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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명 Sep 18. 2019

파리에서 적는 마음




오래된 엽서에 오래된 마음을 적습니다. 파리에 오니 만나고 싶지 않고, 덮어두기만을 바랐던, 그리고 나도 모르게 지나가 주길 바랐던 오래된 나를 만났습니다.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할까 여전히 지금도 잘 모르겠고 앞으로도 잘 모를 것이겠지만 돌아가면 마음에 힘을 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빠르지 않아도 되니 지난날의 나를 기억하며 천천히 일어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 밀밭에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봤을 반 고흐와 몽생미셸의 해 지는 하늘을 보며 하나님의 드넓은 사랑을 느꼈을 순례자들을 떠올리니 눈물이 찔끔 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짧은 여행기간 동안 느낀 것은 특별한 이 순간보다 더 오래도록 살아야 할 익숙한 일상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것,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을 나도 더 사랑해야겠다는 것,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더 사랑을 주어야겠다는 것, 아름다운 도시에서 함께 해준 친구에게 정말 고맙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하든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쉽게 가라앉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내게 그분의 사랑과 도우심이 정말 많이 필요하구나를 느낍니다.

당신의 전부가 내게 필요합니다.

오늘 파리를 떠납니다.

그리고 다시 내 삶에 몸을 싣습니다.

그곳에서 만납시다.

나를 기다리는 나와, 사랑하는 당신이 있을 테니까요.

2019. 9. 17. 화, 햇살 비추는 센 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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