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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삼분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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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훈 Feb 25. 2021

삼분의일 A, B타입 2.0 개발기

왜 가만히 놔둬도 잘 팔리는 제품을 대규모로 뜯어고치는 거냐?

 삼분의일의 개국공신이고, 지금까지 삼분의일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A, B타입 매트리스가 21년 2월 26일 대규모 업그레이드 리뉴얼 버전으로 새롭게 출시된다.

 2016년 초부터 A타입 개발을 시작했고, 2017년 7월 7일 7시 A타입을 출시했었다. 1주일 이후에는 B타입을 출시했는데, 두 제품 모두 시장의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18년~19년 삼분의일이 한국 매트리스 시장에서 여러 획을 그을 수 있었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고 지금의 삼분의일이 있게도 해줬다.

그래서인지 A, B타입의 대규모 리뉴얼이 시원 섭섭하다. 아직 A타입 킹에서 너무너무 만족스럽게 자고 있기도 하고..


WHY : Back to Basic


 왜 가만히 놔둬도 잘 팔리는 제품을 대규모로 뜯어고치는 거냐? 답을 요약하면 "창업 초기 혁신 DNA 회복"

이 되겠다. 삼분의일을 창업하고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대기업이 장악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냐? 였다.


 우리는 "혁신가"였다. 업계 사장님들이 모두 말렸던 100일 반품 제도를 시작했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압축 전문기계를 수입해서 설치했고 택배 배송을 시작했다. 


 매트리스 업계에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고객과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면서 작게나마 한국 매트리스 시장을 혁신해나갔기에, 작게나마 시장에서의 틈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삼분의일을 사랑하는 고객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행복한 여정이었다.


 그리고 이제 5년 차가 되었고, 작년 여름 문득 이제는 우리가 더 작고 빠른 회사들에 의해 혁신의 대상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오랫동안 안주했었다. 이쯤에서 우리가 먼저 우리 스스로를 혁신하기로 했다. 그래서 가만히 놔둬도 잘 팔리는 제품을 시간과 자원을 들여서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HOW : 고객의 문제에 집중


베스트셀러 리뉴얼은 우리에게 엄청남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오히려 리뉴얼 이후 잘 안되면 어쩌지? 이럴 땐 가장 본질에 집중하는 게 항상 우월 전략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쌓여있던 후기와 VOC 10,000개를 모두 읽어보고 고객님들이 가장 불만 요소로 느꼈던 pain point 2개로 추려낼 수 있었다. 


이걸 왜 지금까지 외면했을까? 아프지만, 초기에는 고객의 문제에 집중했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리의 존재 이유라는 사실을 잊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일에 더 몰입했던 거 같다....



WHAT : 지지력, 착와감


고객의 불만은 폼 매트리스의 압점 제거에는 만족하지만 허리에서의 느껴지는 약한 지지력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계절 요인에 의해서 바뀌는 매트리스의 착와감이었다.


1) 지지력

삼분의일 고객분들은 "지지력"이라는 단어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누웠을 때 느껴지는 착와감보다 내 몸을 얼마나 지지해주는가를 더 우선시 하는 경향을 보였다.


많은 분들이 폼 매트리스가 몸의 굴곡에 따라 압점을 없애주는 데에는 열광했지만, 허리 부분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면서 허리의 지지력이 없어지는 느낌에 대해서 어색해하시거나, 편하지만 허리에 안 좋은 거 아닌가? 하는 불편한 느낌이 든다고 하셨다. 


우리는 허리 부분에 느끼는 지지력 상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고, 허리 부분과 같이 지지력이 필요한 부분은 넓은 간격의 폼 컷팅을 통해 안정감 있게 받쳐주고 엉덩이, 어깨와 같이 굴곡이 있어 저항을 줄여주어야 하는 부분은 좁은 간격의 폼 컷팅으로 상대적인 지지력 차이를 만들어 냈다.


메모리폼의 착와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폼의 컷팅되는 정도를 부위별로 다르게 해서 상대적 지지력(경도) 차이를 만들고 이를 통해 가장 민감한 허리의 지지력을 높이는 전혀 새로운 접근 방식을 이번 리뉴얼에 채택했다. 


2) 착와감

 겨울이 되면 삼분의일 고객센터에 느낌 불만족을 문의하는 고객 문의가 늘어난다. 이유는 그동안 우리가 사용한 폴리우레탄 폼은 온도 민감성 폼이었기 때문이다. 온도 민감성이란, 온도가 내려가면 폼의 물성이 단단해지는 현상을 업계에서 지칭하는 용어이다.


 폼의 온도 민감도가 높은 이유는 우리가 폼의 통기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가장 상위 레이어는 open cell 형태의 폼을 사용해왔기 때문이다.(Open Cell이란 폼의 Cell이 커서 통기도가 높아서 공기 flow가 높은 폼)

Open Cell 형태의 폼은 통기성이 높기 때문에 폼의 core까지 온도가 빠르게 변해서 쉽게 딱딱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람이 누우면 사람의 무게 때문에 Open Cell의 통기가 막히게 되어서 어차피 통기성이 Zero가 되는 사실을 매트리스 사업 5년 차에 알게 되었다....


 그동안 물성이 변하는 이슈를 감내하면서 통기성을 위해서 Open Cell 폼을 써왔는데.. 사람이 누우면 통기성이 없어진다니.. 참으로 허무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사계절 내내 쾌적하고 균일한 착와감을 유지할 수 있는 우리가 딱 원했던 물성의  온도 둔감형 Closed Cell 폼을 개발했고 새롭게 첫 번째 레이어에 적용했다. 그리고 우리가 "딱" 원했던 물성을 구현해냈다. 



느낌 : 좋다.. (A는 더 A답게, B는 더 B답게)


1) A타입

메모리폼 매트리스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마치 물이나 모래에 서서히 잠기는 듯한 느낌으로 메모리폼의 포근함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수백만 원 고가의 수입제품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제품이다. 만약 푹신한 매트리스를 선호하고 메모리폼 매트리스에 익숙하다면 무조건 강력 추천한다. (참고로 나도 A타입..)


2) B타입

메모리폼의 압점 제거 착용감을 적당히 살리면서도, 단단 탄탄하게 몸의 지지력을 받쳐주는 타입으로 삼분의일의 올타임 스테디셀러이다.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처음 사용하거나 수면 중에 뒤척임이 많은 사람의 경우 강력 추천한다. 개발할 때 메모리폼을 처음 사용하는 우리 할머니도 부담 없이 행복하게 주무실 수 있는 컨셉을 가지고 개발했다. 솔직히 싫어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기존에 A, B타입에 대한 글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음.



개발 TMI   


1) 1차원 가공 vs 2차원 가공

1차원 가공은 가로x축로만 한 번 가공하면 되고, 2차원은 가로x축, 세로y축 2번 가공을 해야함. 따라서 2차원 가공이 공수가 5배 정도 더 많이 들어가서 공장과 오랜 시간 밀당을 함. 생산성을 따지면 타사처럼 일반적인 컨투어폼을 하는게 맞지만, 이왕 확실한 허리 지지효과를 주기 위해 고집한 부분.

허리아픔을 개선할 수 있게 경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개라고 생각함. 1번은 화학적 경도를 높이는 법. 즉 허리 부분에만 다른 종류의 폼을 써서 실제로 그 부분만 강화시키는 방법. 하지만 테스트해보니 두 개의 레이어가 한 층에 있으면 몸의 움직임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이기가 어려움.

2번은 허리 부분을 '물리적'으로 강화하는 방법. 즉 어깨나 엉덩이 부분이 더 소프트하면 허리부분은 상대적으로 더 견고해질 수 있음. 한국인의 체형 통계를 바탕으로 디테일하게 컨투어폼을 구현해냄. 2차원 도면만 5번을 따고 경도 테스트를 수십번 진행함.


2) 8개월, 2500만    

개발 완료 후 wrap-up하면서 발견한 사실. 리뉴얼하는데만 장장 8개월이 걸렸고, 그 기간동안 샘플링 하는데만 2500만원 소진. 후....



마무리


 항상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과정은 말과 글로 담을 수 없는 희열, 뿌듯함, 고통을 동반한다. 이번에 리뉴얼된 삼분의일  A/B타입 매트리스 2.0 제품을 출시하면서는 이런 감정 이외에 5년전 우리를 혁신하고자 하는 치열함, 창업 초기의 혁신으로 회귀라는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삼분의일이 성장하면서 우리의 제품력과 기획력에 대한 오만함에 빠져있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결국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프로젝트의 목표로 잡는 것이 항상 우월 전략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번 삼분의일 브랜드에 깊게 새기게 되었다. 이런 마음가짐을 되새기니 벌써 다음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할 생각에 설렌다. 



By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


삼분의일 리뉴얼 A, B 타입 체험관 예약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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