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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듣고 싶은 말

내가 글을 쓰는 이유

by 주명



나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잘한다. 그래도, 가끔 한 두 마디 던지는 것이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 올 때면 내가 말은 길게 안 해도 말을 잘하는구나 싶다.

어릴 때는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듣는 게 좋아서 재밌는 표정, 행동과 함께 말을 자주 했었다. 무언가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힘이 내게 있구나 생각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내게 '보험회사 직원'이라는 직업을 추천할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나는 말하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말하는 것이 귀찮아졌다. 내 마음과 비슷한 사람을 찾기 어려울뿐더러 내 마음을 여는 것이 싫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세상에 적응하느라, 그리고 상처 받지 않으려고 입을 닫기보다 마음을 먼저 닫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입을 닫기 시작하니, 말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줄어든 말수만큼 글자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끔은 대화를 하다가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고민하기도 한다. 종이에 적어 내려 가는 단어들의 달리기는 끊임이 없는데 말이다.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나는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나는 너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나는 세상에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어쩌면 내가 써 내려가는 글들은 '내가 듣고 싶은 말'일지도 모르겠다. 너를 위로하고 싶다 하지만 나를 더 위로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너를 위로하는 척하며 나를 위로하는 이기적인 사랑의 글쓰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난, 수신자가 '너'라는 이름 뒤에 숨어

'나'에게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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