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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또라이

나의 온도로 살리라

by 주명



‘착한 또라이’


착하다는 표현에는 누구나가 생각하듯 올바른 가치관을 지니고, 고집스럽지 않아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으며, 타인을 배려하고, 희생을 감수할 줄 알고, 몸과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람이라면 갖춰야 할 온갖 정석이 다 담겨있다.

그래. 나는 나름 착하게 살았다. 그게 내가 원한 것인지 남들이 원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두 가지 다 였을 거다. 그래야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람다운 사람 같으니까. 내 생각과 달라도 남들이 다 그렇게 생각한다니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어디서든 바른말만 하고 남들과 비슷하게, 튀지 않게 행동하려고 했다. 이상한 사람처럼 안 보이고 싶으니까.


그렇게 착함은 내 것이 되었다. 근질근질한 이 사회적 가면을 떼어내고 싶어도 맨 얼굴을 드러내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더 몰랐으니 답답해도 쓰고 있었다.


나는 착하니까.

나는 가끔씩 사람들에게 ‘특이하다’, ‘이상하다’, ‘개성 있다’, ‘매력 있다’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았다.


왠지 모를 아드레날린이 좌로 굴러 우로 굴러하면서 온 몸을 돌아다녔다. 가면 뒤에 숨겨진 진짜 내 이목구비를 누군가 꿰뚫어 보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서. 그게 진짜 내 모습이었고, 또 내가 바라는 나였다. 아마 나는 몰랐지만 그림자에 숨어있던 내가 뜨문뜨문 얼굴을 내밀었는지도 모른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가면 뒤에 숨어있던 내가 튀어나왔다. 적잖이 답답했던 게 맞다. 사람이 태어난 대로 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으니까 이제라도 가면을 벗은 것이다.


그 가면에는 눈과 코와 입에 구멍이 뚫려있지 않았다. 보기 위해, 숨 쉬기 위해, 말하기 위해 가면을 벗었다. 그리고 가면을 벗었을 때 생각보다 사람들은 손가락질하거나 수근 대지 않았다. 적어도 내 눈과 귀에는 안 들렸으니까 그렇게 믿는다.

또라이는 남들과는 ‘무언가’ 다르다. 그 무언가가 무언지 정확히 짚을 수 없지만 무언가 다르다. 나는 항상 남들과 다르고 싶었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나는 남들과 다르게 태어났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까. 하지만 더 뛰어나게 남들과 다르고 싶다. 생각도, 말도, 옷도, 취향도, 가치관도 보통과는 전혀 다르고 싶다.

나는 느껴야 할 것은 한없이 느끼고, 짚고 가야 할 감정들은 꾹 눌러야 행복한 사람이다. 그게 슬픔이라도. 감정을 다 거쳐야만 해야 할 것을 한 기분이다. 이걸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감정의 무늬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무늬는 아니다. 혼자만의 감정에 함몰되어 있지는 않다. 타인을 생각할 줄 안다.


나는, 착하니까.


나는 나를 좀 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이성적이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감성적이다. 그 시소를 타며 균형을 잡으며 산다. 힘들지만 꽤나 재미있다. 매력적이다.

나는 또라이어도 남들은 전혀 신경 안 쓰는 또라이는 되고 싶지 않다. 내뱉고 싶은 맛이 되고 싶지 않다. 나를 스쳐 지나간 사람들에게 나는 그들의 인생이란 케이크 중 재미있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위안의 조각이 되고 싶다.


뭐 굳이 한 조각이 아니어도 좋다. 체리도 좋고, 후르츠도 좋다. 손으로 집으면 녹아버리는 생크림이어도 좋고, 불면 사라지는 촛불이어도 괜찮다. 잠시라도 달콤하고 즐거웠으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달콤한 또라이가 되고 싶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그 맛을 봤으면 좋겠다. 이 단맛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고민하는 요즘이다.


"주명이는 어떤 사람이었나요?"라고 묻는 다면 이렇게 대답해 줬으면 좋겠다.


“주명이요? 독특한 따뜻함이었어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온기요. 어떠한 온도계로도 잴 수 없는. 걔랑 있으면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무언가 좋았어요. 아니다! 그냥 전 주명이가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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