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고민을 껴안고 살던 시절을 지나,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마저 기쁨이 되는 서른하고도 반복되는 일 년을 여섯 번째 살아내는 중이다.
지독히 고독하고 외로웠던 괴로웠던 어리숙했던, 그래서 자꾸 부딪혀서 깨지고 아파야 깨닫는 어린 날의 나였다면 한 해의 가운데에 있는 나는 어떤 감정을 가졌을까 상상해 본다. 아마도 아쉬움이 한가득이고 혼미함이 반가득이었을지도.
왜 모든 일은 스스로 깨쳐야 하는지.
왜 나만이 힘을 내어야 삶이 굴러가는 건지.
삶은 왜 그런 형태로 설계되어 있는지.
오늘은 한 해의 반이 갔다는 이유로 지난 반년을 생각했다. 깊숙하게 되새기진 않았다.
지나간 반년은 과거라 고칠 수 없을 테고,
다가올 반년도 나는 도무지 알 수 없어 계획할 수 없다.
말 그대로 Let it be.
다행히 슬프다거나 아쉽다거나 후회되는 일은 없었다.
다가올 내일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사실, 아무 생각 없다. 자극 없는 평범의 트랙을 따라 내일도 뛴다. 벗어나고 싶으면 벗어날 수 있고, 경계 안에 머물고 싶다면 머물 수 있다는 선택 속에서 내일 어떤 선택을 할진 오늘 모른다. 내일이 되어야만 결정되겠지.
가끔 조금 다른 달리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발을 들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