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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k Glove Jul 31. 2019

우선 살부터 빼고 오겠습니다

4.  카레에는 밥이 필요하지않다


동원이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로 합의를 본 후, 토요일 오전에 장을 보았다.

토마토, 닭가슴살, 양배추, 오이, 자몽, 달걀 한판, 당근 등등 1주일치 장을 보았다. 평소에는 잘 사지 않던 야채들도 많이 샀다. 이미 잘라져 통에 담긴 것들은 편하긴 하지만 단기간에 쉽게 상해 좀 손이 가더라도 손질 안된 야채를 고르고, 원래 잔뜩사던 냉동시품이나 소시지등은 하나도 사지않았다. 집에 있으면 배고프지 않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는 식빵이나 과자류도 과감히 뺐다. 벌써 건강해진 기분이다. 퍼블릭스 매장에 이렇게 다채로운 야채가 있었다는 게 새삼스럽다.

건강하게 먹으려고 하니 확실히 값이 싸지는 않다. 하지만 동원이가 반을 낸다고 했으니 내 입장에서는 되려 돈이 덜든다.


동원이가 추천한 요리로 첫날 식사를 준비했다. 당근과 양파를 넣은 닭고기 카레. 요리 방법도 간단하다. 올리브유에 살짝 구운 닭고기를 덩어리감있게 썰어두고, 물에 카레 가루를 넣고 끓인다. 닭고기와 당근을 넣고 끓이다가 양파를 넣는다. 사이드로 토마토와 오이, 양배추 반통을 썰어 간장과 생강, 마늘로 만든 드레싱을 뿌려 볼에 담아 두었다.

밥이 없는 카레요리. 탄수화물을 최소화하기위해 감자도 넣지않았다.

'냄새가 좋은데?'

저녁 6시가 되자 동원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카레냄새가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큰 그릇에 닭고기 카레를 담아 식탁에 내놓았다. 샐러드도 두 그릇으로 나누어 담았다.

'먹자.'

'의외로 먹을만 하네 이거.'

카레보다는 카레 양념을 한 닭고기에 가까웠지만 적당히 씹는 맛도 있고 카레가 배어든 당근과 양파도 달큰하니 맛있었다. 밥없는 카레를 먹기는 또 처음이네. 왜 이생각을 못했을까.


조금 아쉽다 싶게 적당히 배를 채운 저녁식사가 끝나고 동원이가 설거지를 도와주는 동안 조금 쉬다가 공원으로 나갔다.

옆에 이렇게 기동력있는 친구가 있으니 든든하다. 조금도 늑장부릴 틈을 안준다. 같이 달리자고 할까봐 걱정하는 걸 알았는지 같이 걷자고 한다. 둘이 속도를 맞추려고 조금 빨리 걷다보니 등에 땀이 찬다.


'운동하고 집에가서 또 뭐 먹으면 안돼.'

돌아오는 길에 동원이는 내게 신신당부를 했다.

'알겠어.'

웃으며 대답하고 문을 닫았다. 심장이 조금 뛴다. 이건 운동 탓일까 아니면 동원이의 자상한 말투 탓일까.


-오늘은 내가 알아서 만들어볼게

3일째 되는 날 동원이에게 자신만만하게 문자를 보냈다.

-그래 ㅎㅎ 믿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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