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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를 한 날엔

by 주명


일단, 난 요즘 기분이 좋다. 비가 와도 좋다. 비 오면 축 처지는 인간이므로 아직도 즐겁다는 건 좋은 신호다. 정말 이 기분이면 발사체 없이 우주를 갈지도 모른다. 언제나 동력은 나에게 있는 거 아니겠어? 내 지론은 ‘언제 다시 기분 나쁜 일이 생길지 모르니 즐거운 때는 아주 즐겨야 한다’. 그러니까 즐겨.


철들지 않겠다는 이상한 다짐은 날 희한한 인간으로 만들지만 어차피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이므로 드물고도 신기한 인간이 되려는 결심은 티도 안 난다.


사람들은 타인의 삶에 크게 관심 두지 않는다. 타인의 삶을 사랑하지 않는다. 수군댈 뿐이지. 그 어리석은 속삭임이 결국 본인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수치인 줄 모르고.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일이 있다. 그래서 나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마치 나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할 뿐이다.


바람 따라 흘러 갈진 몰라도

사람들의 바람을 따라가진 않으련다.

그들의 말엔 내가 없으니까.


그냥, 늘 뽀글 파마를 한 날엔

뭔가 모를 용기로 가득 차더라고.

그래서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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