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줄 놓치마!
남편이 PC 모니터에 네이버 지도를 열어 놓았다. 이사 오기 전 살던 동네를 온라인 탐방 중이었다며 변화된 모습을 공유하고자 나를 불렀다. 볼 거 다 보고 내 고향은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서 지도를 검색했다. 길만 빼고 터들은 다 변화해서 익숙함보단 낯섦이 대부분인 그곳을 돌아다녔다.
동네 아이들 여럿이 뛰어다니며 숨바꼭질하고 사방치기 하며 쉼 없이 놀던 골목길들이 너무 좁았다. 이곳이 작은 세상인지도 모른 채, 집에 들어가기 싫어 볕을 몸으로 다 흡수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올려다본 2층, 내가 살던 집. 40년 가까이 된 그 다세대 주택은 그대로였다. 창틀이 새 것으로 바뀌고 에어컨 배관이 밖으로 나온 것 말곤 외형의 변화가 없었다.
완전히 변한 유치원(당시 유아원) 앞에서 길을 잃었다. 담을 넘어 다니던 추억과 폭신한 모래밭 운동장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초등학교는 체육관이 생겼고 요즘 초등학교 다운 알록달록한 옷을 입었다. 장마 때면 하수가 늘 역류해서 우산 배를 만들어 하교하던 골목길의 교문은 후문이 되었다. 초등학교 맞은편에 있던 고등학교는 운동장이 잔디밭이 되어있어 입이 벌어졌다. 체육시간에 반 아이들을 줄 세워 놓고 땅에 있는 돌을 주우라던 선생님 말씀에 투덜대면서도 허리 숙여 돌을 줍던 친구들. 풋풋하고 가장 맑았던 시절의 웃음이 귓가를 스치는 것 같았다.
20년을 살던 동네 곳곳을 다니며 감상에 젖어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되어 그저 추억으로 남기기 적당한 고향이다. 이사를 다니지 않았던 덕에 회상할 고향과 그리워할 골목들이 있어 다행이라 여긴다. 다 좋을 수만은 없던 시절이었으나 그걸 알지 못했던 유년기가 거기에 있다. 발걸음이 닿을 때마다 아픔이 되어 다리를 타고 올라올까 봐 갈 수 없는 곳이라 생각했다. 아니다. 아직은 가지 않음을 선택하며 시간이 약이 되길 기다리는 중인 거다. 지나친 감상은 이성적 판단을 왜곡시킨다. 이쯤이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