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 전에 ‘별일 없이 잘 지내시죠’ 안부를 건네고 싶었습니다. 당신에게요. 따뜻한 커피를 선택하는 걸 고민의 범위에 넣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자칫하면 감기에 걸릴까봐 목이 휑한 옷을 입었을 땐 따뜻하게 하려 손바닥을 가슴뼈 위에 올려두고 걷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의 내한 공연이 있는 날이라고 합니다. 밴드음악에 대해, 오아시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누군가는 간절히 바라던 날이겠지요.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듯 얼음 가득한 시원한 커피와 카페만을 찾으러 다녔던 지난여름이 떠오릅니다. 기름진 흙더미에 흠뻑 젖은 뿌리를 이미 굵게 내려 잘 자라고 있는 나무를 보며 저도 자리를 잘 잡았길 간절히 바라는 가을입니다.
바뀐 계절의 이름을 말하려 입모양을 바꿔 가는 사이에 고민의 농도는 옅어지셨는지, 행복의 무게는 버거울 정도로 무거워지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늘 저는 저녁의 공기가 겨울과 비슷할까 하여 창문을 열어 보았습니다. 아직 오지도 않은 계절을 상상하길 좋아하는 제 버릇은 어둔 밤 달처럼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오아시스도 그 언젠가에 강이 되는 상상을 했을까요. 안부 한 마디 건네고 싶었을 뿐인데 늘 그렇듯 감정에 사로잡혀 생각이란 걸 할 수 없는 샘의 꿈까지 당신께 여쭙는 밤입니다.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니 양볼과 코 끝이 발그스름했습니다. 추위를 탓하며 당신을 떠올려 빨개진 걸까요?
제법 빨리 찾아온 추위에 부디 몸과 마음 움츠러들지 마시길, 사막 한가운데 샘처럼 평안과 안식이 깃들길, 별 일 없으시길 달을 보며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달의 크기만큼 이름만으로도 나를 가득 채울 당신. 달빛에 환한 밤이 당신을 다정히 비추길 바라며.
- 당신의 문리버