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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실격 Mar 23. 2021

본인의 삶에서 다른 사람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은

현대글로벌서비스구매팀

본인의 삶에서 다른 사람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은 경험이 있다면 기술해 주세요 [700자]


여태껏 나는 이렇다 할 선배를 만난 적이 없다.

     
20대 초반에 방황을 했다. 학교는 불만족스러웠고 내 주변은 엉터리 같았다. 누군가 대화 나눌 사람이 필요했다. 너무 진지하진 않지만 또 실없진 않는 대화 말이다. 지난 주말 있던 영국 축구 얘기는 고등학교 때 질리도록 했다. 이젠 그보다 조금 큰 대화를 하고 싶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 비슷한, 혹은 뉴스에 나오는 얘기들. 많이 양보해서 요즘 읽고 있는 책 정도. 하지만 주변엔 시시한 사람들뿐이었다. 

 내가 적극적이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때 나는 잔뜩 주눅 들었으니까. 하지만 적당한 사람이 있다면 말 한번 붙여볼 용기는 있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그런 사람은 “선배”이길 바랐다. 그런 포지션은 동기도 교수님도 아닌 선배가 담당해야만 캠퍼스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다고 믿었다. 아마 멋있어 보이는 선배 한두 명만 만났어도 내 삶은 지금과 달랐을지도 모른다.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을 했다. 이리저리 방황하다 휴학도 하고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그리곤 대학을 편입했다. 이제 새내기와는 꽤 거리가 먼 학번이 됐다. 동아리에서나 동기들 사이에서도 어린 나이는 아니었다. 사회 경험 하나 없는 풋내기지만 캠퍼스 안에선 제법 어른이었다. 어울릴 친구가 필요했고, 축구 동아리에 가입했다. 주장은 나랑 동갑이었다. 나는 그 동아리에서 주장과 함께 가장 연장자였다. 동아리는 대부분 복학생들이었다. 받아주고 찾아주는 사람 없는 복학생들끼리 끈끈히 뭉쳤다. 세 시간 정도 축구를 하고, 두 시간 정도 치맥을 먹었다.
     
그렇게 치맥을 먹던 어느 날, 이제 막 전역하고 복학한 후배가 “형은 평소에 무슨 생각 하고 지내요?”라며 물어왔다. 나는 빨리 취업할 생각밖에 안 한다고 대답했다. 그건 거짓말이다. 취업에 관해서 난 “될 대로 돼라”라는 편이니깐. 그냥 길게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가벼운 자리에서 진지한 대화를 질질 끄는 건 꼰대밖에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자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고 나서야, 그렇게 쉽게 대답한 게 후회됐다. 어쩌면 그 질문을 한 동생이 몇 년 전 "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동생은 당시 나보다 적극적이어서 용기를 내 물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랑 비슷한 갈증을 느끼는 친구였을까. 조금 더 그럴싸한 대답을 할 걸 생각하다가도, 내가 그런 대답을 가진 게 있나 싶다. 

 나는 멋있는 선배를 찾기만 했지, 내가 돼줄 수 있다고는 믿지 못했다. 그러니까 현대 글로벌 서비스 자소서 문항에 대한 "내가 다른 사람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은 경험"은 다음과 같다. 어쩌면 지금 당신의 모습이, 예전 당신이 소망했던 그 모습이 이미 됐을 수도 있다고.


그나저나 그 친구는 훗날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여태껏 나는 이렇다 할 선배 한번 만나본 적 없다"라고. [1,392자]


“필패하는 자소서”에선 자소서 문항을 제 맘대로 대답하는 형식의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진로 고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되는 일 사이에서의 갈등, 부끄러움, 대인 관계 등이 키워드입니다. 기획 의도가 담겨있는 프롤로그를 첨부합니다. 팔로우를 하시면 글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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