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헤매며 걸어가는 걸까
스스로를 나무라며 걸었다
아무도 나처럼 걷지 않는 것 같아
두렵기도 했다
돌아가고
부딪히고
막혀있고
꼬여있고
어지러웠다
나는 이제 조금 안다
그게 나만의 미로였다
한 번 빠지면 쉽게 나올 수 없고
나만이 거쳐 가야 하는
오직, 나만이 걸을 수 있는 미로
모두가 나만의 출발점과 도착점이 있겠지
이미 출발은 했겠지
자꾸만 달라지는 길을 걷겠지
그리고 도착하겠지
뒤돌아보면
이리저리 헤매며 걸었던
나의 걸음이
나를 여기까지 보내왔잖아
그래서 내 걸음은
계속해서 날 도착할 수밖에 없게
만들 것 같아
버스를 잘못 타고
돌아가도 괜찮아
가야 할 곳을 알잖아
쌀쌀한 길을
걸어도 괜찮아
가야 할 곳을 알잖아
조금 움츠려든
어깨도 괜찮아
그럴 때마다
나는 계속
걷고 있다는 걸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