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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을 채운 벼처럼 마음과 말을 거둬

by 주명



마음이 자그맣게 되는 날은 사람들이 내게 해줬던 말들을 붙잡는다. 기억을 꺼낸다. 자그맣게 되어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마음이 말들에 붙어 다시 커질 준비를 한다. 일어서려 한다. 더 굳건히 서기 위해 물어본다. 질문의 표현은 다르지만 내용은 늘 한 가지다.


"제가 이렇게 사는 게 맞나요?"


짧게 묻을 때도 사람들은 항상 길게 대답한다. 정성스레. 대답의 표현은 다르지만 내용은 늘 한 가지다.


"너를 응원한다"


지금 그대로 있어도 너를 사랑할 것이고,

그대로 있지 않아도 사랑할 거란 뜻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생각은 짧지만 나는 참 긴 사랑을 받고 있구나'하고 마음을 데운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당신이 건넨 말에 내 고마운 마음이 붙어있다. 그래서 항상 당신의 말은 무게가 있다.


당신의 마음도 작아질 때 기억해주길.

내 고마운 마음이 당신에게 있다는 걸.

그래서 조금 더 커진 마음이 될 수 있다는 걸.


우리가 말을 건네고 마음을 전하는 건

서로 사랑한다는 뜻이다.


가을의 문 앞에서 내 마음과 말을 전한다.


시작되는 가을엔 들녘을 채운 벼처럼

나를 채운 당신의 마음과 말을 거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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