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 업데이트 요망
금요일은 왠지 늦게까지 깨어있고 싶은 마음이다. 출근하느라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몇 안 되는 날이니까. 괜히 불금이라는 이름으로 약속을 잡거나, 어딘가에 가려고 했다. 약속이 없으면 OTT나 유튜브라도 붙잡고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더 늦게 자려고 했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탓에 주말에 등산을 가는 시간이 점점 일러지고 있는데, 내일은 무려 7시보다도 이른 시간에 집에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아무리 늦어도 6시 반에는 눈을 떠야 하고, 그러려면 11시경에는 잠들어야 한다.
하염없이 휴대폰을 붙잡고 조금이라도 늦게 자던 지난날과 오늘을 비교하면, 오늘이 낫다. 괜히 금요일에 ‘불’ 자는 붙여놔 가지고는... 약속이라도 없는 날에는 불금에 집에만 박혀있다는 생각에 더 우울했던 것 같다. 그냥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해가 뜨고 지는 하루일 뿐인데 말이다.
올해 들어 산을 타기 시작하면서, 금요일에는 일찍 자는 것이 더 활기찬 주말을 맞이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나 이번 주 일요일에는 산을 타고나서 해야 할 일도 있기 때문에 내일은 반드시 좋은 컨디션이어야만 한다.
고로 산행에 필요한 짐을 미리 다 싸두었다. 파프리카를 한입 크기로 썰어서, BPA free 말랑이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텀블러는 설거지해서 말려두었으며, 내일 입을 등산복도 다 미리 골라뒀다. 눈 뜨자마자 세수와 양치를 하고 선크림만 바르면 바로 나갈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더 자기 위한 준비다.
이제 내게는 토요일이 더 중요해져서, 상대적으로 금요일이 덜 중요해졌다.
아직 읽는 중이긴 한데, <언스크립티드>라는 책에서 ‘요일’ 개념은 그냥 만들어진 개념일 뿐이라는 말이 나온다. 맞지. 그냥 우리가 단체 생활을 더 효율적으로 하려고 만든 개념일 뿐, 요일 간의 특징 차이는 없다. 오늘은 그냥 어떤 하루였다. 그 하루를 나는 일하는데 8시간 쓰고, 요가하는데 1시간 썼으며, 장 보는데 30분 정도를 써서 보냈을 뿐이다. 그리고 내일 하루는 산 타는데 4시간, 또 다른 종류의 일을 하는데 4시간 정도를 쓸 거다.
내가 굳게 믿고 있던 것들이 사실은 날 괴롭히는 것일 수도 있다. 아이폰도 매번 업데이트되듯이, 나 자신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쳐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지금 나는 버전 몇일까.
버전 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