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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재환 Aug 10. 2021

자의와 타의

우리가 하는 봉사활동은 결코 부족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하는 행동들 중에는 양면을 가진 것들이 많이 있다. 

개발 행위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환경과 전통을 훼손하거나 불평등을 더 심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한 결과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패배나 경제적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이 인간이 하는 행동들의 상당수는 한 측면에서 보면 좋은 일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나쁜 일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원봉사활동은 다른 측면의 나쁜 면이 쉽게 떠올려지지 않는다. 우리가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을 대할 때면 좋은 일을 한다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자원봉사자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 같다. 그만큼 자원봉사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들 중 꽤 순수하고, 꽤 훌륭한 일로 인정받고 존중받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그러한 평가를 받는 큰 이유는 봉사에 대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로 희생하고 공헌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제는 자원봉사가 많이 익숙해져 있는데, 꾸준히 지속적으로 자원봉사를 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한 두 번씩은 자원봉사를 한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이 경험한 자원봉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원봉사의 자발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자원(自願)이라는 말이 '자발적으로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서 한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자발적이지 않은 동기로 자원봉사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자신이 한 자원봉사가 진실되지 않은 것처럼 생각된다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면, 현재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자원봉사는 하나의 의무사항처럼 되어 있어서 생애 첫 자원봉사를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한 비자발적 봉사로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그런 경우이다.

그래서 청소년이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 중에는 자신이 하고 있는 자원봉사활동에 대해 스스로 그 가치를 낮추어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기 자신은 자발성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단체로 봉사활동을 하러 왔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은 진정한 자원봉사가 아니며,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생활 속에서 꾸준히 자원봉사를 하시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떻게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대해 '친구 따라, 소속 단체에서 단체로 해야 해서, 봉사시간이 필요해서' 등의 이유로 시작하였다는 분들이 많이 있다. 즉 순수한 자발적인 동기로 자원봉사를 시작하기보다는 다른 동기로 시작하게 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기쁨 때문에 점차 자원봉사활동 자체가 스스로의 동기가 되는 변화가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원봉사가 왜 좋은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자원봉사를 해보는 것이고 따라서 비자발적이라 하더라도 자원봉사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그 기회를 통해 자원봉사의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도 잠재적인 자원봉사자들을 양성하는 순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실제로 자원봉사 현장에서는 자발적인 동기가 아닌 자원봉사를 통해서도 많은 수혜자들이 도움을 받는다. 자원봉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원해서 봉사를 하고 있든, 억지로 시간을 채우기 위해 봉사를 하고 있든 자원봉사자의 마음과는 무관하게 도움을 받는다.


물론 자원봉사자가 어떤 마음으로 봉사를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봉사활동의 질과 결과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비자발적인 자원봉사자는 상대적으로 불친절할 수 있고, 소극적일 수 있고, 충분한 봉사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자원봉사도 우리 사회에서 많이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자원봉사자의 동기와 역량에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완성된 자원봉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동기가 완전히 자발적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자신들이 하고 있는 봉사활동이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스스로가 좀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기뻐했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고 나누는 삶이 주는 기쁨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경험이 모두를 조금 더 성숙된 자원봉사자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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