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의 소음을 듣고 싶지 않아 헤드폰을 낀 채
정류장에 멍한 눈을 하고 서 있었다.
누군가 톡톡- 내 팔을 두드린다.
헤드폰을 떼어내 목에 잠시 걸고 옆을 바라본다.
카드가 안돼서 그러는데 계좌로 요금을 보내드릴 테니
대신 버스비를 내주시면 안 되겠냐고 소녀가 물었다.
“네, 그래요! 아니아니, 그냥 제가 내드릴게요”라 답했다.
“아, 아니에요”.
소녀는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며 핸드폰을 내민다.
급히 물어오니 바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에이 천 원 조금 넘는 건데 그냥 안 받을게요. 같이 타요”
하며 눈앞의 핸드폰을 살짝 밀어냈다.
소녀는 한사코 손사래 쳤고,
용기 낸 마음이 불편하지 않아야 하니
화면에 계좌를 입력했다.
줄의 맨 끝에 서서 서로가 낯선 둘이 계단에 올랐다.
띡- 전자음과 함께 가벼운 끄덕임을 하곤
버스 안에서 헤어졌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나는 내 마음을 채점하려
누군가 소녀의 1500원을 잠시 숨기고
넌지시 떨어뜨린 숙제를 풀었다.
몇 점을 받을진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