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세상에 없는 계절이라 느껴집니다.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조차 내가 있는지 헷갈립니다.
어떤 말로도 정의를 내릴 수 없어 말문이 막힙니다.
없는 계절이라 드러나지 않고 외롭지만
내가 세상에 없는 계절이라는 게 좋습니다.
계절의 씨앗을 품고 있는
나는
무엇이든 자라나게 할 수 있고
어떠한 바람결이든, 태양의 열기든
마음대로 정할 수 있습니다.
계절을 만드는 겁니다.
없는 계절이었지만
언젠가 계절의 틈 사이로
빼꼼 얼굴을 내밀어
나 여기 있다고 꼭 말하고 싶습니다.
나의 계절은 오늘도
당신이 언젠가 와서 쉴 수 있게
나만 아는 채로 무럭무럭 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