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가 쏟아지면 큰 우산이 필요합니다.
큰 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좀 더 큰 우산입니다.
우리에게 억수 같은 일이 쏟아지면
이렇게 생각하는 건 어떨지요.
'나는 좀 더 큰 사람이구나.
나이기에 맞을 수 있는 비구나.'
가을비 같지 않은 대찬 비를 보며 가을도 계절로 넘어가기 전 덜어내야 할 무거움이 있나 생각해봅니다. 새로운 계절을 가득 남아내려면 덜어내야겠지요. 다음에 쏟아지는 것은 흰 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눈송이들이 그대 곁에 조용히 내려앉아 귀찮지 않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춥지 않고 따뜻한 겨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겨울에 우리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흰 눈이 내리는 날,
오늘을 생각하고 억수 같은 일들을 생각하며
이 계절까지 잘 걸어왔다고
나를, 너를, 우리를 다독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