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콜라 Feb 11. 2021

어른은 이래서 어른이다

같은 화살에 두 번 맞지말기

오래된 단층짜리 주택 내부를 약간 손을 봐서 이발소로 탈바꿈시켜 제리가 이삼십 년을 지켜온 이발소를 떠난    만에 다시 돌아오니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이 마음이 편안하고 일도 쉬운 듯해 좋다. 거기다가 제리는 육십 삼세, 동료 이발사 리치는 오십 칠세라 내가 ㅇ나도 알같이 일하는 것이 편안하고 웃긴다. 생전에 엄마는 사람은 나이가 오십이 넘어야 제대로 철이 든다고 말했었다.       보고 겪을   겪을   겪은 사람들이라 이해의 폭이 넓고  내려놓은 나이들이라서 이들과 함께 일하니 젊은 애들과 일할 때보다 훨씬 좋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삼십  애들 속에서  년이란 세월을 혼자서 어른 노릇하느라 엄청 힘들었다.  철부지들 속에서 버텨낸  자신이 참으로 가상하다. 그래서 겉은 멀쩡해 봬도 속이 이집트 미라처럼 그대로 파삭하게 말라비틀어져 갔을 수밖에 없었겠지. 스트레스받으면서  많이 버는 것보다 적게 벌어도  편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 최고다. 수입이 많으면 많은 대로  곳이 늘어나고 적으면 적은 대로 거기에 맞춰 살아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진심으로 출근길이 설렌다. 그래서  행복하다. 리치는 ‘cancer surviver'( 생존자)이다. 서른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혈액 암에 걸려 온갖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요단강을 건너는가 싶었는데 다행히 돌아와 이십 년이 지나도록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유쾌한 히스패닉 동료이다. 재리와 리치 덕분에 이발소에서 매일 깔깔대다가 퇴근한다. 사대  이발사 집안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제리는 이십 초반의 젊은 나이에 달랑 가위와 빗만 가지고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는데 그동안 이발소 건물도 샀고 집도 샀으며 대출금도  갚았다. 여자 혼자서 아들 키우면서 거기다가 불편한 몸으로 성공을 일궈낸 여장부이다. 미국에서는 뚱뚱하다고 말하기도 부족하게 살이 많이 쪄서 풍선처럼 부푼 듯이 보이는 사람들을 종종   있는데 그것도 유전적인 병이라고 한다. 빨리 걷거나 뛰지도 못할뿐더러 뒤뚱거리며 걷고 움직임도 둔해 보기만 해도 불편한데 제리는 잠시도 쉬는 법이 없다. 자택의 지하실을 세를 주기 위해 살림집으로 고치는데 페인트칠하는 것을 비롯하여 어지간한  본인이 손수  한다. 구부리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는  몸으로  문짝 옮겨 다는 , 수도꼭지 갈아 끼우는 것도 제리가 직접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있는지 불가사의하다. 온갖 고생을 다하면서 힘겨운 삶을 성공적으로 일궈온 강한 독일계 미국인이다. 그래서 그런지 제리는 무척이나 독재적이었다. 일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사생활에까지 통제를 하려 드니 젊은 애들이   붙어있지 못하고 떠나기 일쑤였다. 결국 참고 참았던 리치도 떠났었고 나도 떠났었으나  역시 제대로 철이 들어 돌아와 보니 그녀에 대해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말하는 것을 워낙에 좋아하는 제리는 하루 종일 거의 쉬지 않고 말을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이발소를 찾아오는 이곳 토박이 할아버지들 중에 과반수는 그녀 말고 다른 이발사를 찾는다. 이발하는 동안 끝없이 이어지는 그녀의 수다를 참고 들어주는 것은 곤욕이기 때문이다.   전에 사라졌다가 돌아온 나를 손님들이 알아보고 반가워해주니 고마울 뿐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얼굴의  이상은 가려져있는데도 불구하고 까만 머리의 동양 여인이라 식별이 어렵지 않았나 보다. 손님들 역시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눈만 보이지만 머리 모양과 체격의 조합으로  역시 예전 손님을 알아볼 때도 많다. 우리의  속에 저장되어 있는 자료와  기능이  어느 최신 컴퓨터보다 많고 탁월하다는 말이 진심으로 믿어진다. 리치와는 이번에 처음으로 만나서 같이 일하게 되었는데 제리가 휴무인 날이면 그녀의 말투와 행동거지를 그대로 흉내 내어 나를  터지게 만든다. 잠시 손님이 끊겨 한가할 때엔 의자에 편히 앉아 눈감고 가만히 있을  있어 좋다. 전에 몸담았던 이발소에는 사방 벽으로 텔레비전이 다섯 대가 달려있었는데 거기서 크게 흘러나오는 소리를 하루 종일 듣고 있어야 했다. 그것은 고문이었다. 텔레비전 소리를 이기려고 사람들이 대화할 때는  크게 떠들어대는 통에 귓구멍을 이어 플러그로 막고 있었다. 색성향미촉 , 눈코귀혀몸뜻. 우리의 오감과 생각은 잠시도 우리의 뇌를 쉬지 못하게 한다.   분이나  분간만이라도 조용한 곳에서 눈감고 앉아 있는 것이 진짜 쉼이다.  연습하여 소음이 있더라도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고 가만히 눈감고 있을  있다면 어느  어느 곳에 있건 원할 때마다 쉼을 얻을  있다. 스트레스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러려니 하라고, 것도 왔으니 때가 되면 가는 것이 이치임을 알고  상태를 누리고 즐기라고 한다. 아무리 그러려고 노력하고 다스려도 그게   때는 몸까지 맘을 따라서 아프다. 몸과 마음은 하나인지라  따로  따로가 안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플 때엔 마음 하나만 아프고 몸이 아플 때엔  하나만 아프자, 아픈 마음을 곱씹어  마음 아파하지  것이며 몸이 아플 때엔  아픈 몸을 곱씹어 마음까지 따라 아프지 말자,   맞은 화살에   맞지 말지어다,  번째 화살은 내가 내게 쏘는 것이니 내가 나를  배로 고통 주는 것이야말로 손해 중에 손해로다. 알지만 그게 마음대로 안된다. 한데 퀀텀 띠오리, 양자역학을 알고 나면 마음대로   있다. 세상 모든 만물은 에너지의 파동이기 때문이다. 환갑 언저리인 우리들의 업장이고 놀이터인 시골 이발소에서 손님들의 머리를 손질해주며 양자역학을 써서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맘을 들여다보고 있다. 리치는 뒷방 창문으로 주차장을 내다보고 있다가 평소에 까다롭게 굴던 손님이 차에서 내리면 숨어서  나온다. 지저분하고 인상이  좋아도 뒷방에서  나오니 그런 손님들은  차례가 된다. 까다로워봤자 여자들만큼 까다로우랴 남자들의 까다로움은 얼마든지 맞춰주마.  이제 충분하고도 남는 진짜 어른이란다.

작가의 이전글 싱글도 좋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