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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넘버2

by 주명


#1

인생에 일어난 일을 해석으로 마무리하지 말라는 설교를 유튜브에서 들었다. 그래 결말은 진정 끝에 가야 알 수 있지.


#2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낮과 밤의 이스라엘 백성을 보호하시는 하나님께서 추격해 오는 이집트 사람들에겐 두 기둥으로 그들의 전진을 막으셨다. 그분의 능력이란 그러한 것. 누굴 향해 어떻게 쓰냐에 따라 결과를 달리하신다. 그분의 사랑 편에 서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다.


#3

그를 바라보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것, 전부를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의 형상대로 지어진 나를 보는 것.

주를 바라는 일은 어쩌면 세상에서 내가 서 있을 수 있는 자리가 더 좁아지는 불편함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좁아질수록 명확히 볼 수 있다. 너른 잔디를 뛰어다니는 즐거움처럼 가만히 벤치에 앉아 내리쬐는 빛을 보는 기쁨도 내겐 만족스러우니까.


#4

일상에 대해 말해보자면, 지루하고 즐겁다. 앞뒤 안 맞는 말이지만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삶은 언제나 오묘해. 그래도 기쁨으로 더 가득하다 말할 수 있지.


#5

한 주 동안 여러 사람에게 기분 좋은 말을 들었다. 심지어 회사 화장실에서 오다가다 스친 얼굴만 아는 팀장님에게까지. 칭찬을 들으면 신난다. 곰곰히 생각했더니 별거 아닌 걸 칭찬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이 보였다. 그들의 시선 속에 내가 머물렀다는 게 칭찬을 듣는 것보다 더 값지다. 그들은 분명 좋은 사람일 것이므로.


#6

글의 결과물 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사실 귀찮다. 난 그냥 쓰는 것만으로도 재밌거든. 하지만 결과물을 내는 일도 의미 있겠지. 나보다 더 조급한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일,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이상한 즐거움.


#7

난 노래 듣는 게 참 좋다. 불 꺼진 방에서 헤드폰 끼고 있는 기쁨을 아는가. 때론 잠들어야 하는 한밤중에 신나는 노래를 듣는다. 언제든 지나간 시간을 떠올릴 수 있는, 오늘의 내 감정을 더욱 들뜨게 해주는, 추천해 준 사람의 행복한 고민을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장면도 영화의 한 씬으로 만들어주는 노래가 좋다.


#8

언제까지 기분이 좋을 건지. 참말로 우짜면 좋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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