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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더라. 그런데 꼭 인정하고 존중해야 할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사람도 있던데.
알바 때 만났던 맥도날드 팀장이 그랬다. 그분은 잔소리를 위한 잔소리를 뱉었다. 물론 팀장은 그러라고 있는 자리라면 할 말 없지만, 모든 문제는 정도의 차이지 않을까? 그 리더는 도가 지나쳤다.
예를 들어 "냅킨 논란"이 있다. 정석대로 하자면 쟁반 위 냅킨은 정돈된 이불 같아야 한다. 그런데 말할 것도 없이 냅킨은 가벼워서 옮기는 중에 흐트러진다. 밀려있는 주문을 해결하면서 냅킨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맥도날드가 냅킨 파는 곳이면 모양이 중요하겠지만 여긴 버거집이지 않은가. 게다가 고객에게 전달되는 그 순간엔, 어차피 모양은 망가진다. 중요도로 봐도 냅킨의 미학적 보존이 주문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 그러나 나의 이런 냅킨에 대한 소신은 리더가 쟁반을 보는 순간 종결된다.
"아니 냅킨 예쁘게 나가야 되는 거 몰라요?"
모르 긴 누가 모르나. 다 알지. 근데, 방금 리더님 냅킨은 더 심각했는데.
모든 일에는 규칙이 있고, 마찬가지로 현실도 있다. 모든 일을 규칙대로만 하면 좋겠지만 현실에선 어려울 때도 있다. 당연히 누구든지 책 잡히기 싫으니 최대한 규칙과 가깝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타협이 불가능 할때도 있다. 냅킨 모양 보존은 꼭 그런 문제다. 당연히 냅킨을 예쁘게 유지하는 게 정석이지만, 매번 보존에 성공할 수는 없다. 그럴 때 현실의 편에서 "이해"하는 사람이 있고, 그걸 콕 집어내는 사람이 있다. 그 리더는 쪽집게 같았다. 당연히 모든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기에, 리더의 잔소리도 멈추지 않았다. 그건 내 기준에선 "불필요한" 잔소리였다.
하나만 더 얘기해 보자. 핫초코 주문이 들어왔고, 잇따라 아이스크림 콘 주문이 들어왔다. 먼저 들어온 주문부터 처리하기 위해서 핫초코 만드는 곳으로 이동 중이었다. 그런데 "냅킨 리더"가 이미 핫 초코를 만드는 중이었다. 원래 바쁜 시간이면 이렇게 자기 업무가 아니어도 서로 도와준다. "그래, 저 사람이 잔소리는 많아도 나쁜 사람은 아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콘을 만들러 갔다. 다 만든 콘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돌아오자 리더가 "아니 핫초코 주문 들어온 거 몰랐어요? 내가 안 만들었으면 어쩔뻔했어"라며 묻는다.
"하....... 그게 아니라....... 리더님이 만드니까............ 내가 안 만든 거죠...... 안 만들었으면 내가 만들었겠죠.............."
처음엔 내가 문제인 줄 알았다. "내가 더 빨리 핫초코로 움직였어야 했나?, "맞아, 아무리 바빠도 냅킨 모양은 소중한 건데"라는 생각도 했다. 내가 빈틈없었다면 잔소리할 거리도 없었을지 모른다. 잔소리의 문제를 나에게서 찾았다. 더 잘해보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러나 냅킨 리더는 늘 창의적이고 새로운 접근으로 잔소리 거리를 발견했다. 누가 손이 눈보다 빠르다고 했었나. 그 리더의 눈보다 빠른 건 이 세상에 없다. 한 번은 리더가 뭔가를 메모하던 중에 내가 지나가자 그걸 숨겼는데, 얼마나 시달렸는지 거기에 잔소리 거리를 적어두는지 싶었다. 물론 그 정도로 치밀한 악당은 아니겠지. 아무튼 어쩔 수 없이 그 리더만 보면 나는 주눅 들었다.
그러던 중 다른 근무일에 땜빵으로 출근한 날이 있었다. 일 하는 시간도 달라서 전부 처음 보는 크루들이었다. 손님이 없어 한가한 시간이 되자, 한 친구가 다가와서 오전에 일하냐고 물어봤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그러면 ~~ 리더랑 일 하시겠네요, 안 힘드세요?"라며 물어왔다.
아, 그 냅킨 리더다. 그 말을 들을 땐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 그러니까 그 리더는 이미 알바생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알바생 헤이터였다. 내가 정말 잘 못해서 잔소리를 듣는 게 아니었다. 냅킨 리더는 상대가 누구든지, 책임이 누구든지 상관없이 아무쪼록 꼭 잔소리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던 거다. 심지어 나한테 물어 온 친구는 그 리더 때문에 오후 타임으로 바꿨단다. 공통의 적을 겪었다는 사실에 우린 금방 친구가 됐다.
그러니까 위 문항처럼 사람은 정말 다양한 모습이 있더라. 그리고 어쩔 땐 객관적으로 별로인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까지 인정하고 존중하긴 힘들다.
꼭 맥도날드에만 있는 건 아니다. 무슨무슨 보존의 법칙처럼 어떤 집단에서건 별로인 사람은 꼭 있다. 군대에서도 그랬다. 군화만 2시간을 닦던 친구가 있었다. 조별과제에서도 있었다. 모든 출처를 네이버 블로그에서 가져온 친구였다. 그러니까 세상엔 정말로, 객관적으로, 부족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까지 쓸 마음이 없다.
다만 나는 혹시 내가 사람을 잘 못 판단할까 봐, 그걸 경계한다. 종합적으론 꽤 괜찮은 사람을 실수 몇 개로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악당이 한 번 베푼 선행에 너무 큰 감동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따라서 어떤 사람에 대한 판단을 최대한 유보하려고 노력한다. 한두 개 좋은 모습에 너무 큰 점수를 주지도 않고, 몇 번 실수해도 "그럴 수 있지"라며 기회를 주는 거다. 그러고 보니 최근 읽은 위대한 개츠비에서도 "어떤 사람을 비난하기 전에 네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모든 사람이 너처럼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을"라는 구절이 있더라. 이런 생각을 가진 뒤로는 타인이 또 다른 타인에게 내리는 평가를 대부분 거르게 됐다. 직접 겪어보기 전까진,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선입견을 갖지 말자고 다짐했다. 꼭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건 아니었다. 다른 인종이든, 종교든, 정치, 문화, 경험 등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한 번의 판단 유보와, 또 한 번의 유보, 그리고 거듭되는 유보 뒤에도 어떤 사람이 별로면, 그땐 정말 별로인 거다. 이건 판단하는 사람이 잘못한 게 아니다.
나는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게 힘들 때가 많다. 그래서 어떻게 경쟁력을 향상했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존중은 못해도, 실수는 적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 사람의 입장이 돼 보려고 한다. 결론을 내리기까지 최대한 많은 이해를 쏟으려고 한다. 그리고 이건 내가 오랫동안 지키고 싶은 규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냅킨 리더는 좀 너무했다. [2,839자]
“필패하는 자소서”에선 자소서 문항을 제 맘대로 대답하는 형식의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진로 고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되는 일 사이에서의 갈등, 부끄러움, 대인 관계 등이 키워드입니다. 기획 의도가 담겨있는 프롤로그를 첨부합니다. 팔로우를 하시면 글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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