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엽서에 오래된 마음을 적습니다. 파리에 오니 만나고 싶지 않고, 덮어두기만을 바랐던, 그리고 나도 모르게 지나가 주길 바랐던 오래된 나를 만났습니다.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할까 여전히 지금도 잘 모르겠고 앞으로도 잘 모를 것이겠지만 돌아가면 마음에 힘을 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빠르지 않아도 되니 지난날의 나를 기억하며 천천히 일어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 밀밭에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봤을 반 고흐와 몽생미셸의 해 지는 하늘을 보며 하나님의 드넓은 사랑을 느꼈을 순례자들을 떠올리니 눈물이 찔끔 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짧은 여행기간 동안 느낀 것은 특별한 이 순간보다 더 오래도록 살아야 할 익숙한 일상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것,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을 나도 더 사랑해야겠다는 것,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더 사랑을 주어야겠다는 것, 아름다운 도시에서 함께 해준 친구에게 정말 고맙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하든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쉽게 가라앉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내게 그분의 사랑과 도우심이 정말 많이 필요하구나를 느낍니다.
당신의 전부가 내게 필요합니다.
오늘 파리를 떠납니다.
그리고 다시 내 삶에 몸을 싣습니다.
그곳에서 만납시다.
나를 기다리는 나와, 사랑하는 당신이 있을 테니까요.
2019. 9. 17. 화, 햇살 비추는 센 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