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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동력, "엄마 덕분에"

딸아이의 사춘기 씨, 안녕?

by 지예

아이와 나누는 대화가 제대로 거름이 되어가고 있는지 늘 마음을 두드려 확인한다. 말이 길어지고 상대가 공감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잔소리가 됨을 잊지 않는다. 거기다 아이의 감정이 앞서 일상어도 고깝게 들리는 사춘기가 되면 아이 눈치를 보며 한 마디 한 마디에 신중함을 기해 말을 하려 시기를 가늠하고 있었다.


하루는 '엄마 덕분에'로 시작하는 아이의 말이 먼저였다. "엄마가 나한테 사춘기에 대해 많이 알려준 덕분에 친구들에게 알려줄 게 많아. 아이들 말에 공감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엄마랑 이야기하는 게 좋아."


올해는 아이가 신체와 감정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춘기 초입에 겪을 수 있는 것들이 주요 화제다. 학습적인 면에서 궁금하거나 모르는 것을 대하는 시간들과는 확연히 다른 주제들. 친구들의 감정까지 궁금해하고 이입하면서 이해하려는 아이의 노력에 나의 경험들을 얻는다.


사춘기는 신체 변화와 감정 변화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도록 학습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막연하게 자연스러운 성장이니까 받아들이라고만 할 수 없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지나왔을 과정일지라도 내 아이를 알고 그에 맞는 처신들을 알려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멋대로 자라오던 여러 감정이나 관계들이 이성적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정리해줄 기회이기 때문이다.


"친구는 짜증이 너무 많이 날 땐 방으로 들어가며 방문을 확 닫아버린데. 이해는 좀 되지만 잘못된 행동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 친구는 나와 좀 성격이 다른데 또 같이 있다 보면 괜찮고. 그래도 거친 말, 욕들은 좀 불편해." "엄마, 우리 반에 OO가 있는데 내가 좋데. 그래서 사귀자고 해. 그래서 내가 어쩌고 저쩌고..." 아이의 말과 얼굴 표정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daisies-gef64906f6_1280.jpg JillWellington @pixabay


딸에게 나중에 좀 커서 '엄마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라고 하는 순간 머리에 고속도로 생기고 등짝 스매싱 들어간다는 등의 농담을 서로 웃으며 주고받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진심들에 당부를 담고 서로 예의를 가지자는 말도 붙인다. 듣는 것만으로도 당황스러운 대화에서는 미숙한 판단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조언을 한다. 사춘기여서 화나 짜증이 많아질 수 있지만 그건 특별한 시기라고 해서 다 허용되지 않음도 전한다.


사람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때 일어나는 갈등이 요맘때부터 몇 해, 유독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를 들었다. 그때마다 엄마가 뒤에 있다는 걸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내 마음을 담아 주로 식사 때 말을 건넨다. 부족한 것들을 지적받으며 잔소리가 되던 내 잘못된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애씀이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다짐이 무거운 짐이 되지 않도록 나도 변해야 한다. '엄마 덕분에'라는 말을 무시로 들으며 성장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듣는 '엄마 덕분에'는 그 어떤 인증보다 신뢰와 보장이 강한 자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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