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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 Aug 24. 2020

수업료치고는 싸다

돌이란 돌엔 다 걸려 넘어지다

살아오면서 교통벌금을 먹고 열 받은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다 헤아릴 수도 없지만 미국에서 살다가 받아온 것만 따져보자. 이발학교를 다니던 시절, 학교가 덴버 다운타운에 위치해 있어 주차할 때마다 빈자리 찾는 것이 아침마다 당면하는 문제였다. 하루 주차비가 15불이어서 매일 주차하기엔 부담스러웠기에 더러 오전 수업만 있는 날에는 학교 앞에 도로 주차를 하고 주차비 정산기에 두 시간 마다 동전을 투입하였다. 혹시라도 두 시간이 넘을 새라 수업 중에도 시계를 확인해가며 때맞춰 교실을 벗어나 동전을 넣고 들어와야 했다. 그러던 중에 학교가 더 복잡한 중심가로 이전을 하면서 주차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주변의 일일 주차장은 이미 차들이 꽉 차있어 반경을 넓혀가며 주차장을 찾다보니 학교건물에서 점점 멀어져갔고 등교시간은 가까워오는 바람에 다시 차를 돌렸다. 학교근처에 주차하려고 뒷길을 돌다가 빈자리를 찾아 주차를 하였다. 두 시간을 계산하여 동전을 넣었고 시간이 다되어갈 무렵 수업시간 중간에 교실을 빠져나와 차있는 곳으로 갔더니 차장 정면에 벌금 딱지가 붙어있었다. 읽어보니 주차시간 초과라는 것이었다. 아직 두 시간이 넘지 않았는데 뭔 일일까 싶어 근처를 돌아다니는 주차단속원에게 물어보았더니 이 구간은 한 시간이 최대주차허용시간이라는 것이었다. 그제서 주차미터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은 글씨로 ‘1시간 한도’ 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구간마다 주차한도시간이 달랐던 것을 몰랐다. 무척이나 속이 쓰렸으나 내 탓이었다. 빨리 털어버리고 싶어 벌금 육십오 불을 그날로 내버렸다. 한 시간마다 동전을 넣으면 된다는 것을 알았으니 다음날도 그 구간에 주차를 하고 시간을 지켜서 나와 동전을 투입했다. 그리고 다시 시간 한도가 다 되어 가기에 또 다시 동전을 투입하러 나와 보니 벌금딱지가 또 다시 붙어있는 것이었다. 이게 또 뭔가 싶어 읽어보니 역시 주차위반이라 두 배로 열이 올랐다. 주차단속원을 찾아 따졌더니 차를 한 시간마다 옮겨야 되는데 같은 자리에 계속 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세세하게 알아보지 않은 나자신이 원망하면서 이틀 연이어 벌금을 무는 수밖에 없었다. 벌금 내는 것은 미루어 봤자 스트레스만 오래 간다. 빨리 내고 털어버리는 게 수다. 미국에서 살면서 받은 혜택을 벌금으로 갚는다 생각하니 더 이상 속도 쓰리지 않았다. 벌금딱지를 받고 정말 열 받았던 적이 있다. 시내 길을 운전해서 가고 있었는데 트럭이 내 뒤를 바짝 따라 붙어서 오기에 신경 쓰여 거리를 두려고 약간 속도를 올렸더니 바로 경광등을 켜면서 경찰차로 변신을 하는 것이었다. 경찰관에게 당신이 나를 밀어 붙여서 그런 거 아니냐고 따졌더니 뒤에서 밀면 옆으로 차선을 옮겼어야한다는 것이었다. 백 칠팔십 불의 벌금을 먹었으며 속까지 상해서 입술이 바로 툭 부르텄었다. 그리고 한 번은 덴버 다운타운에 있는 직업소개소를 찾아갔는데 주차할 곳이 없었는데 길 건너 맥도날드 주차장은 텅 비어있었다. 잠깐 세우고 서류만 접수하고 나올 요량으로 그곳에 차를 주차하고 십분 만에 나왔는데 내 차가 없는 것이었다. 근처에 앉아있던 히스패닉 청년들에게 물어보았더니 팻말을 읽어보라고 하였다. 작은 팻말에는 가게의 손님이 아닌데 주차를 할 경우는 차를 끌어가겠다고 적혀있었고 그 밑에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어떻게 그 짧은 사이에 차를 견인해갈 수가 있나 생각해보니 히스패닉 청년들이 그 자리에서 앉아 있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기다리고 있다가 누군가 차를 세우고 떠나면 바로 업자에게 전화를 거는 게 그들의 일이었던 거였다. 한여름 뜨거운 대낮에 차를 찾으러 걸어가면서 그들을 욕하고 저주까지 하다가 안일하게 생각하고 행동한 나 자신을 탓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오랜 습관을 바꾸는 것이 공짜로 될 일인가. 대충 어떻게 되겠지 또는 그래도 괜찮을 거라는 안일한 사고방식을 바꿔주는 수업료로 친다면 그까짓 이백불은 아무 것도 아니다' 라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여유가 생겨 뒤를 돌아다보니 세 명의 백인 남녀가 따라서 걸어오고 있었는데 그들의 걷는 폼 새나 표정울 보아하니 나랑 같은 상황인 것 같았다. 그렇게 열 받고 몸 고생시키고 금전적 손실을 겪고 나니 속도위반이나 정지신호위반, 그리고 차선 바꿀때의 규칙 위반과 같은 것은 절대 안할뿐더러 주차도 안전한 곳에 몇 번 확인하고 하게 되었다. 돈 주고 배우면 열심히 하게 되어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돈 잃었다고 속상해 할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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