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있어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계절에서 계절로의 변화는 모두의 관심이다. 내 살갗과 호흡으로 느껴지는 계절을 어찌 모를 수 있을까.
환절기가 되면 사람들의 옷차림은 어느 계절을 보내고 있는 건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다양하다. 특히 내가 살던 지역을 떠나 잠시 다른 지역으로 갈 기회가 생기면, 예를 들어 관광명소에 가면 그 옷차림은 더 다양해진다. 5월 초 떠난 부산여행에서 맨투맨, 반팔, 민소매, 심지어 경량 패딩을 입은 사람까지도 봤다. 사계절이 뚜렷하지만 저마다 생각하는 하루의 날씨는 모두에게 다르게 느껴진다.
사람은 저마다의 계절을 산다. 자연적인 계절뿐만 아니라 사람의 계절도 있다. 누군가는 생명과 밝음의 봄을 살기도, 매서운 칼바람 부는 겨울을 살기도 한다. 본인이 만들어낸 계절이며 주변의 상황이 만들어낸 계절이기도 하다.
계절은 딱딱 끊어서 오지 않는다. 계절과 계절을 잇는 환절기를 타고 온다. 환절기를 ‘제5의 계절’이라 말하면 조금 더 낭만스럽겠지.
‘환절기’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
갑자기 한 번에 들이닥치는 계절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 계절의 매무새를 만져주는 사람, 딱히 사계절처럼 뚜렷한 색을 띠고 있지 않고 큰 존재감이 없어 여기 있으면 여기 있는 거고, 저기 있으면 저기 있어도 어색함이 없는 사람.
하지만 사라지면 딱 맞게 맞춰진 일상에 구멍이 난다. 그들이 없다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것들은 거칠어지고 어긋난다. 틈 사이를 이어주고 메꾸는 사람이 우리의 일상을 돌아가게 하고 책임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뚜렷한 계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가도 이음새를 메꾸는 환절기 같은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
큰 존재감이 없지만 꼭 있어야 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