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건물을 나서면 나를 숨 막히게 하는 여름의 저녁을 맞이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이 숨막힘에 불쾌하거나 짜증이 난 적은 별로 없다. 더운 게 여름의 일이니까. 제 할 일을 하는 지구를 탓하는 인간의 모습은 좀 웃기다. 지구는 애초에 나를 떠받들고 있다. 떠받들어주고 있는데 탓하는 건 미안하잖아. 지구보다도 귀한 나.
언제나 어려운 인생은 한여름과 같게 느껴진다. 그래서 한여름은 내게 늘 인생의 고단함을 가장 절절하게 느끼게 하는 계절. 무더위를 뚫고 가는 해 아래 저녁은 인생의 여정과 닮았다. 이 꽉 막힌 답답함 속에서도 걸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저녁이라도 여전히 해가 밝다는 사실. 가만히 서 있는 게 오히려 더 덥다. 몸을 움직여 걸을 때 그나마 시원하잖아. 멈출 수 없어 걷는다.
어디로 걸어가는지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