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시간 빼고는 하얗게 불태웠다
오랫만에 글을 쓴다. 출장을 다니면서 틈틈이 노트북에 일기 식으로 써 놓기도 했지만 인스타에 지난 출장 사진들을 올리다가 한해의 마무리 식으로 브런치에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한해 참 많이도 다녔다. 한국,중국,독일,포르투갈 경유한 암스테르담까지. 아시아와 유럽을 종횡무진 누볐다. 게다가 출장 일정이 원체 빡빡한 탓에 출장 전에는 마치 올해 마지막 최종 보스 퀘스트를 남겨둔 마냥 심장이 뛰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다행히 모든 출장을 마무리하고 집에서 연휴를 맞는 지금, 출장지에서의 사소한 어려움마저 추억이 되었다.다녀온 순서대로 중국 출장기를 적어보려 한다.
새벽 1시 도착 비행기. 처음 가보는 나라에, 말도 안통하는데...?하느님이 보우하사, 대학 베프인 중국인 케이디가 칭다오에서 놀러와 주겠다고 했다. 공항에서 내리자 중국식 크레이프를 들이밀며 반겨주는 친구가 어찌나 반갑던지.
현지인 친구의 도움으로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열몇시간의 장시간 비행동안 (미국에서 상하이,상하이에서 톈진) 잠은 좀 잔터라 새벽 야식을 먹으러 중국의 밤거리로 나섰다. 혼자라면 좀 무서웠을 밤거리이지만 케이디 덕분에 든든했다. 미국에서는 늘 천방지축 어린아이 같던 친구가 자기 나라에서는 이렇게 든든하다니.
10여분을 걷자 신기하게도 일본식당 거리가 나왔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한장씩 올려줘야해. 중국인이 하는 일본식당은 미국에도 많잖아 하며 큰 기대 없었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바삭한 튀김에 고명 듬뿍 얹은 고소한 라면. 배가 부른데도 멈출 수 없는 그 맛. 미국에 돌아오고 나서도 몇번씩 생각났다. 사교성 좋은 케이디가 주인장에게 들은 바로는 이 거리가 일본 식당 거리라고 한다. 몇십개의 일식당들이 줄지어 있으며, 예전에는 중국내 일본인 거주/법치 지역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의 마지막 황제가 처음 폐위되고 일본인들의 도움을 받아 거주하던 숙소가 근방에 있다.그 맛있는 식당의 유일한 흠을 꼽자면 밥먹는데 주인이 카운터에서 담배를 핀다. 첨엔 충격 이었지만 중국에 며칠 머무르고 보니 거기서는 일상적인 일이었다. 그 담날 또 가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고 외국인 손님을 신기해 하며 쿠폰을 쥐어준 식당 주인도 고마웠지만 일정이 바빠 또 가진 못했다. 그리고 똑같은 걸 두번 먹기엔 중국음식이 너무 맛있는게 많아. 심지어 호텔 식당의 조식 국수도 맛있어버리니, 식단조절이 안된다.
누군가 톈진을 간다면 진짜 꼭 가라고 추천해 주고 싶은 식당, Salsa.
이름만 보면 스페인 식당 일것 같지만! 전통 중국음식을 판다. 탕후루를 먹지못해 아쉬워하는 나를 위해 (탕후루는 길거리에서 보이면 바로 사먹어야된다.찾아서 먹으려면 없다...) 산사열매 페이퍼로 만든 꽃 모양 요리를 주문 해준 케이디. 안에 꿀 같은 것이 들어있어 진하게 새콤달콤한 맛이다. 혼자 10개라도 먹을 수 있을 듯.
중국에 왔으면 역시 베이징 덕이지. 신기하게도 오리 껍질을 보라색 설탕에 찍어 먹는다. 먹기전엔 이게 맛있을까 싶었는데 웬걸. 완벽한 단짠단짠에 바삭함을 얹은 맛 이다. 껍질을 먹고 난 후 같이 나온 야채와 라이스 페이퍼에 살코기를 싸서 먹었는데, 매운 맛이 없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고소하니 맛있다.
마지막 디저트! 페북이나 인스타에서만 본 강아지 모형 초콜릿 무스.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맛도 있다! 발바닥 모양까지 섬세하게 조각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