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 있다
유튜브를 자주 이용하진 않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유튜브 콘텐츠는 대부분 패션과 관련된 영상이다. 셀럽이든, 스타일리스트든 그들이 직접 입어보고 매장에 가서 설명해주는 정보들이 재미있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브랜드들도 많아서 관심이 가도 구매욕까지 치솟지는 않는다.
어쨌든, 그들이 어떤 브랜드와 스타일을 선호하고 착용하는지 물론이고 성격과 말투, 행동까지 알게 되니 괜히 유튜버들과 가까워진다는 느낌까지도 든다. 댓글로도 소통할 수 있으니 서로가 아예 모른다고 할 수도 없겠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세상은 넓고 그 안을 뛰어다니고 날아다니는 사람은 더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요리의 과정을 유명 감독 촬영기법이나 영화 버전으로 만들어 올리는 사람, 피아노 건반이 아닌 줄로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 세계를 다니며 자신만의 시그니처 포즈를 취하는 여행가 등 이들을 보다 보면 매일 같이 비슷한 곳만 다니는 나는 사람도 아닌 거 같다. 간접경험으로 내가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세계의 폭은 넓어지는 대신 나의 세계는 참 비좁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과 상황, 재력 그리고 용기가 뒷받침되지 않아 늘 맴돌기만 하는 삶인 것 같지만 또 어찌 생각하면 나라는 세계는 아직도 발견되지 못한 부분이 많고 한계가 있는 크기가 아니라서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좋은 모습이든 좋지 않은 모습이든 나는 늘 새로운 나를 발견해서 짜릿하고 피곤하다. 나는 나라는 계정에서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싶은 걸까. 그리고 그 콘텐츠가 모두에게 유익이 되고 즐거움이 될 수 있을까? 아니 구독자가 딸랑 나 한 명뿐이라도 즐거울 수 있을까? 자기만족으로 산다고 하지만 정말 나만의 만족으로 내 삶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실버 버튼에서 루비 버튼까지 유튜브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유튜버에게 구독자 수에 따라 상패와 비슷한 개념인 버튼을 수여한다. 유튜버의 타고난 재능과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이긴 하지만 콘텐츠를 함께 공유하는 구독자가 없으면 이룰 수 없는 성과다. 신선하든 재미있든 진지하든 열광할 수밖에 없는 영상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리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구독자는 단순 수요자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 왕국의 주주로 성장한다. 주인과 주주는 협력관계를 통해 공생한다.
우리는 끝없이 세상과 소통하면서 자랐다.
처음엔 부모와 또래, 학교, 지역사회, 대중매체 그리고 이제는 SNS와 유튜브처럼 공유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 세계와 소통하며 산다. 우리는 이렇듯 알게 모르게 타자와 교류하며 살고 있다. 세상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의 기본 질서와 사회적으로 합의된 것을 학습했으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 도덕적·사회적 기준을 체득했다. 외부세계가 인정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버리거나 숨기며 우리의 가치관을 형성했다.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유일한 나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타자와 나를 비교하는 것이다. 비교하면 나와 세상을 발견하게 하고 자연스레 객관적인 세계와 주관적인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판단을 통해 각자의 개성이 생기기 시작하며 개성을 획득하면 유명 유튜버와 같이 개인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의 특별하고도 고유한 이야기는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가 담긴 평가와 세상의 눈치에서 간신히 벗어나 얻을 수 있는 투쟁의 결과가 아니라 애초에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내가 가진 강력한 콘텐츠다.
우리는 모두 이야기꾼이다.
우리의 이야기를 말할 때 가져야 할 태도는
'저 사람은 있는데 나는 없는' 열등의식이나
'저 사람은 없는데 나는 있는' 우월주의가 아니라
'저 사람만의 것이 있고 나만의 것이 있는'
타인과 자신에 대한 존중의식이다.
나는 이렇게 브런치에 보이는 글을 쓰지만 누군가는 야근으로 지쳐 방전되는 이야기를 쓸 것이고, 육아에서 잠시 벗어나 시원한 주스 한 잔 꿀꺽하는 이야기를 쓸 것이고 또 누군가는 퇴직 후 재취업에 성공한 이야기를 쓰고 있을 것이다.
각자의 이야기는 절대 의미 없는 것이 없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다.
오직 나만이 창조할 수 있다.
우리 모두 각자의 계정에서 내 이야기의 가장 열렬한 구독자가 되자. 나의 이야기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타인에게 구독을 요청하는 것은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픈 진심이 담긴 제안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