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날들을 기대해
자꾸 어딘지 모를 곳에서 구멍이 생긴다. 나도 정확히 어느 위치인 지는 모르겠지만 지성과 이성과 감성, 육체, 의지, 성장과 같은 곳에서 계속 구멍이 커지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긴, 맞지 뭐.
사람이 슬픔을 느끼는 순간은 나약해진 나를 볼 때가 아니라 나약함에도 불구하고 강인해져야 한다는 다짐을 할 때가 아닐까. 구멍을 가진 나를 세상에 밀어 계속 다그치는.
힘이 부족하다. 무얼 더 하고 싶으면서도 하루를 살아내는 것에 온 힘을 쏟고 나면 다른 것을 할 여유가 사라진다. 내면의 총량과 한계치를 자주 경험한다. 계속 걸으면 언젠가 어느 지점에서 쉬어야 하듯 마음도 피곤할 때가 있고 쉬어야 할 때가 있다. 신기하게도 육체가 무너지면 정신이 무너지고, 정신이 무너지면 육체가 무너진다.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사람들을 보며 둘 다 튼튼한 것인지, 하나가 튼튼해 부족한 다른 하나를 도울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 멈춰 쉬고 싶다는 생각은 가득하지만 생은 나에게 쉬어야 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쉼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멈춰야 생긴다. 온전히 내 선택으로 이뤄지는 의지의 영역이다.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않는'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나를 대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
그래서 조금 더 헤매 보지 않은 것, 나에게 뜸을 들이지 않은 것, 일찍 어른들의 세계에 들어온 것, 삶에 나를 내어주고 편히 쉬어보지 못한 것, 도전하지 않은 것, 그래서 잃을 것이 없었던 나를 후회한다.
지금이라도 남은 인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또 쉼 없이 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누가 달리라 한 것도 아니기에 숨이 차오르는 경주는 또다시 나 혼자만의 경쟁이 된다. 그나저나 몇 달 전부터 자꾸 무릎이 아프다.
지금 듣고 있는 노래가 작년 12월 31일 자정에 나왔는데 벌써 8월의 끝이 보인다. 내 8월의 겨울을 들으며 '또 수많은 시간을 건너왔구나' 하며 지난날을 돌아본다.
선명하게 보이는 것과 잘 보이지 않는 안개 같은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다시 시작하는 날들은 귓가를 간지럽히는 노래처럼 마음을 간지럽히는 사랑의 날들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