 한다. 우리 팀에선 출하일을 조율하기 위해 역산을 한다. 이런 순서로 이뤄진다. 먼저 데드라인을 정한다. 고객사에게 최종적으로 납품하기로 약속된 날짜다. 거기서부터 한 단계씩 거꾸로 내려온다. 출하하기 바로 전에는 품질 검사가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포장이 있고, QC실험, 원료 입고 등등이 있다.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텝별 예상 소요 시간을 계산한다. 총시간을 전부 더 했는데 요청받은 출하일을 넘기면 전체 일정을 다시 조율한다. 전체적으로 시간을 고루 더 짧게 주거나, 아니면 아예 원료 입고 일정을 당긴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모든 일이 중요하고 긴급하다. 하지만 역산으로 스케줄링하면 우선순위가 고정된다. 뭐가 됐든 출하일을 넘길 수는 없으니까. 그러면 가능한 선택지가 가지 쳐진다. 결정할 수를 줄여서 결정 자체를 가볍게 만드는 방식이다. 긴급한 일보단 중요한 일,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굵은 뼈대만 남길 수 있다. 


파티룸 생산 기획기

우리는 파티룸 창업을 목표했을 때도 역으로 계산했다. 먼저 오픈일을 결정지었다. 그게 우리 데드라인이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이런저런 필요한 일을 더하다 만만디 늦춰질 것 같았다. 5월 어느 날로 날짜가 결정됐다. 오픈까지는 6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두 달씩 잘라서 3가지 뭉텅이로 나눴다. 학습 / 공사 / 운영 단계 순서다. 


학습 (1~3월)

우리는 창업에 대해서 암묵지 상태였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온라인 강의를 끊었다. 퇴근 후에 짬짬이 영상으로 공부했다. 자영업, 사업과 관련된 책도 함께 읽었다. 사장학개론, 그로스해킹, 제로투원, 린스타트업 등이다. 상권을 둘러본다는 임장도 시작했다. 일단은 온라인에서 손품부터 팔았다. 네이버 부동산을 부지런히 살폈다. 월세, 보증금, 지역을 보면서 예비 공간을 리스트업 했다. 그 외에도 본격적인 일을 벌이기 앞서 필요한 거시적인 것을 학습했다. 아주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공사(3~6월)

공사 단계에선 주차별로 목표가 있었다. 부동산 계약 / 철거 / 도장 / 미장 / 천장 / 가구 발주 순서로 계획돼 있었다. 물론 둘이서 하다 보니 일정을 넘기는 일이 잦았다. 업무적인 능력 차이도 분명했다.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동업자에 비해 나는 고사리 손이었다. 그래서 계획했던 일정보다 계속해서 조금씩 지연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에는 끝을 냈다. 한 달 정도는 더 걸렸던 것 같다. 특히 예상치 못하게 철거에서 시간을 많이 빼앗겼다. 


운영(6월~)

운영 단계는 현재 진행 중이다. 지금도 여전히 역산 스케줄링을 하고 있다. 매달 초가 되면 이번 달 목표를 짠다. 카테고리는 대략 5가지 정도다. 매출 목표, 마케팅 목표, 콘텐츠 발행, 공간 기획 목표 등이다. 아직은 매출 부분에서 목표를 못 맞추는 일이 많다. 그럼에도 꾸준히 매달 목표를 역산하고 달성률을 집계한다. 피드백을 하고, 목표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면 다음 달에는 그것을 수정하는 식으로 우리 리듬을 찾고 있다.  


역산 스케줄링 장점

역산 스케줄링의 가장 큰 장점은 크고, 멀어 보이는 목표를 잘게 썰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도 주차별로 목표를 정하고 차근차근 밟아 나가기 시작하자 진척률이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만약 막연하게 "부업해 봐야지"라고 생각만 했다면 지금도 시작하지 못했을 거다. 왜냐면, 당장 오늘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제조업 생산 기획을 하면서, 결국 어떤 목표를 성취하는 프로세스도 생산을 기획하는 규칙과 다르지 않다는 걸 배운다. 가장 중요한 건 먼저 목표를 분해하는 일이다. 그렇게 쪼개고 쪼개서 월 별, 주차별, 일별 해야 하는 일정이 생기게 되면 이미 반은 성공한 거다. 그것을 프로젝트 관리 형태로 쌓으면 분명히 내가 얼마나 성장했고, 목표에 가까워지는 지를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만 하면 지치기 쉽다. 생각보다 하루는 짧고 할 수 있는 일은 적다. 특히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더더욱. 하루 단위의 성과는 약소하기 마련이라 자신의 생산성에 위축되고 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꼭 사이드잡이 아니라 목표하는 무엇이라도 있다면, 그것의 완성품 형태를 그려 낸 뒤에 잘게 잘게 썰어보기를 권한다. 역산 스케줄링 첫 번째 과업이다. 하루 단위까지 나눴다면, 이제부턴 매일매일 그 목표 도달에 성공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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