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를 알 수 없는 낯선 표 한 장을 들고 기차에 올라탑니다. 창 밖으론 늘 새로운 풍경이 지나갑니다. 햇빛이 내리쬔 반짝이는 들판을 보기도, 물기 하나 없는 바싹 마른 벌판을 보기도 합니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기도 하고, 사람들이 북적이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도 보입니다. 모든 풍경이 여행을 만듭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그 시간을 잊을 때도 있지만 여행은 잊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기억하기 위해 하는 것, 기억하고 싶은 추억입니다.
우리 삶이 그렇습니다. 모든 풍경이 다르지만 그 풍경을 기억하며 삽니다. 잊기 싫은 즐거움이 있듯 잊을 수 없는 뾰족하고 시큰한 매서움도 곳곳에 표지판처럼 세워져 있습니다. 잊고 싶지만, 잊히지 않아 슬프지만, 괜찮습니다. 지나가는 모든 풍경이 우리의 여행이 됩니다. 모든 여행이 완벽할 순 없으니 조금 망친 것 같은 어떤 순간도 내 여행의 일부라 생각하면 어떨까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여행이니 애써 마무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낯선 삶 한 장을 쥔 우리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아 아름답습니다.
한참 남았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