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정도 나와 같이 일한 동료는 나보다 8살 어리다. 여전히 내 눈엔 새내기다. 특히나 처음 먹는 음식 앞에선 삐약이 같다. 커피드립백에 물을 부어 내려 마시는 것도 처음이고, 어른들만 먹을 것 같은 징그러운 느낌의 메뉴도 처음이다. 고향을 떠나 자취를 하고 있어 이 도시의 여러 동네에 가보지 않은 터라 어느 동네에 무엇이 맛있는지 알려주면 메모해두기도 한다.
칙칙한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은 나는 휘몰아치는 폭우가 내리지 않는 이상 삐약이와 늘 밖으로 나가서 예쁜 카페에 간다. 회사 근처엔 나름의 분위기 있는 카페가 많아서 그날 맘이 이끌리는 곳에 가는 재미가 있다. 이제는 나와 함께 많이 다녀서 회사 근처에 어떤 카페가 있는지, 어느 식당이 맛있는 지도 알아서 가끔 놀러 온 친구들과 주말에 다시 찾아가기도 한다. 꽤나 길치라 방향감각을 잃기도 하지만.
짝꿍을 보면서 생각한다.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늘 새로운 모습으로 자신을 갱신해야 하고, 쓸모를 증명해야 하고, 여유로운 걸음은 도태라고 손가락질 당하고, 무언가 되지 않으면 실패했다고 낙인을 내려찍기 좋아하는 시대에서 고작 처음 먹어보는 음식 앞에서 놀라운 표정과 귀여운 반응이 나오듯 사소하고 시시한 경험만이 우리가 자꾸 갈구해야 하는 일이라고. 그게 삶에 대한 감각과 애착을 놓지 않는 행위라고.
한 때 우리가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어디 놔둔지 모르겠는 순수를 모두가 다시금 들춰내는 내일을 보냈으면 좋겠다.
노을빛으로 물드는 하늘, 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자리에서 움트는 새싹, 뒤뚱대는 아이의 서툰 걸음 말고도 누군가는 무용한 것이라며 무관심은 물론 한심하게 여기는 장면에 기꺼이 감탄하는 우리가 되자.
삶에 일어나는 작은 먼지 같은 즐거움과 그래서 불면 멀리 사라질 기쁨과, 지나고 보면 왜 울었는지 조차 기억 안나는 슬픔이 뒤섞인 오늘에서 경탄을 마지않을 때 삶의 폭우에 휩쓸리지 않게 해 줄 뿌리가 우리 안에서 튼튼하게 자라나고 있겠지.
그래, 그렇게 실소를 내뱉는 세상에서
나는 계속해서 미소 짓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