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핸드폰에 옮겨진 사진 중 정말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은 놔두고, 대다수의 사진을 연속해서 거침없이 모조리 지웠다. 어차피 클라우드에 다 올라가 있으니까. 한 곳에 추억이 모여져 있다는 사실은 모든 사진을 지우게 한다. 덕분에 실수로 사진을 옮겼던 새 폰의 용량 차지도 다시 줄어들었다.
살면서 쉬이 마음이 가벼워질 수 없는 이유를 알았다.
과거는 지워지지 않는다. 어딘가에 던져놓을 수도, 숨길수도 없다. 못 박힌 듯한 미련, 후회, 헤어짐. 그걸 결국 다 끌어안고 가야 해서 자꾸만 삐그덕 대고, 머뭇거리고, 버벅거렸나 보다.
가끔 서성였던 적이 있었다면, 정말 사랑했거나 미워했던 날들이 있었던 거겠지. 지울 수 없는 사진 같은 그날이 떠오른 밤이다. 삭제할 수 없어서 무거워진 인생이 야속해지지 않았으면.
앞으론 지우고 싶지 않은 장면이 더 많이 남아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